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와 유지태가 그리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데 어쩐지, 실은 어쩐지가 아니라 허진호 감독이 그의 전작이었던 8월의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세트와 화면구성이 한편으로는 편안한 마음을 들게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관객들을 식상하게 만든다. 허감독의 전 작품이 너무나 뛰어나서인지 몰라도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예전의 장면들( 앵글이나 유지태가 사는 집의 세트. 특히나 낡은 양옥의 마루바닥은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석규가 살던 수박을 먹던 그 집의 마루같다. )을 모방하는 그의 이번 작품은 보다 큰 여운을 남기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녹음기사인 상우(유지태)와 방송국 아나운서 겸 PD인 은수(이영애)는 일로 만나 사랑을 나누다 헤어졌다 만나는것이 이 영화의 주요 내용인데 이야깃거리인데 이 영화에서 가장 신경을 거슬리는 것은 가장 큰 문제는 극을 끌어나가는 배우들의 역할분담이다. 분명 개봉직전까지 사전홍보를 통해 관객들이 알아온 사실은, 혹은 기대한 사실을 유지태와 이영애가 무언가를 보여줄 만한 위치에 서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그들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들지 감독에게 묻고 싶다. 물론 그 두사람의 화면안에서의 노출빈도 수가 다른 배우들에 비해 많기는 하나 단순히 많이 나온다고 해서 그들이 주연이라 불리울만큼 비중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게 현실이다. 조연으로 나오는 상우의 식구들은 시나리오 상으로는 상당히 의미있는 인물들이었을 거란 추측을 하게 해주는데 그들도 정작 영화속에서는 제자리를 찾지못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감독의 욕심이 너무 과했거나 아니면 신경을 쓰지 않았거나 '라는 내 나름대로 해석이다.
극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잊지 못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전해주신 메시지는 할머니의 노래같이 봄날이 간다라는 누구나 사랑은 하지만 그 사랑이 떠날때도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상우와 은수의 사랑은 그렇게 처리하기엔 많이 허전하고 어색하다. 도대체 이 영화는 통속적인 멜로영화도 아니고 작가주의 예술영화도 아니고 어떤 영화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간간이 보이는 위조된 웃음의 요소들은 이 영화가 혹시나 코메디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더욱 불행한 사실은 정체불명의 이 영화가 끝났을때 시사회장의 들린 몇명 안되는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맥이 빠져있었다는 사실이다. 정말 큰 기대를 걸었던 나는 영화가 끝났을 때의 그 하얀 나의 머릿속에 많은 실망을 했다. 아무런 여운도 웃음도 남은 것이 없었다. 고 유영길 감독님이 이름이 괜히 떠오른 이유는?
배우들.. 유지태와 그의 아버지가 연기를 그럭저럭 잘했다. 이영애. 그녀에게 기대를 걸기에 아직 이른 것일까?가. 그녀는 열심히 하고 지금까지 와는 다른 ( 배우 나름대로는 파격적일 거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조금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역 자체가 원래 그렇게 개성이 없는 것이었을까. 역시 귀엽기는 하지만. 조금 더 열심히 하길.
..봄날은 간다....
영화는 허무개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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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태아버지안나왔어요...고모부아니에요?????
2001-09-30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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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2001, One Fine Spring Day)
제작사 : (주)싸이더스, Applause Pictures, Shochiku Films Ltd.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Applause Pictures, Shochiku Films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