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실 입구에서 아이디 체크하는데.. 포스터를 보고 다섯개의 카피중 하나를 골라달란다. 내가 고른 건.. 금빛 카리스마..였다.
태양왕 루이14세.. 별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일생을 태양같은 인물이 되기를 꿈꿨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음악과 춤.. 어린 시절의 그는 태양이 되기를 바랬지만.. 음악과 춤에 대한 열정은 순수했다. 성인이 되었을 때의 그는 태양이 되었지만.. 더이상 순수한 열정은 없다. 그리고 마침내 태양왕이라 불리게 됐을때.. 그의 그림자로써 그의 빛의 일부가 되었던 륄리와 몰리에르는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다.
댄서이자 작곡가인 륄리.. 이탈리아인이면서 프랑스인이 되기를 꿈꿨던 그.. 아마도 그가 꿈꾼건 루이14세일 것이다. 그의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루이14세는 언젠가부터 륄리의 음악을 정치적 도구로만 이용하고, '내게는 친구가 없다'는 말로 그에게 작별을 고한다. 루이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현실과 타협하는 륄리.. 오히려 더 좋은 친구였을 몰리에르를 향해 비수를 던졌지만, 몰리에르의 죽음앞에서 한없이 후회했으리라.
당대의 희극작가 몰리에르.. 그는 루이 14세도 륄리도 모두 사랑했다. 또한 끝까지 연극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다. 그렇기에 무대 위에서의 그의 죽음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세 명의 인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왕의 춤'은 충분히 재미있다. 거기에 상영시간 내내 울려퍼지는 영화음악들.. 루이14세의 금빛 야망과 륄리의 음악에의 갈증, 몰리에르의 열정을 그대로 표현해낸 음악들은 이 영화를 한층 높여준다. 정치적 도구로 이용된 음악과 춤에 대한 묘사, 음악으로 설명되는 모든 상황들.. 전쟁조차도 음악과 그림 몇장으로 그 느낌이 충분히 전달된다는 건 조금 놀랍기까지 하다.
온몸을 금빛으로 칠하고, 커다란 태양의 얼굴로 장식된 지팡이(?)를 들고 춤을 추던 루이14세와 그를 위해 힘차게 음악을 지휘하던 륄리. 그를 위해 춤에 의미를 부여하던 몰리에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