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워즈><T2>이후 SF걸작은 공백현상을 보이다가 98년 당시 혜성처럼 나타나서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온 이 영화는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것처럼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취사 선택할 수 있는 관점의 다양성에 매료되게끔 만드는 영화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종교적 관점에서 이 영화를 바라본다면 어떤 시점이 제공될 수 있겠는가?
불교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Neo를 미륵으로 바라보고 투영하게 만든다. 미래의 부처로서 미륵이 강림하리라는 기대적 관점은 기독교의 메시야적 관점과 유사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과거 인류와 기계와의 투쟁 과정 결과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 인공지능을 인류가 만들고 인공지능이 발달함에 따라 인공지능과 인류가 투쟁하면서 인간은 기계의 에너지원이 되는 태양광을 차단하고 기계와 투쟁했으나, 인간은 결국 기계의 포로가 되고 만다는 이야기는 결국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되고 태양을 상실한 것은 자업자득이라는 이야기가 되는데, 디스토피아라는 결과는 과거의 행위로 인한 업보임을 알 수 있게 만드는 내용이다.
기독교적 관점으로 이 영화를 바라본다면 어떻게 될까? 용어적 의미만 파헤쳐 보더라도 숨은보물찾기 하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여주인공 트리니티가 의미하는 바는 기독교적 용어로는 삼위일체이다. 네부카드네자르라는 호버크래프트의 명칭은 기원전의 바벨론 느부갓네살 왕을, Zion이 시온을 의미함은 말할 나위조차 없다. 영화 러닝타임 38분 즈음해서 네부카드네자르 호를 소개할 때 나타나는 화면을 유심히 본다면 Mark Ⅲ No.11이라는 뜬금 없는 모델명이 나오는데 - 이 표기를 성서 약칭으로 간주한다면 막3:11이 된다. 마치 DVD타이틀에서 Easter Egg라도 발견한 기분이다. 역할 설정으로 본다면 사이퍼는 영락 없이 그리스도를 배신한 가룟 유다이다.
두 종교적 관점으로, 그것도 표면적으로만 바라보더라도 위와 같은 관점들이 제시되는데, 이를 여타 과학적, 정치적 혹은 시뮬라르크/거시적/미시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이 다른 관점이 속속들이 발견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언급하기에는 너무나도 벅차다. 그렇다면 본론으로 들어가서 협의적 관점에서 - 리뷰 타이틀에서 제기된 문제를 지적하기로 하겠다. SF문학이나 영화에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거나 멸망시킨다는 이야기는 이 영화 이전부터 줄곧 디스토피아적 결말로 많이 언급되던 이야기이다. 하지만 인간을 발전기로 삼는, 동력원의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다. 무슨 생각을 갖고 사람 몸에서 나오는 전력을 자원화 할 생각을 하였을까?
여기에서 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ⅰ)인간을 발전소로 삼을 때 품게 되는 의문점 하나
인간 몸에서 발생되는 전력이 영화 상에서는 120KW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보다 체적이 훨씬 나가는 코끼리나 고래를 인공지능이 전력제공자로 삼게 된다면 인간보다 풍부한 양의 전기를 얻게 되지 않겠는가? 차라리 인공지능이 소에게 목초지라는 가상현실을 제공하여 소를 사육하는 게 낫다. 기계들을 제압하고 말살하려 한 인간을 발전소로 삼기 위해 살려둔다고 하는 설정은 첫 질문에서 의문을 제기케 만든다
(ⅱ)인간을 발전소로 삼을 때 품게 되는 의문점 둘
인공지능이 만들어지기 전의 시기인 20C부터 원자력에너지는 오염 문제를 제외하면 효율적 동력원으로 사용되어 왔다. 기계들이 우라늄을 배제하고 굳이 생체에너지만 이용해야 하는 까닭은?
