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유럽쪽의 영화를 즐겨보지 않았다. 지루하다고 생각했고, 프랑스나 그쪽 영화를 특히 그렇게 생각했었다.
처음 프랑스 영화를 접했던 때가 중학생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너무 어려서 였을까, 아니면 내가 유난히 지루하고 재미없는 유럽 영화들만 골라 본 것일까.
이렇다 할 즐거움도 없고, 액션도 없고, 멋진 배우도 없이, 몇십년 전인 것 같은 배경들 속에서 이상한 말투에...
시간이 흐르고, 다시 유럽쪽의 영화들을 보게 되었다.
의도하지 않게 어쩌다보니 보게 되었고...처음엔 영 마뜩찮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에 빠져들었고,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 가끔씩 되새겨보게 되었다.
이 영화 역시, 어린 친구들이라면 지루하고 재미없어 할 지도 모른다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다고 해서 나이 많은 사람들이 다 좋아할만한 영화도 아닐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왕의남자나 괴물같은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 수십, 수백만의 관중은 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몇백, 몇천의 관중들이 두고두고 기억하는 영화가 되겠지.
메가박스나, CGV 같은 대형 멀티플렉스관 보다는 한두개, 많아야 서너개의 관이 있는 작은 영화관이 어울리는 영화. 씨디 보다는 비디오가 어울릴듯한 영화.
간간이 약간은 멍한듯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관객에게 편안한 웃음을 제공해주었다. 관객들 각자가 다른 사람을 생각지 않고 웃은 것이 아니라, 관객 모두가 웃음을 나누는 느낌이었다.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웃는 듯한 느낌.
중간에 엄마유령의 그 너무나 사람스런 설정에는...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 영화가 지금 장난하나...싶기도 하고. 그렇지만 나중에 살아있는 유령임을 짐작하게 된 뒤로는, 아주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문드의 남편...죽은 그를 땅에 파묻기 까지는 매우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영화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딸 파울라에게 그의 이야기를 하며 묻은 자리를 알게 해주는 대목에서...어쩌면 더욱 '영화스런' 그 대목에서 그것이 갑자기 현실인 듯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보고 나서도 기억에 남는 영화. 작은 한가지의 몸짓이 큰 의미로 남는 영화. 나누고 싶다. 그 영화관에서 웃음을 나누던 다른 관객분들과의 공감을, 아직 보지 못한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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