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가면 여름이 온다 자연의 당연한 법칙이다 단 한 세기도 역순하는 법이 없이 계절은 돌고 또 돌아 순환한다 그에 버금가듯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역시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할 때가 있다
세상은 자꾸만 병폐해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 이 인간 세상에 인간 냄새 나는 일이란 없기 때문이다 휴대폰으로 전화번호만 누르면 금방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죄값도 없어지고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허나 이런 현실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로 다시 되돌아 온다는 것을 사람들은 왜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온통 약육강식의 법칙처럼 돈 많고, 권력있는 사람들만이 마치 진정한 인간사회의 사람들처럼 삶을 유지하고 살아가고 있다 아마도 더욱더 이런 일들은 심해지겠지…
킬러들의 수다 - 난 킬러다 사람들의 요청을 받아 사람들을 죽이는 킬러! 그리고 넌 의뢰인이다 의뢰인이라는 다소 어색한 용어의 맞춤이겠지만 어쨌든 킬러라는 것도 한 직업의 일종이니까… 난 킬러니까 당연히 의뢰인의 의뢰를 받아 사람들을 죽인다 하지만 무차별적으로 죽이진 않는다 나도 사람임과 동시에 한 감정을 느끼는 인간이니까… 영화 [킬러들의 수다]는 참으로 인간적인 영화다 사람냄새가 풀풀 풍겨나고 그럴싸한 코믹 요소들을 중간 중간 삽입하고 썰렁한 개그와 함께 웃음을 유발하지만 그런 부분들까지도 무지 애석함과 동시에 비애를 느낀다 왜냐하면 그들도 이 세상의 한 일원임과 동시에 한 구성원이니까… 어디서부터 애기를 시작해야 할까?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 조금 망설였다 그동안 장진 감독의 전작 [기막힌 사내들]이나 [간첩 리철진] 같은 영화들을 보면 분명 사회의 병폐적인 문제들을 다뤘지만 조금 애매모호한 말장난을 하는 것 같아 보기가 좀 거북스러웠기 때문이다 이 영화 [킬러들의 수다] 역시 그 주된 소재는 총을 무기로한 킬러들의 애기를 전하지만 이는 우리사회의 한 병폐적인 문제를 킬러라는 이름을 갖다 붙여 그들의 말장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장진 감독의 영화적 특징이라 한다면 마치 사람들의 내적인 심리들을 이용해 그들의 내면 세계를 사람을 조롱하듯이 말장난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여기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이 말장난이다 이 말장난들은 결국 장진 감독이 말하는 주 핵심적인 내용이며 영화의 핵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는 라스트 장면에 형사와 킬러가 애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결국 이 장면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자 주 내용인 것이다 그건 다름아닌 앞서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봄이 가면 여름이 온다’ 이다 형사가 킬러에게 말을 한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옵니다’ 그러자 형사가 킬러에게 반문하면서 한마디 내 뱉는다 ‘난 널 굶겨 죽일거야’ … 이 말들을 뒤집어 보면 앞서 애기한 킬러의 말은 세상은 순환한다 분명 세상과 함께 돌고 돌아가는 삶 속에서 인간들이 한 종류의 아니 한 모습 일 순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냥 리모콘 속에서 움직이는 로봇의 일종 밖에는 안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뒤에 애기한 형사의 말은 마치 킬러의 그 말을 받아쳐 비꼬아 버리기라도 하듯이 꼬아버린다 여기서 굶겨 죽인다는 것은 그 뿌리까지 모조리 싹 잡아서 없애버린다는 뜻이 된다 분명 형사가 킬러를 잡았을 때 총을 쏴서 죽일 수도 있었고 또 잡을 수도 있었는데 결국 왼쪽 등의 한 부분만을 관통했다 만약 그 킬러를 죽였다면 어땠을까? 