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96년 <더록> 영화도 영화지만 <더록>이란 영화는 숀 코네리란 배우 때문에 본 영화였습니다. 언제부터 이 노배우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는 어린 시절 제 우상이나 다름없었거든요. 나이 들어가면서도 꺾이지 않는 매력과 더욱 더해만 가는 중후함……. & #039;나도 나이 들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039;하는 부러움을 갖게 하는 배우죠. 그의 프로필에 1930년생이라고 되어 있으니 96년 현재 67살 쯤 된 모양입니다.
2. 2000년 <한니발> 제 부러움에 기름을 부은 영화가 등장했습니다. 오직 <양들의 침묵>의 후속편이란 이유 때문에 본 영화가 <한니발>이었어요. 그런데 연기와 영화를 떠나서 안소니 홉킨스란 배우는 제 눈을 의심케 만들더군요. 어쩌자고 저 나이에 캐주얼한 옷차림까지 멋지게 소화시킬 수 있단 말인가! 옷 한번 잘못 입으면 영 몰골이 말이 아닌 저와는 완전 천양지차인 옷걸이……. 이젠 부러움을 떠나서 두려움까지 갖게 했습니다. & #039;내가 저 발치에나 갈 수 있을까?& #039; 안소니 홉킨스는 1937년생입니다. 이런. 2000년 현재 63살이군요...TT
3. 2004년 <고독이 몸부림칠 때> 올해 아주 희한한 영화가 개봉한답니다. 노장들이 멋진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언제나 젊은 배우들을 자극하는 헐리웃 영화와 달리 우리 영화에는 노장들의 힘을 느껴볼만한 영화가 별로 없었어요. 정확히 말해서 예순 넘은 배우들이 주연을 꿰찼던 영화가 많지 않았단 얘기죠. 그런데 <고독이 몸부림칠 때>란 영화는 다릅니다. 주현, 송재호, 양택조, 김무생... 이분들은 프로필상 분명 예순을 넘긴 배우들이에요. 그리고 그들은 당당하게 영화의 주연을 꿰차고 있습니다. 물론 <더록>의 숀 코네리나 <한니발>의 안소니 홉킨스처럼 고급스럽고 폼 나는 분위기는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네 전원 풍경 속에 녹아들어 우리 어르신들의 외양과 내면을 그대로 전달시켜주죠. 음... 조금은 코믹스럽고 과장되게...^^ 영화는 이들을 축으로 해서 아주 코믹하게 진행됩니다. & #039;고독이 몸부림칠 때& #039;란 영화 제목처럼 어르신들이 남몰래 겪는 고독을 밑바탕에 깔고서 상황 상황을 아주 절묘한 방식으로 유쾌하게 이끌어 나가는 겁니다. 그 유쾌함은 중범(박영규)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 도달하면 아주 극에 다다라요(경우에 따라 거부감이 일 수도...^^;). 그러나 아무리 웃기더라도 이것만은 유념해두죠. 웃다 즐기는 가운데 잊혀질 수 있지만 영화의 밑바탕에 깔린 어르신네들의 고독은 자식들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배려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혼자가 된 외로움, 자식들로부터 소외된 소외감, 치매에 대한 공포, 그리고 삶에서 비롯된 허무……. 이것들은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닙니다.
4. 이 시간 이후... 2005년부터는 우리 영화의 주연 배우들도 더욱 다양해졌으면 합니다. 여성들이 우리 영화에서 소외되었다고 하지만 소외란 측면에선 노장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주어져 당당하게 영화 전면에 나설 수 있길 바랍니다. 코믹이란 장르 뿐 아니라 여러 장르에서 주역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래서 잭 니콜슨, 안소니 홉킨스, 숀 코네리 등처럼 자신의 이름만으로 영화 선전이 가능한 그런 배우가 나오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고독이 몸부림칠 때>란 영화가 꼭 성공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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