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학교 다닐때는 매년 스승의 날때마다 스승의 은혜를 선생님 앞에서 부르는게 관례행사였습니다. 요새는 그런게 없어졌다고 하던데, 어쨌든 매년 가사를 틀려가며 열심히 불렀죠. 그렇다고 정말로 은혜를 감사히 여기며 불렀느냐.. 그건 선생님들께 죄송한 말씀이지만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돌이켜보면 은혜입은 선생님보다는 과도한 폭력과 꼬트리로 못살게 굴던 선생님이 더 기억에 남으니 말입니다. 스승의 은혜는 이런 상처들을 하나씩 꺼내어 통쾌하게 복수하는 추리공포입니다.
헐리웃 영화 스크림이 대표적인 슬러시 무비 장르를 표방하는 스승의 은혜는 엽기적 살인과 과도한 피가 매력인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색달랐던 점이 바로 이것이었어요. 금발의 미녀를 죽이는 미국인 살인마가 아닌 한국사람을 죽이는 한국인 살인마.. 이번해에 나왔던 한국 공포영화가 대부분 귀신을 소재로 한 공포였기에 유일하게 사람을 무기로 등장하는 스승의 은혜는 구미가 당길수 밖에 없었습니다. 누군가 잔인하게 죽어나갈때마다 초대된 7명의 동창생중 과연 누가 살인마인지.. 그것을 추리하는 맛이 정말 간만인지라 제대로 느끼고 왔죠^^ 추리 스릴러가 없던 요새 영화판에 새로운 활력소가 된 영화였습니다.
허나.. 이 영화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주제는 번뜩이나 스토리 진행이 역시 미국영화를 벗어나지 못하여 끝이 또한 예상되는 바라 결말을 치닫을수록 영화의 긴장감은 점점 느슨해집니다. 좀더 비비 꼬아줬으면 하는 부분도 허술하게 꼬아져버려 쉽게 풀려버리니 진정한 추리는 실상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추천하는 이유는 어린시절, 이유도 없이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그 선생님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을 영화에서 대신 해주니 뭐라 그럴까요.. 대리만족이라고나 할까요.. 좀 무섭죠?^^ 허나 주인공들이 떠올리는 선생님에게 받은 상처에 대한 회상씬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할 것입니다. 특히 스승의 날때마다 드려야 했던 선물이요.. 으~~~
여러분은 죽이고 싶은 스승이 있습니까? 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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