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가 아닌 이상 세상에 똑같이 생긴 사람들은 없다. 그만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없다. 외모는 똑같이 생긴 쌍둥이조차도 신념이나 가치관은 충분히 다를 수 있다. 그만큼 사람들 한명한명이 미래의 자기 모습으로 꿈꾸는 삶의 모양 또한 천편일률적으로 같을 수가 없고 다 자기 취향대로, 자기가 원하고 편하게 생각하는대로 방향을 정해놓는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가진 수천만, 수억가지의 생각들조차도 편의에 맞게 단순한 몇개의 부류로 나누길 좋아하는 사람의 고약한 본성 때문에, 때론 몇몇 사람들의 절실한 꿈도 다수의 생각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꿈 취급을 못받기가 일쑤다.
여전히 성 문제에 있어서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성을 바꾸고 싶어하는 이들의 간절한 소망은 이런 상황으로 인해 외면당하기 쉽다. 단지 다수의 상식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개인의 꿈은 생각보다 더 비참하게 무시당할 수도 있다. 이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는 이렇게 아직 꺼림직한 시선이 많이 퍼져 있을 이런 꿈을 가진 한 소년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 소년이 가진 꿈만큼 유별난 사람은 아니라는 걸 거듭 강조한다. 제목은 조화되지 않는 두 단어가 만나 독특한 뉘앙스를 풍기지만, 우리의 주인공 소년은 사실 전혀 독특하지 않다.
소년 오동구(류덕환)는 힘쓰는 데 소질있어 보이는 덩치와 이름과는 달리 여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자신이 남자의 몸을 하고 남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도 서먹서먹할 뿐이다. 학교 오기 전에 새벽 알바도 하면서 열심히 수술할 돈을 모으지만 그 거금이 어디 하루아침에 모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던 중 당최 장래를 종잡을 수 없는 친구 용만이로부터 씨름부에 들어가 대회 우승만 하면 장학금 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동구는 안그래도 힘도 좋겠다 씨름부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실습도 안시켜보고 소질 있는 걸 척하니 눈치채는 감독님(백윤식)에 의해 씨름부에 발탁된 동구는 하지만, 남학생들과 벌거벗고 몸을 부대껴야 하는 것이 영 내키지 않는다. 거기다 자신은 나름 진지한 목적으로 들어왔건만 주장(이언)은 계집애같은 애가 장난치려고 들어왔다면서 영 탐탁치 않은 시선으로 동구를 바라본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동구는 자신의 꿈에 대한 열정과 점점 솟아나는 씨름에 대한 열정으로 연습에 매진하고, 하루하루 인천시장배 대회를 향해 전진하지만, 역시나 남들이 보기에 여전히 범상치 않은 꿈을 지닌 동구 앞에 순탄한 길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이 영화의 공동제작사 중 하나의 이름도 "반짝반짝"이던데, 이 영화가 정말 반짝반짝 빛나는 이유는 참 여러가지가 있다. 첫째는 근래 보기 드물었던 유래없이 독특한 구석으로 가득한 캐릭터들이다. 정말 하나같이 웃음과 황당함을 자아내는 개성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소화하려면 무엇보다 탄탄한 연기력이 우선인데, 그런 점에서 이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력은 나무랄 데가 없다.
