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관계 맺기를 통해서 한 움큼씩 성장해 나가는 존재임을 깨달아 간다. 그리고 친구에서 연인으로 그리고 가족으로 관계가 바뀌듯이 다양한 변주를 통해서 새로운 관계로 변모해 나가기도 한다. 이런 인간사의 관계 맺기를 가족이라는 친밀한 울타리 속에서 신선하면서도 솔직 담백하게 묘사한 영화의 출현은, 옛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듯한 잔잔한 기쁨과 감동을 안겨 준다.
<가족의 탄생>은 가족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정확히 짚어내면서도, 대중 영화의 화법을 잃지 않은 근래 보기 드문 가족 드라마의 모범 교본이 될 만한 영화이다. 가족 영화이면서도 혈연공동체라는 색체를 지워낸, 그렇다고 대안가족이라고도 할 수 없는 가족의 관계를 보여주지만, 불완전해 보이던 관계가 슬며시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가족이라는 것이 한 핏줄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미운 정 고운 정 다 쌓으면서 자연스레 서로 기대는 관계임을 깨닫게 된다.
<여고괴담 : 두 번째 이야기>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김태용 감독은 데뷔작에서 보여준 연출력이 단지 우연이 아니었음을 두 번째 영화에서 확인시켜 준다. 다양한 인물군들을 따로 또 함께 엮는 세공술은 3개의 에피소드를 축으로 진행되는 옴니버스 구조를 바탕에 깔고, 배우들의 호연이 뒷받침 되어 물 흐르듯 진행된다.
옴니버스 형식임을 언급하지 않고 진행되는 3개의 에피소드는 자칫 갑작스런 장면과 인물 전환으로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인물의 심리와 움직임에 동화되다보면 어느덧 3번째 에피소드에서 이야기가 융화되는 과정을 목도하며 감탄을 터뜨리게 된다. 특히 엔딩 크레딧과 함께 현실(혹은 가상)의 공간인 기차역에서 펼쳐지는 인물들 간의 교차 장면은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무수한 인간사에서 스쳐 가는 인연에 대해 상기시켜 주면서, 인연이라는 끈을 통해 탄생되는 가족의 관계에 대한 풍성한 설명을 제공한다. 이처럼 <가족의 탄생>에는 다루는 가족은 혈연이 아닌 인연으로 맺어지지만, 그것이 친구나 연인 혹은 제 3자일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 특별한 인연을 만들며 특별한 존재로 다가가면서 정이 쌓이는 그런 관계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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