두서없이 월드컵때 기억을 떠올려본다.
2002 월드컵 때, 4강에 오르기 위해 스페인과 경기하던 날, 승부차기로 승부를 가려야 할 때
스페인 키커 한명이 실축을 한 적이 있었다. 그 키커는 슛을 해야 하는 순간 너무 생각을 많이
했는지 차기 직전에 잠시 버벅거렸고 이운재 선수는 정면으로 날아오는 킥을 가볍게 막아냈다.
아마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할 그 장면,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오
면서 그 키커의 실수가 떠올랐다. 극 초반,
신하균과 차승원이 서로 노려보며 대결할 때는 상당히 볼만했다. 그야말로 예측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극이 이어지면서 신하균이 진범이 아닐 수 있다는 단서가 계속 밝혀지는 순간
영화는 갑자기 머뭇거리기 시작한다. 물론 다른 용의자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인물의 계속되는
등장은 긴장보다는 "풀어짐" 에 가까운 것이고 무대에 미끄러지듯 들어오기보다는 "무대가 뻘쭘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나온" 듯했다.
극은 "무당의 굿" 이라는 장치를 쓰면서 일말의 반전을 꾀하기는 하지만, 이미 충격에서
벗어난 "머리" 가 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굿이라는 장치는 상당히 충격적이고 기발하지만
내가 영화관에 갔을 때, 많은 관객들은 실소에 가까운 웃음을 지어버렸다. 충분히 극적으로
긴장시키는 데 성공했다면 웃기보다 놀라고 더 긴장했어야 맞는 것인데...
후반에 신비극 형식으로 흘러간 점을 못내 아쉽게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수작이 되려다 만, 이 영화의 결점을 그보다 더 앞에서, "버벅거림" 에서 찾고 싶다.
비유 하나만 더 하고 이 글을 마친다.
"친구가 오늘 좋은 일이 있다며 맞춰보랜다. 그래서 나는 이것저것 생각나는대로 얘기해준다.
그런데 친구는 자꾸 아니라고 하면서 말을 돌린다. 나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이제 좀 적당히 하지. 한참을 헛다리 짚을만한 얘기하던 친구는 못이긴 채 "오늘 좋은 꿈 꿨어"
라고 말해 준다. 유쾌하게 넘어갈 얘긴데 이상하게 나는 "그거였냐!" 며 이미 화가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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