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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동족상잔의 비극이란 이런것이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tmdgns1223 2006-10-14 오전 12:49:03 1750   [5]


* 스포일러 있습니다.

* 본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하였습니다.

감독들은 칸 영화제에 경쟁부분에 진출한 것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영광에도, 모든 감독들은 "수상"을 원한다. 켄 로치 감독은 무려 8번이나 칸 영화제 경쟁부분에 진출한 세계적인 거장이다.(그밖에 영국아카데미 감독상에도 5번, 베니스영화제에도 4번이나 후보에 올랐으니 정말 거장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필자는 켄 로치 감독의 영화 중 레이닝 스톤밖에 보지 못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켄 로치 영화가 무슨 특징을 가지고 있는 지 전혀 알지 못한채, 간단한 시놉시스만을 가지고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는1920년대 아일랜드의 독립 투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히 아일랜드가 영국에게로 부터 독립을 투쟁하는 것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아일랜드가 독립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폭력성이 나타나고, 또 그 폭력성은 결국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까지 이어진다는 데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첫 씬이 바로 같은 아일랜드 인들끼리 하키를 하는 것인데, 이는 나중에 "같은 아일랜드 인들끼리 전쟁을 벌인다"는 것을 암시해주는 복선역활을 한다.

이 영화는 아일랜드 인에게 무차별 폭행과 살인을 일삼는 영국 군인들을 복수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어 복수를 한다는 내용때문에, 어떻게 보면 뮌헨과 닮았지만 그 속성은 뮌헨과 전혀 다르다. 뮌헨은 단순히 복수에만 치중하여 액션과 스릴러 측면을 강조했다면, 이 영화는 이런 물고물리는 두 나라의 대결에서 결국 인간성의 타락을 절묘하게 보여준다. 더군나나, 뮌헨처럼 아랍인과 유대인의 대립도 아닌, 백인과 백인. 그것도 이웃나라끼리의 싸움. 흑인과 흑인의 대립을 그렸던 호텔 르완다는 흑인이 워낙 차별받는 세대이기 때문에 그 충격이 아주 심하진 않았으나, 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우월민족이라고 자랑하고 다니는 백인들끼리 서로 죽이고 죽이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과도하지않게 딱 적정수준으로 알맞게 보여준다.

나중에 영국이 아일랜드의 독립을 선포한다고 하였으나,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소유로 하겠다는 말을 언급하고 아일랜드의 일부 지역의 자치를 영국권한으로 하겠다는 말이 나오자, 조직의 리더였던 테리는 협정을 받아들이자는 쪽을 선택하고, 동생 데이미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쪽으로 조직내부에서 다시 분할이 된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같은 편끼리 죽고 죽이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한 번 더 초래된다. 결국 영화는 비극으로 끝이나는데, "동족끼리의 물고 물리는 싸움은 결국 비극을 초래한다"라는 현실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 같다.

물론, 액션 장면도 몇 장면있고, 그 장면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런 액션장면에선 헐리웃 영화와 같은 화려한 카메라 워크나 편집이 나오진 않는다. 켄 로치 감독은 액션 영화감독이 아니라 드라마 장르의 감독이다. 장르가 전쟁 드라마라고 해서 화려한 총격신이나 스펙타클한 전투장면이 나올거라고 생각하면 분명 100% 실망한다는 말이다. 전투 장면은 단지 상황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넣은 것을 뿐, 이 영화에서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큰 오산이다. 또 "총에 맞았는데 왜 피를 흘리지 않는가?"와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건 영화 흐름에 중요하지 않다.(우리가 헐리웃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이런데에 특히 민감하다)

이 영화의 제목인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여기서 "보리밭"은 자유를 얻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을 일컫고, "바람"은 자유를 짓밟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바로 "흔드는"인데, "흔들었던" 혹은 "흔들 것인"이 아니라 "흔드는"이란 현재형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미 과거부터 영국에게 고통을 받던 것이 해결되어도 또 다른 바람이 불어 보리밭을 지금 현재 흔들고 있다는 말이 되는데, 이것은 테리와 데이미안이 서로 대립해서 죽이려고 하는 상황과 일맥상통한다.

헐리웃 배우 킬리언 머피가 이런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도 대단했다. 주로 악스럽게 생긴(??) 마스크때문에 악역 전문이었던 그가, 이 영화에서 복잡한 감정을 토해내는 멋진 연기를 펼쳐서 내심 기쁘다. 또한, 페이드 아웃, 화이트 페이더 등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기교를 부리지 않고 풀 샷, 버스트 샷으로 일관되게 촬영해 담담하고 건조한 느낌을 잘 살린 켄 로치의 연출력 또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이 결코 우연히 아니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과 함께 올 해 본 영화 중 단연 최고로 꼽고 싶다. "헐리웃 영화라면 이 장면에서 이래야하는데"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헐리우드의 전형성을 깨버리는 유럽영화만의 독특한 창의성과 특징이 너무나도 잘 살아났고, 그래서 더욱 더 마음에 들었던 영화다. 아시아 영화는 점점 헐리우드 화 되어가고, 헐리우드 영화는 아시아 화 되어가고, 유럽영화도 헐리우드 영화처럼 되어가는 이 시점에, 정말 유럽영화다운 영화가 탄생한 점. 그것이 이 영화 최고의 미덕이라고 할 만 하다.

P.S - 주위에 여자분들. 엔딩장면에서 많이들 우시더라구요. 이런 영화가 관객을 울릴 수 있다는 게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20자평 - 무미건조한 색채속에 진하게 묻어나오는 켄 로치의 연출력. 진심을 울리다!

유의사항 - 장르상 "전쟁"영화이지만, 전투씬을 기대하진 마세요

비슷한 영화 - 호텔 르완다

이 장면만은 - "배신자"를 쳑결하는 영화의 중간. 그리고 끝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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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 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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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사 : (주)동숭아트센터 / 공식홈페이지 : http://www.thewin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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