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뮤지컬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대하고 있었다.
<구미호가족>은 뮤지컬매니아인 나에게는 봄비와도 같은 존재였다. 뮤지컬영화의
미개척지 한국에서 과연 어떻게, 얼만큼 괜찮은 영화를 만들지도 미지수였다. 다행히
도 시사회로 미리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구미호가족>은 <물랑루즈>나 <시카
고>같이 화려하고 눈부신, 세련된 할리우드식 뮤지컬영화와는 다르다. 오히려 컬트무
비의 원조라 불리는 <록키호러픽처쇼>와 더 흡사하다. 특히나 영화적 상상력은 우리를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가장 재밌었던 씬은 구씨네 가족이 서커스단을 모집하러 광고
를 하러 다닐때,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씬이었다. 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댄스배틀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의 고전인 구미호와 미국의 시초인 뮤지컬의 어울리지
않는 만남은 이 영화를 더 독특하게 만들어버렸다. 이 영화는 충분히 매니아층, 이른바
폐인들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가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미지를 고려하
지 않고 완전 망가짐을 선사하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독특한 캐릭터들에
게 있다. 섹시한 첫째, 무식한 둘째, 신비스러운 셋째, 소심한 가장, 구라쟁이 기동이 그
렇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빛이 났던 조연들. 자살을 시도하는 추녀, 노망든 할매, 원더
우먼을 존경하는 오래된 지병들을 가진 남자까지 모두 제몫을 톡톡히 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사회풍자를 내리치고 있다. 그냥 재밌게 웃을 수 있는 가벼운 코미디이지
만 그 뒤로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뭐가 문제인지를 적절히 넣었다고 볼 수
있을까?! 어쨌든, 이 영화는 뮤지컬_블랙코미디라는 한국최초의 장르가 되어버렸다. 신
나면서도 매혹적인 음악과 까메오들의 출연으로 그 재미를 한층 더하는 <구미호가족>.
개봉 후 좋은 평들과 함께 흥행해도 성공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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