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람했습니다
으래 권위있는 영화제의 개막작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그 영화제가 큰 영화제 일수록 그렇다. 아시아 최고의 영화축제라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 가을로는 단순히 영화제 '개막작'이라서 관심을 가진것은 아니다. 번지점프를 하다, 혈의 누로 이미 '멜로'의 재능을 나타냈던 김대승감독의 신작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상당히 기대했던 것이다.(혈의누도 사건이 일어난배경은 '멜로'이지 않은가!) 물론, 기대가 컸던 만큼 약간의 실망감은 있지만 그래도 이 영화. 훌륭하다
먼저 세 배우의 연기는 훌륭하다. 그들이 분출해 낼 수있는 연기의 능력치에서 최고의 능력까지 뽑아냈다고 말할 만 하다. 멋진 자연풍경과 어울러진 세 배우의 감성연기는 마치 이와이 슌지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이와이의 주 특기가 '배우 이쁘게 포장하기'아닌가!) 그러나 이 세배우가 워낙 영화를 많이 이끌어나가다보니 조연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물론 민주의 부모님들이 꽤 비중있는 역활로 나오긴 하지만, 그 뿐이다. 이것은 상당히 좋으면서도 위험한 연출인데, 조연을 많이 등장시키는 것은 자칫 영화가 산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좋은 조연이 많으면 영화가 덜 지루해지고 영화를 이끌어 가는 에피소드가 풍부해 진다. 가을로는 두번째 장점(에피소드가 풍부)은 가지고 있지만, 첫번째 장점에서 약간 미스가 발생했다(약간 지루).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자연'그 자체이다. 김대승 감독이 이미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우리나라에 있는 최고로 아름다운 곳만 로케이션했다'라고 한 말이 절대 거짓이 아니었음을 영화에서 보여주었다. '영화'가 아니라 '기행일기'과 같이 아름다운 명소와 자연을 알려주는 부분에서 약간 거부감이 든 건 사실이지만, 확실한건 정말로 아름다운 자연을 액기스로 농축하여 뽑아냈다는 것이다. 사실 그 자체만으로 영화는 소임을 다 한것이다. 이 영화에서 김대승 감독이 중심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한 남자가 여행을 떠나면서 자신의 연인을 추억한다'라는 것인데, 거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여행'부분이 정말로 잘 표현된 것. 이것이 이 영화 최고의 장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준 영화가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만큼 아름답고 예쁘게 나온 영화는 없다고 생각하고, 해외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멋진 풍경을 보여주었다. 이런 풍경을 표현하는데 사용된 촬영, 조명, 편집, 음악도 아름답고 멋졌다. 정말이지 '밀리언 달러 랜드스카프'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또, 이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상품백화점 붕괴인데, 멜로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스펙타클의 극치(-_-)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재난'영화가 아니다. 또 이 영화는 재난영화가 되려고 하는것은 더더욱 아니다.(만약 이 붕괴를 스펙타클하게 그렸다면 이건 희생자 유가족에게 비난을 받을 뿐이다) 단지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 뒤에 먼지로 가득찬 화면 다음에 바로 다음 신으로 넘어가는 장면에서 김대승 감독의 '욕심없는'연출을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감독이 이런 장면을 스펙타클하고 서스펜스있게 연출할 욕심을 가질 건데, 김대승감독은 딱 건물이 무너지는 한 씬만으로 붕괴의 모든것을 표현하고 있고, 그 뒤 장면은 수색작업과 실종자 찾는 방송으로 표현해 버린다. 그렇다고 붕괴장면이 어색한 건 결코 아니다. 두 번의 붕괴장면이 나오는데 그 두 장면 모두 경이롭다. 미니어쳐와 CG의 절묘한 조화로 이루어진 붕괴 장면은 한국 멜로영화 뿐만아니라, 한국영화 중에서도 손꼽을 만한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또한 김대승 감독 영화의 주 트레이드 마크인 클래식의 사용과 점프컷, 플래쉬백은 이 영화에서도 주요한 요소가 되었는데, 특히 혈의 누 보다 더 빈번하게 쓰인 점프컷은 영화의 여러 요소와 긴밀하게 어울렸고, 플래쉬백 또한 효과적이었다. 특히, 여행장면에서 나온 여러 점프컷들은 민주와 현주가 시간을 거슬러도 같이 소통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클래식도 적절할 때 잘 사용되었다.
밑에 한 달락 스포일러입니다!
세진이 상품백화점 붕괴와 관련이 있다고 암시되는 장면은 여럿 나온다. 불을 끄지 못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소리에 민감한것. 그리고 건물안에 있으면 불안해 하면서, 탁 트인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까지. 반전적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바꾸어 보면 어찌보면 복선을 많이 깔지 않아도 될 장면에 많은 복선을 깔아놓아서 결말 예측이 더 쉬워진다는게 단점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마지막. 다시 한 번 사용되는 점프컷은 가슴을 저리게 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무스하게 진행되는 영화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영화가 진행되다 보면, 영화의 감성이 계속 관객에게 전달되어 엔딩에 대한 감동이 배가 되는 것이다.
대뷔작 번지 점프를 하다는 동성애. 혈의 누는 잔혹성 때문에 흥행 홈런은 날렸지만 장외 홈런을 날리지 못한 김대승감독이다. 그러나 이 영화 가을로는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김대승감독 최고 흥행작이 될 것이 거의 확실시 해 보인다. 다만 '피프 개막작'이라는 닉네임이 얼마나 큰 변수로 작용할 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20자평 - 단지 '장면'들 만으로 모든것을 먹고 들어가는 영화.
유의사항 - 주인공이 죽는다고 전부 뻔한 멜로영화는 아니랍니다
비슷한영화 - 봄날은 간다
이 장면만은 - 현우가 민주의 수첩을 따라 여행할 때의 아름다운 풍경. 영화의 아름다운 엔딩
P.S - 가을에 정말 잘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개봉하면 연인(안되면 남녀라도!)과 꼭 보러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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