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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님의 영화는 소박하고 솔직하고 무뚝뚝하고 담담하다. 일상의 섬세함을 담아내며 배우들의 진솔한 연기를 이끌어내는 감독님의 장점이 빛나는 영화였다. 소년 같은 풋풋함이 느껴지는 유지태와, 이기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의 이혼녀를 표현한 이영애의 연기도 참 좋았다. 이 영화의 가장 멋진 부분인 부드럽고 아름다운 조성우님의 음악은 위로하는 손길 같은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인물들이 부르는 노래에서 읽은 코드
은수(이영애)는 사랑의 기쁨을 부른다. 그러나 이 노래의 내용은 사랑의 슬픔에 관한 노래이다. 그녀의 콧노래는 즐거움의 표현이라기 보다는 사랑의 아픔으로 상처받은, 그래서 사랑을 믿지 않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상우(유지태)는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목놓아 부른다. 그에게 사랑은 기쁨이었고 그것을 잃고싶지 않았다. 그 안타깝게 붙잡고 싶은 순간을 위해 그는 눈물을 흘린다.
상우 할머니는 봄날은 간다만 부르신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당신을 버리고 간 할아버지에 대해 서로 사랑했던 좋은 기억만 간직하고 있다. 연분홍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눈부신 하얀 양산을 펴고 집을 나서는 할머니는 봄꽃처럼 화사하고 정갈한 이별과 사라짐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소리로 본 사랑의 단계 대나무 밭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 -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푸르고 드높고 아무 굴곡도 없을 것 같은 청량함으로 시작된다.
깊은 밤 산사에 눈이 내리며 풍경을 울리는 소리 - 하얀 눈빛의 순수처럼, 잠든 밤의 고요함처럼 조용히 포근하게 사랑이 깊어간다.
조용히 흐르는 강물과 바다의 파도소리 - 때론 잔잔하게 때론 거칠게 그들의 사랑에 쓸쓸한 굴곡이 나타난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소리 - 바람에 물결치는 색 바랜 보리처럼 그들의 사랑은 기억의 저편으로 바람결에 실려간다. 상우도 그의 할머니처럼 사랑의 아름다운 기억만 간직하려 한걸까? 그의 미소가 너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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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2001, One Fine Spring Day)
제작사 : (주)싸이더스, Applause Pictures, Shochiku Films Ltd.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Applause Pictures, Shochiku Films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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