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타 : 정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영화
감독에 대한 호감보다 실은 배우에 대한 호감 때문에 보게된 영화다. 안성기, 박중훈 콤비를 다시 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이젠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이 출연해서 어떤 모습의 영화를 선보이는 지 궁금했던 영화다.
STORY
88년 <비와 당신으로>란 노래로 가수왕을 차지했던 최곤은 대마초 사건, 폭행 사건으로인해 10여년이 지난 지금 3류 가수로 밀려나 변두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러던 중, 손님과 시비가 붙어 싸움으로 결국 또 경찰서 신세를 진다.
그의 곁에는 10여년간 함께한 매니저 민수는 합의금 문제로 그들과 친한 방송국 국장의 제안에 어쩔 수 없이 서울을 떠나 영월로 가서 최곤은 결국 DJ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가서 보니 아무것도 없다.
한시바삐 영월을 떠나 서울로 돌아가고픈 그는 첫 방송 때부터 사고를 일으키고 만다. 과연 그는 서울로 돌아갈 수 있을까?
라디오 스타의 볼거리
안성기, 박중훈 콤비의 완벽한 연기 안성기, 박중훈이 콤비로 처음 등장한 건 88년 영화 <칠수와 만수>때부터이다. 이후, 지금껏 두 사람은 수차례 함께 영화에서 공동작업을 해온 바 있는 오래된 콤비 중 하나이다. 그들이 한 영화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자칫 식상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이기에 특별하다. 영화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은 다른 영화에서보이는 콤비 연기에서의 과장이나 오버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영화 속 가수와 매니저처럼 오랜 기간 같이 활동해왔음인가 실제 가수와 매니저는 아니지만, 영화 속 캐릭터 그 모습이 절로 녹아든 것처럼 느껴지는 건 이들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정말 이들이 아니었으면 과연 누가 이 역을 잘 소화해냈을 지 생각이 안 들만큼 잘 그려져 있다.
두 사람의 모습이 마치 영화 그 자체라고 할 만큼 최고의 모습이였다.
영화 속 80년대 스타, 그들의 지난 과거, 현재 모습을 떠올리다
이 영화 속의 80년대 스타로 대변되는 최곤은 과거의 인물이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예전의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몇년 전에 부산에서 라이브 카페를 냈던 전영록과 DJ를 했던 원미경에 대한 모습을 알기에 이 영화 속의 모습과 최근에 도박으로 패가망신했다가 복귀한 몇몇 인물들의 모습이 떠올라 내겐 그저 단순한 플롯이라기 보다 예전의 불과 몇 년전 그들의 실제 모습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그늘진 모습 속에서도 한켠으로 그들이 복귀해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예전에 그들이 활동했던 시절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과는 다르지만 예전에는 그들이 있었기에 열광했던 시절의 지난 날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야기 속에 담긴 정
아마 이 영화를 단 한 글자로 표현한다면 정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유명했지만, 과거의 인기로 먹고 사는 최곤에게는 그의 매니저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인간이다. 매니저에게는 최곤은 그의 꿈이자 희망과 같은 존재이다. 그 역시 최곤이 없는 자신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록 둘이지만, 하나와 같은 존재이라고 볼 수 있다.
인생의 내리막길에서 선 이들이 선택한 최후의 길은 밑바닥이라할 수 있는 지방방송국에서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느끼는 건 바로 약육강식의 세계 속에 둘러쌓인 모습이 아닌 라디오를 통해서 사람들과 호흡하는 모습이다.
틀에 짜인 얘기보다 정을 DJ와 청취자가 서로 정을 나누는 모습이야말로 이 영화가 보이는 최고의 미덕이다.
또한, 요즘 가수와 매니지먼트 사의 모습에서 종종 벌어지는 돈과 명예, 출세 등의 문제로 사이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아끼며 정을 나누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라디오 스타의 아쉬움
현실감과 오버 액션에서의 미묘한 차이
이 영화에서 그룹 이스트 리버로 출연하는 노브레인은 전업가수이다.그만큼 전업이기에 연기가 다소 영화에서 들떠보이거나 어수룩해 보인다. 그 점이 영화 초반에 조금 눈에 거슬리는 편이다. 하지만, 이후에는 이 점이 오히려 영화 속에서 더 빛나보이는 건 이들이 선보이는 음악과 공연이 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한다.
라디오 스타를 보고
정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영화
라디오 스타는 요즘의 인간 관계로 보자면,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다. 항상 불만이 만은 최 곤과 그를 신주 모시듯 하는 매니저의 관계는 어찌 보면 항상 위험이란 불씨를 지니고 있는 관계이다. 그러나, 그 밑바탕을 살펴보면 두 사람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지만, 그 오랜 시간 서로를 위하는 마음과 정이 그대로 지닌 사람들이다.
요즘 세태에서 매년 수많은 깜짝 스타들이 탄생하고 지는 마당에 이들은 그러한 깜짝 스타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고 한 방향을 향해 달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맥아더의 명언 중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져간다."는 말이 있지만, 적어도 이들에게는 아직 사라져 가기에는 그저 먼 얘기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들을 아직 기다리는 수많은 관객과 영화가 있을테니까 말이다. 어쩌면 지금의 모습이 아닌 영화 속 모습으로 전락한다 하더라도 아직 그들에게 해야할 일이 더 많이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스크린에서 정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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