그 킬러는 죽는다고 해도 또다시 남아있는 잔재들은 없어지지 않고 게속 생성되기 때문이다 마치 반발이라도 하듯이… 그래서 이말 ‘굶겨 죽일거야’ 라는 말은 모조리 다 잡아서 없어질 때까지 혹은 인간의 마음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때까지 쉬지 않고 기다릴 것을 당부하는 일종의 약속을 한 셈이 된다 결국 형사가 생각하는 킬러라는 직업의 사람들도 한 사회의 인간이니까… 그리고 한가지더 ‘너 킬러니’, ‘아니, 난 형사일 뿐인데… 킬러들을 잡는 형사… 많이 아팠냐?’, ‘무지 아프더라…’ 형사와 킬러의 두번째 대화인데 뭐 이건 대화만 들어도 딱 눈치 챘겠지만 그렇다 킬러는 누구를 쏴죽이면 죽였지 한번도 누구에 의해서 총알이 자신에게도 되돌아 오는 일이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한번도 그런일은 없었으니까… 여기서 형사는 그걸 노렸던 것이다 ‘역지사지’… 아무리 킬러라 한들 자신에게 되돌아 오는 일도 얼마든지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그래서 인간다워지라고 짧막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흔히 애기하듯이 킬러라고 하면 무식과 무정을 동반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의 킬러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린 소녀의 청탁을 거절한다거나 임산부를 쏘지 못하는 것, 자신의 막내 동생이 총을 쏴 사람을 죽였다는 것 또는 임산부를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은 사람을 혼쭐을 내주거나 돈과 각종 비리에 연류된 고위층 간부로부터 사람을 죽여달라는 청탁을 받고 죽이지만 결국 오해로 죽여버리고 마는 것 등이다 하지만 그건 오해가 아니라 정당한 행위가 아니었을까? 사람을 죽인 건 나쁜 일이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영화의 대략적 줄거리와 내용이다 우리들이 삶을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인 것이다 마치 참 인간들 인것처럼…
이 영화를 만약 선택한다면 아마도 각 배우들의 독특한 연기 변신과 함께 뛰어난 연기 실력 때문일 것이다 신현준의 독특하고 어눌하면서도 냉철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나 정재영의 차분하면서도 그만의 색깔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이나 신하균의 온몸으로 연기하는 연기파 배우답게 표정과 대사 하나 하나가 실감나게 보여줬던 것이나 마지막으로 원빈의 색다른 연기변신을 느꼈다 약간은 천진난만 또 약간은 귀여움과 바보스러움에 가까운 듯한 연기… 아마도 이 영화의 핵은 신하균이 아닌가 한다 이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정말 연기파 배우답게 그만이 이 영화에 제격인 듯 실감나는 연기를 과히 칭찬해 줄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영화를 느슨하게 깊게 뺐다가 한꺼번에 이 모든 애기들의 마무리를 짓고 말았다 처음과 중반까지는 정말 쉴새없이 썰렁한 개그와 함께 말장난으로 웃음을 유발하지만 결국 그 말장난 속에서는 영화의 주요소가 들어있는데 영화의 몰입하는 것이 겉으로만 빙빙 도는 격이라 결코 단서를 찾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이미 웃음속에 갇혀버린 상태니까… 또한 긴박감없이 쭉 하나로 연결되는 영화속 내용과 장면들은 별 매력을 못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좀 진지하게 풀어 갈수도 있었을텐데 너무 장난식으로 영화를 꾸민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론 진지하게 꾸몄다면 사람들이 봐주진 않았겠지만…
어찌됐든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마치 내 자신이 누군가의 표적에 따라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고 체이고 밟히면서도 마치 적자생존의 법칙처럼 또다시 그 무리속에 포함되어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이 현실속에서 과연 봄이 가면 여름이 올 것인가 하는 회의마저 느낀다
지금 주위를 둘러보라! 지금 당신은 누군가의 표적이 되어 있진 않은지 다시 한번 확인을 해봐야 할 것이다 언젠간 당신도 그 표적 속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