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간, 다른 공간속에서도 서로의 아우라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그 먼 기억 속에 그들이 있었다.
10년. 새로이 기억이 생성되고 소멸하기에 충분한 그 시간 동안 그들은 자라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정확히 10년의 시간 동안 그들이 배운 것이라고는 '잊지 않는 방법' 뿐.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약속의 날. 피렌체의 두오모에 거짓말 처럼 거기, 그들이 서있었지만 예정된 약속 처럼 남자는 여자를 말 없이 보내주었다. 인정하지 못 했을 뿐 그들은 10년 전 이미 서로를 놓아준 것이다. 붙잡고 있다 믿었던 것은 단지 기억일 뿐. 놓아버린 것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은 서로를 기억하게 했고, 다시 만나게 했으며, 사랑하게 했고 또 이별하게 했다. 여자는 그렇게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들의 긴 이야기는 남자가 다시 여자를 좇아 떠나는 것으로 마지막을 알렸다.
책을 덮으며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 과연 여자를 만나기는 했을까. 그저 멀리서 바라보다가 돌아 오지는 않았을까. 만약 만났다면 남자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여자는… 기뻤을까.
비록 냉정과 열정의 간극 속에서 다시 서로를 떠나보냈지만, 그것 마저 평생 품고 살 수 밖에 없는 이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마지막까지 놓을 수 없는 기억이라면, 처음이 그러 했듯 마지막 구원도 서로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아직, 이야기의 끝을 정하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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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쓴 건 냉정과 열정사이 책을 읽고 썼던 서평.
오늘 드디어 영화를 봤는데... -_-
쥰세이는 그럭저럭...; 뭐 그냥 좀 아쉬운 정도였지만
책에서 표현되어진,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아오이는 유감스럽게도 아예 영화 속에는 없더라.
음악은... 음악때문에 본 거나 마찬가지니까 역시 맘에 들었어
(뭐 간혹 흘러나온 엔야의 노래가 좀 거슬리긴 했지만 ㅋㅋ)
어쨌거나 전체적으루 책보다 캐릭터자체가 너무 평면적인데다가
특히 그 문제의 라스트신... 뭐 절대다수에겐 감동적이었겠지만;;
난 개인적으로 별루;
그들의 연이은 재회 -그리고 또 다시 재회-가 감동적이기엔
책에서 느꼈던 '미완의 아름다움'이 너무 컸나보다.
결론적으로. 많이 침범 당한 기분.
또 다시 재회하는 걸 그렇게 꼭 확인해주듯 보여줬어야만 할까.
소설수업 때 늘 혼났던 부분이 생각났다- ㅋㅋ
((독자는 바보가 아니다. 잘난척하지 말아라. 일일이 떠먹여주지 말라. 생각하게끔 만들어라. 독자를 무시하는 행동은 소설 자체의 퀄리티를 떨어뜨린다. 등등 ㅋㅋ))
그러게 말이야.
그렇게 꼭 떠먹여 주지 않아도. 좋았지 싶다.
누군가들에게는 감동이었을 확인사살이 내겐 뼈아프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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