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폭 마누라' 뜻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조폭과 마누라 사이에 한 단어를 넣는다면 "의"가 아니라 "인"이다. 조폭은 남편이 아니라 그녀자신이다. 온몸에 문신을 그려 넣고 칼을 휘두르는 여자 조폭이다. 조폭 마누라는 신은경 한 사람의 영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녀의 매력에 의존한다. 눈썹 한번 구기는 것으로 부하들을 제압하는 여자 조폭 역을 맡아 충분히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액션도 시원하고 그녀의 또다른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는 몸매 과시도 충분히 활용된다. 가위 하나로 암흑가를 평정한 차은진은 조폭 세계에서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한다. 빼빼 마른 몸에 20대 중반밖에 안됐지만 졸개들을 벌벌떨게 한다. 조금씩 비어 있는 듯한 그녀의 부하들. 하지만 그 충성심만은 어느 파에도 뒤지지 않는다. 촐싹대며 나서지만 머리회전이 빠른 빠다, 형님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마징가, 그리고 맷집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빤스가 그들, 어설픈 인물들이 황당하게 엮어가는 코미디가 '조용한 가족', '휴머니스트' 같은 황당 폭력영화 라인을 이어가는 듯하다. 빈 구석이 많은 듯해 헤프게 웃게 만든다. 그러나 이 기대감은 영화 절반까지도 이어지지 못한다. 죽어가는 언니의 소망이라며 은진은 갑작스레 결혼을 추진하는데 그 흔한 남자는 왜 이리 안 걸려드는지, 은진과 부하들의 결혼작전이 꽤 재미있고 동사무소 말단직원과의 역전된 부부생활도 웃음을 자아낸다. 허나 반복되는 상황에 웃음이 줄어들고 조폭간 패권다툼이 벌어지는 갈등 구조에 이르러서는 팔짱을 끼게 된다. <조폭 마누라> 친구, 신라의 달밤과 같은 조폭 영화에 엽기코드가 뒤범벅된 영화라고 해도 좋을 듯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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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cker119
감사해요.
2010-07-03
08:35
1
조폭 마누라(2001, My Wife Is a Gangster)
제작사 : 현진 씨네마 / 배급사 : 코리아 픽쳐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