주인공 오동구 역의 류덕환의 연기는 그 중에서도 발견 중 발견이다. 이전 <묻지마 패밀리-내 나이키>, <웰컴 투 동막골> 등에서 청소년 배우로서 무난하면서도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이라 할 만한 연기를 보여줬던 이 배우는 이번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는 역할 자체가 평범하지만은 않은 역할인만큼 확실히 두드러진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동구는 그 자신이 가진 비범한 꿈때문에 아직은 어린나이지만 그에 맞지 않게 너무 큰 고난과 아픔을 견뎌나가야 했던 아이인 만큼, 이 영화에서 류덕환이 보여준 연기의 스펙트럼은 단순히 성장영화에서 청소년 배우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틀(반항적이거나, 정체성에 있어 혼란스러워하는 컨셉의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남자다운 덩치를 하고 있지만 사고관과 행동은 영락없이 여자이고, 그러면서 또 남자들이 대다수인 씨름부에 들어가면서 말못할 해프닝들을 겪는다. 때론 여자처럼 새초롬하게 행동하면서 렉시의 "애송이" 춤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다가도, 생각보다 너무나 큰 세상의 벽과 주변의 시선 때문에 좌절하고 자신의 꿈을 원망하기도 하는, 한마디로 겪을 거 못 겪을 거 다 겪는 삶을 사는 소년 동구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남자들 앞에서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과 여성스러움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세심한 동작까지, 여성의 심리를 지닌 남성의 모습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이로써 한국영화계가 또 한명의 튼실한 연기력을 지닌 꿈나무를 발굴해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비단 주인공 류덕환 뿐이 아니라도 눈부신 개성을 발산하는 캐릭터는 곳곳에 펼쳐져 있다. 큰 비중은 아니지만 특별출연으로 씨름부 감독 역을 맡은 백윤식 씨는 그럼에도 여전히 강력한 카리스마와 함께 독특한 성격을 지닌 캐릭터로 웃음을 선사한다. 씨름부 감독이 선수 실력을 직접 보기보단 이름에 목숨 걸고, 경기 관전은커녕 변비인지 허구한날 화장실에서 소일하는 희한한 성격의 감독 역할은 백윤식 씨의 오묘한 카리스마가 아니고서는 소화가 되지 못했을 역할이 아닌가 싶다. 묵직하다가도 어느 순간 촐싹거리는 구석을 보이는 목소리, 그저 무심하게만 보이는 눈빛과 함께 백윤식 씨는 이렇게 뻔하지 않은 성장 영화 속 어른의 모습을 멋지게 보여주었다. 씨름부 주장 역을 맡은 모델 출신의 배우 이언은 첫 연기 데뷔작임에도 꽤 무난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어떻게 보면 하나같이 웃기게 보일 수 있는 씨름부에서 유일하게 고민많고 진지한 캐릭터로서 어색하지 않게 무게중심을 잘 잡아주었다.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는 덩치 1,2,3들도 빼놓을 수 없는 주역들이다. 거대한 덩치 뒤에 춤을 배우고 싶어하는 섬세한 감성과 동구를 향한 묘한 감정을 소유한 덩치 1 역의 문세윤의 연기도 능청스럽고, 영화 내내 대사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흥분하면 쇼트트랙 자세를 취하는 덩치 2 역의 김용훈(수파사이즈로 잘 알려져 있다)은 그 자태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내며, 겨드랑이에 온 신경이 집중됐는지 겨드랑이만 건들면 입에 거품물고 쓰러지는 덩치 3 역의 윤원석은 세 뚱보들 중 가장 폭발적인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라고 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역시 특별출연한 초난강(쿠사나기 츠요시)은 등장하는 장면은 몇 개 되지 않으나 나올 때마다 강도 높은 웃음을 선사한다. 이번에 <일본침몰>이 개봉하면서 이제는 웃긴 이미지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지만, 이 영화에 출연한 이상 어쩔 수 없다. 이 영화 속 그의 이미지는 기존에 그가 갖고 있던 코믹한 모습을 극대화시킨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그의 공전의 히트곡인 "정말 사랑해요"의 가사까지 대사에 인용했으니 말 다했지 뭐. 암튼 이 배우가 나오는 장면들도 놓치면 후회한다.
