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감독의 데뷔작인 [기막힌 사내들]을 봤을 때 참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를 과연 뭐라고 해야 할까.... 6--;;; 보고나 서 고민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김기덕 감독의 데뷔작을 봤을 때처 럼.... 영화가 맘에는 들었지만 누구한테 선뜻 권하기엔 좀 부담스 러운 영화라는 비슷한 느낌을 주었거든요. 아마도 감독이 연극 연 출자로 유명한 사람이라서 느껴지는 이질감일까 아니면 감독 자체 의 색깔이 이런걸까 궁금했었죠. ‘뭐.. 한 두어편 더 보고 나면 감 이 오겠지.’했었죠. 이게 3년 전 일이네요.
상연, 정우, 재영 그리고 하연. 그저 평범한..... 아니 솔직히 평범 은 아니고 얼빵해 보이는 그들은 동고동락하는 4인조 남성 킬러입 니다. 세상엔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밥벌이를 하러 나섭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 는 이상 굶어 죽울 걱정은 없으니까요. 사람들이 왜 그 사람을 죽 이고 싶어하는지는.... 잘 모릅니다. 알 필요도 없구요. 알아봤자 골치만 아플 뿐이죠. 그저 의뢰인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 서 원하는 인물을 뜻한 바대로 해주는 게 그들의 임무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매우 유능한 킬러라는 건 아마 영화를 보시면 다 아실 수 있고요. 어쨌든, 그들의 이런 평탄 한 일상에 돌발 변수들이 등장하면 꼬이기 시작합니다.
무슨 변수냐구요? ㅡㅡa;;; 그거야 영화 보시면 아시죠. [킬러들의 수다] 속에 킬러들은 언제나 혼자 외로이 활동하고 카리스마가 넘 치며 냉혹한 한 마리의 늑대 같은 이미지의 허리우드영화 속 킬러 와는 동떨어진 정도가 아니라 멀어도 한참 멀리 떨어져 있는 인물 들입니다. 보아하니 오로지 돈 때문에 일을 맡는 거 같지도 않습니 다. 돈 때문이라면 조직에서 안정된 수입원을 찾는 게 더 빠를 테 니까요. 게다가 검사라는 인간도 도저히 정형화된 캐릭터랑은 멀어 도 한참 멀죠. 킬러를 보고도 그냥 가는 검사가 이 세상 어디에 있 겠습니까? 비현실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상황 속에서 동떨어 진 캐릭터를 가진 등장인물들을 통해 오로지 웃다가 끝나는 게 아 니라 우리 마음속에 선과 악, 미움과 사랑, 삶과 죽음이라는 동전 의 양면을 살펴보게 하는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었습니다.
장진 감독의 영화는 모두 연극과 영화의 절충형태 같습니다. [기막 힌 사내들]도 그랬고 [간첩 리철진]도 마찬가지구요. 흔치 않은 주 인공 캐릭터 주변에 평범한 일반인 캐릭터를 배치함으로서 극을 구 성하는 것도 한 특징이 아닌가 싶구요. 한 편 한 편이 거듭될수록 현실과 풍자 사이의 연결선이 더욱 매끄러워지고 있는 게 느껴집니 다. 물론 아직 껄끄러운 곳이 부분적으로 느껴지긴 했죠. 무엇보다 도... 저만 그렇게 느낀 걸까요? 그의 전작에 비해 [킬러들의 수 다] 배우들은 감독의 뜻대로 착착 움직여준다는 느낌이 많이 부족 했습니다. 전작에서는 배우들과 감독의 죽이 척척 맞는다는 생각이 했었거든요. 신하균만큼만 잘 움직여줬다면 훨씬 매끄럽고 재밌는 영화가 됐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제가 배우들에 대한 선입견을 가 지고 있어서일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쓰는 단어 중에 하나가 〈죽음〉이라고 합 니다. ‘힘들어 죽겠다’, ‘걸리면 죽어!’, ‘죽고 싶다’..... 심지어는 친구들끼리 하는 농담으로도 ‘죽음이다!!^^*’라는 말을 하잖아요. 일반적인 언어로 굳어져 버린 죽음... 고달프고 힘들 삶을 이렇게 내뱉으면서 해소시키는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이 킬러를 주 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바로 우리가 흔히 쓰는 죽음이라는 단어의 느낌을 형상화 시킨 것은 아닐련지요.〈죽음〉이라는 단어를 생각 하지 않아도 되는 삶... 킬러들이 다 굶어죽는 세상... 과연 그런 날이 오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