(ⅲ)인간을 발전소로 삼을 때 품게 되는 의문점 셋
99.9%의 인간이 에너지원으로 이용된다 하더라도 모피어스 일행, 시온의 거주민들 같은 지각 있는 인간들이 아직 남아 있고 이들이 옛 인류처럼 기계에게 반기를 들고 대치상황을 벌일 수도 있는데, 기계의 입장에서 본다면 시온 거주민에게 동조할 잠재적 불안요소를 굳이 살려두어야 하는가? (애니 매트릭스에선 네오가 매트릭스에서 한 소년을 시온으로 오게끔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ⅳ)인간을 발전소로 삼을 때 품게 되는 의문점 넷
영화를 벗어나 지금의 현실에서 환경단체들이 사람들에게 육식을 줄여야한다는 슬로건을 내거는 이유가 무엇인가? 소의 목초지를 마련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삼림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기에 그렇다. 영화로 돌아와서, 죽은 인간은 액화시켜 다시 산 사람의 자양분으로 공급 된다고 하는데 이로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인간에게 공급되는 자양분이 인간이 발생시키는 전력을 상회하면 이처럼 비효율적인 발전소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소의 고기 1KG을 얻기 위해서는 2~3KG의 콩이나 사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발전소로 삼은 진정한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영화 각본상의 허점을 노출한 것일까? 본인은 각본상의 허점이 아님을 논리적으로 밝히고자 한다.
(Ⅰ)추론 하나
인간을 살아있는 체스의 말로 비유하면 어떨까? 인공지능은 인간을 제압하고 인간을 가상세계로 의식 자체를 전이하였다. 그리고 시뮬레이션 안의 인간들을 체스의 말처럼 관찰하는 것이다. 기계가 의식 자체가 없었다면 인간과의 전쟁 승리 이후 인간을 말살 하였겠지만 인공지능은 그렇지 않았다. 인간성과 나름대로의 개성이 창출하는 변개성, 이런 것들이 매트릭스라는 시뮬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관찰자/전능자의 입장에 서기 위해 말이다. 시온의 인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간은 자신이 통제되고 있는 것도 모르겠지만, 인공지능은 인간 위의 신으로 군림하기 위해, 인공지능의 힘을 행사할 대상이 인간이기에 말이다.
(Ⅱ)추론 둘
스미스 요원과 사이퍼가 식당에서 대화하는 중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내 몸을 다시 발전소에 데려가서 매트릭스에 꽂아주면..." 인간 외에도 발전소가 있음을 표명하는 대사이다. 그렇다면 발전소가 있음에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살려두는 까닭은? 발전소 제어는 최종적으로 인공지능이 하겠지만 세세하게 관리해 주어야 하는 일을 일일이 다 하기엔 벅찰 수도 있다. 인간의 두뇌를 병렬형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발전소의 융합 반응을 체크하고 모니터하는 거대 분산 처리 과정에 인간의 뇌를 이용한다는 가능성 말이다. 실제로 싸이월드에서는 음악 리소스를 싸이월드 서버에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의 PC네트워킹 서버를 이용하지 않는가?
(Ⅲ)추론 셋
뉴튼의 결정론적 물리법칙에 이의를 제기한 물리이론이 과연 무엇이겠는가? 상호배치되는 이론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이론으로 양자역학을 들 수 있겠다. 양자역학 또는 카오스 이론은 2편에서 메로빙지언의 대사에서도 언급 되지만 인공지능의 결정론적 프로그램으로는 주체할 수 없는 오류 내지는 변이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양자역학이다. 인간의 다양성과 비결정론적인 과정은 인공지능이 해결할 수 없는 결정론적 논리의 버그를 인간 의식의 비결정론적 요소라는 양자역학적 요소가 보완해 주어야만 매트릭스를, 그리고 인공지능의 논리적 변이를 상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결정론적인 과정은 의식 증폭의 촉진제가 되기도 한다.
끝맺으면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굳이 건전지로 삼아야 할 이유는 없다. 발전 에너지원으로 생체에너지를 원한다면 다른 거대 포유류로 대체해도 된다. 영화의 허점이었을까? 나름대로의 세 가지 논리로 설명하였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다른 이론을 제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전능자의 권위를 행사하기 위한 체스 말이라는 역할, 병렬형 PC의 역할 또는 양자역학의 비결정적 요소를 제공하는 역할 이외의 다른 요인도 환영하는 바이다.
PS. 네오의 배꼽에서 추척자 로봇을 제거하는 모습을 볼 때 <Alien,1979>의 오마쥬로 바라보게 되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