하지만 이런 밝고 코믹한 캐릭터들 이외에도 어둡고 진지한 캐릭터들 또한 존재하고 있어 균형을 맞춰주고 있다. 술에 쩔어 살고 툭하면 던지고 때리기 일쑤지만 알고보면 참 불쌍한 동구네 아빠 역을 맡은 김윤석은 기존의 젠틀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거칠지만 약하고 초라한 아버지의 모습을 리얼하게 연기해냈다. 역시 특별출연이긴 하지만 동구네 엄마 역할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상아 역시 평범하지 않았던 삶을 뒤로 하고 다시 삶을 개척하려는 여인의 모습을 다소곳하면서도 당차게 소화해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코미디 장르의 영화다. 그만큼 웃기는 부분이 참 많은데, 이 영화가 웃기는 방법은 기존의 한국영화들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방식이다. 직접적인 언어유희나 개그, 상황 설정으로 웃음을 주기보다는 웃음을 동반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들의 개성, 과장되고 오버하지 않고 건조하고 절제된 시각을 통해 웃음을 선사한다. 앞서 얘기한 덩치들의 독특한 성격(흥분하면 즉시 쇼트트랙 자세, 겨드랑이 간지럼 절대 못참는 성격)은 그 설정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며, 이들의 좌충우돌 훈련 과정을 오버하고 요란한 움직임으로 보여주지 않고 딱딱하고 절제된 자세로 보여주는 화면구도도 그 희한한 분위기에서 절로 웃음을 유발한다. 또한 현실적으로는 써먹지도 않을 일시정지 자세도 인물들이 몸소 보여주는 등 이 영화가 웃기는 방식은 만화적이고 일본영화적인 구석이 상당히 있다. 이렇게 기존의 한국영화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오묘하게 웃기는 면이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었다. 일본영화에서도 적지 않게 본 스타일이라 "독창적"이라고 하긴 힘들지 모르나, 늘 과장된 유머와 개그로 일관하던 한국 코미디영화들 속에서 왠지 비주류적인 방식으로 튀게 웃긴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가벼운 개그와 유머로만 무장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소재부터가 다소 민감한 만큼, 영화에는 나름 진지한 메시지도 곁들여져 있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결코 무겁지 않다. 아니, 오히려 이런 걸 무겁게 받아들이려는 우리를 나무라고 있기도 한듯, 영화는 편안하게 다가온다. 코미디 장르에서 출발한 영화는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 나가지도 않고, 그만큼 너무 무겁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영화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물론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 동구의 꿈이다. 영화는 동구가 좋아하는 일본어 선생님에 대한 환상, 동구가 보여주는 별스런 행동과 재주 등을 보여주면서 무겁지 않게 흘러가면서도 후반부에 들어서는 그런 꿈때문에 점점 힘들어 하는 동구의 모습을 비추면서 영화가 본질적으로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잊지 않는다. 남들은 멀쩡한 남자인 동구가 여자같은 행동을 하고, 남자선생님을 좋아하고, 여자가 되려고 하는 걸 보면서 미친놈 취급을 하지만 동구에게는 누구도 함부로 손댈 수 없는 꿈이다. 이제는 성 문제에 대해 많이 개방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관대하지만은 않은 것이 한국 사회이고, 그만큼 주변의 반응은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거칠고 괴팍한 성격을 지닌 아버지는 동구가 자신의 본모습을 고백함에도 불구하고 "남자 대 남자로 싸우자"면서 동구에게 남성성을 강요하기도 한다.(동구에게 유독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아버지의 포크레인 역시 동구에게 강압적으로 남성성을 강요하는 현실의 단면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처음 동구의 모습을 보는 우리도 동구의 덩치와는 다른 유별난 말투와 행동에 이질감을 느낄 수 있지만, 점차 동구가 맞닥뜨린 상황에 몰입하고 동구의 심리를 공유하게 되면서 그 아이가 얼마나 그 소망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는지 어느 순간 수긍하게 된다. 그만큼 동구의 미래에 대한 열망은 우리의 무지한 편견도 뛰어넘을 만큼 간절하고 강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상식적인 생각에 자신의 사고관도 맞추고 남들의 모습도 맞추게 된다. 동구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생긴 것도 남자답고 덩치도 큰데 힘쓰는 일에나 어울리지 어떻게 여자가 될 생각을 하냐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구는 개의치 않는다. 비록 자식들을 버리고 집을 나간 나쁜 엄마가 되었지만 놓쳐서 너무나 후회하고 있던 자신의 꿈을 다시 붙잡고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동구의 엄마처럼, 동구 역시 남들의 시선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원하는지에 더 무게중심을 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넌 이게 어울리겠다 싶은 옷"을 입는 게 아니라,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 입고 싶은 옷"을 동구는 선택한 것이다. 동구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배는 불룩 튀어나왔고 발은 넙적해서 수술을 한다고 해도 참 못생긴 여자가 될 거란 것을.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 못생기게 보일 거란 생각 쯤은 동구에게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동구에게 그것은 어떤 거창한 꿈을 이루고 자신을 이상적인 모습 속에 정형화시키려 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진실한 삶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니 말이다. 사실 동구가 여자가 되길 원하는 것은 꿈이니 장래희망이니 하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뭔가 모자랄 것이다. 동구에게 여자가 된다는 것은 그의 말마따나 "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향해 가는 게 아니라 내게 어울리는 진짜 삶을 걸쳐입기 위해서이니 말이다.
