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다.
우리 눈에 비치는 저 승객들, 그리고 승무원들.. 그리고 테러리스트들...
그 어느 한 명도 살아서 집에 돌아가지 못할 것을..
이 영화는 너무 냉정하다.. 그래서 더 슬퍼보이는 걸까???
어쩌면 911 테러는 21세기가 실질적으로 시작된 분기점을 이룬 대사건이라고 할만하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911테러 직후 수 많은 헐리우드 영화들이 개봉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했고,
특히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포함된 스카이 라인이 선명했던 영화들은..
부랴부랴... 그 장면을 들어내거나 해야 했다..
자칫 헐리우드의 지나친 눈치보기가...
부시의 애국주의와 합체되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섞인 반응도 제기되었지만...
그 누구도 911 앞에서 자유로워지기는 힘든 분위기인 건 사실인 듯 했다..
처음 이 영화의 제작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에도 미국 내 분위기는 부정적이었다..
아직은 영화화하기에 이른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9월 11일.. 이날 테러에 동원(?)된 비행기는 모두 4대였으며,
이중 두 대는 세계무역센터에..
그리고 논란이 있지만, 한 대는 펜타곤을 공격하는 데 이용되었고,
나머지 한 대는 미 정부 발표대로라면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벌판에 추락했다..
(루스 체인지를 보면, 이 부분도 논란이 많은 것 같다..)
아마도 911을 다룬 첫 헐리우드 영화가 허허벌판에 추락함으로서 테러 목표 달성에 실패한..
유나이티드 93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은 그만큼 부담감이 적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어떤 정치적 주장도 거세했다는 점이다..
한 동안 프랑스를 중심으로 제기되었고, 루스 체인지의 성공적 유통 이후 미국 내에서조차 거세진 음모론의 한 자락도 이 영화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그저 운명의 그 날 유나이티드 93편에서는 어떠한 일이 발생했는지 담담히.. 그리고 차분히 그리고 있다..
그리고 허둥대는 각 지역의 관제센터들, 군대..
감독은 일부러 전혀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활용, 이 얘기가 허구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사용했으며, 그 의도는 상당 부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911에 대해 미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주장부터 의도적으로 테러를 방치했다는 주장까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중적으로 큰 영향력이 있는 영화로 제작하기에, 그 부담감은 만만치 않았으리라..
그 부담감을 덜기위해 첫 발자국은 바로 이와 같은 다큐멘터리적 기법에서 나왔으며, 아마도, 이 영화로 인해 911테러가 영화의 소재로 활용되는 것에 점점 더 둔감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기억..
유나이티드 93편의 추락에 대해 당시 부시 대통령과 미 정부는 승객들이 다른 항공기가 테러 공격에 이용되었다는 사실을 전화로 알고, 테러 저지를 위해 영웅적 죽음을 택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영화에서는 이들은 무엇보다 자신들이 죽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으며, 이편이 훨씬 더 인간적임은 두 말 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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