물론 영화는 동구의 꿈만 일방적으로 보여주면서 현실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현실은 참 싸늘하기도 하고 인정이 없기도 하다. 단지 여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동구의 모습 뿐 아니라, 동구의 아버지, 씨름부의 현재 모습을 비추며 영화는 꿈을 좇는 사람들에게 관대하지만은 않은 현실의 모습을 비추기도 한다. 씨름부원들은 모두가 나름 꿈을 안고 씨름부에 들어왔겠지만 항상 지루하고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허덕이고 주장도 아무리 연습해도 라이벌을 넘어서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밉기만 하다. 수능에 대비해 교실에서 공부에 열중하는 아이들에 비해 이 씨름부원들에게는 뭔가 시덥잖은 미래만 기다리고 있을 것처럼 무관심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한때는 복싱으로 아시안 게임에서 메달까지 땄지만 지금은 막노동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동구네 아버지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복싱 하나만 생각하고 살아온 삶이 일순간에 바보취급 받게 되면서, 동구 아버지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환멸로만 마음을 채워갈 뿐이다. 이처럼 영화는 우리가 흔히 접해왔던 "학교 운동부"에 대한 문제도 슬며시 꺼내들면서, 이들도 자신들의 꿈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이건만 단지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컨셉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홀대하고 무시하는 현실의 안타까운 단면을 넌지시 던지고 있기도 하다.
동구의 꿈은 어쩜 이런 운동부들의 희망보다도 더 무모하고 외로운 싸움일지도 모른다. 안그래도 남들 시선이 좋지만은 않은 학교 운동부에 든 데다가 그 목적이 여자가 되는 수술을 받는 것이니 더욱 더 그럴 것이다. 더 민감한 사람들의 생각과 싸워야 할 것이고, 더 폭력적인 사람들의 시선과 맞서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구는 그럼에도 행복할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꿈, 원하는 삶에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가며 다가가고 있고 점차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비록 수술한 뒤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가 된다고 한들, 동구는 여전히 행복할 것이다. "행복이란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이라는 감독님의 말처럼, 동구는 드디어 찾은 자신의 진실한 모습에 대한 애정과 만족감,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뛸 것이니 말이다. 영화 속에서 동구가 실수로 빨간 샅바와 파란 샅바를 같이 빨다가 물이 빠져 보라색 샅바를 만들게 되는데, 어쩌면 동구가 이런 보라색 샅바의 처지일지 모른다. 마음은 빨간 샅바를 향하는데 몸은 파란 샅바인 어중간한 존재. 하지만 점차 빨간 샅바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자신에 대한 애정을 한없이 키워가는 그의 모습은 비록 지금은 어중간하다 할지라도 칭찬받아 마땅한 삶의 태도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영화는 이처럼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동구의 모습을 "트랜스젠더"라는 특수성 안에 가두지 않고 그저 꿈을 가진 평범한 청소년의 모습으로 보여줌으로써 이런 그의 삶이 결코 욕을 들을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그가 그 어떤 유별난 꿈을 갖고 있든, 그것이 누군가를 해칠 위험을 갖고 있지 않는 한 누구도 그 꿈을 욕할 자격은 없다. 그 사람도 나만큼 벅찬 희망과 설렘을 갖고 있을 것이고 나만큼 간절할, 아니 나보다도 더 간절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화는 트랜스젠더라는 독특한 상황에서 오는 애환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그가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서 갖고 있는 꿈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애정을 부각시키면서 심장이 쿵쾅쿵쾅거릴 만큼 자기 꿈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제대로 된 선수들이나 할 수 있다는 씨름의 기술 "뒤집기"가 초보 입장에서 꿈도 꾸지 못하겠지만 동구는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듯, 자신의 꿈이 당장은 까마득해 보여도 좋다. 그만큼 그 꿈이 내 삶에 채찍질을 가할 수 있는 애정을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민감한 시기에 닥치는 갈등과 혼란에서만 그치지 않고 우리 삶 전체에 있어서 꿈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를 웃으면서 가르쳐 주는 이 영화는, 분명 아주 잘 만든 성장영화임에 틀림없다. 성장영화라고 해서 청소년들에게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다 자란 어른들이라고 해도 아직 우리에겐 미처 자라지 못한 게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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