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거의 잊혀진 PC통신 하이텔은 어느해 여름, 게시판 메뉴에 '납량특집' (바로가기 키워드가 summer 였기 때문에, 일명 섬머란이라고 하였다) 이란 타이틀의 게시판을 신설하였고, 난 그곳을 거의 매일 들어가서 새로 올라온 글들을 읽으며, 나름의 재미를 얻었던 기억이 있다. 처음엔 단순히 자신이 겪거나 들은 무서운 일화들을 공유하는 성격이었던 그곳이 언젠가부터 아마츄어 작가들의 공포/환타지 소설란처럼 되어갔고, 그 와중에 등장한 인물이 바로 이 영화의 원작자인 유일한이다. 유난히 그의 글은 다른 사람들의 글들과 달리 공포스러운 상황과 장면의 묘사력이 뛰어났고, 스토리의 전개도 아마츄어 치고는 굉장히 탄탄했기 때문에, 탁월한 흡인력을 갖고 있었다.
이 영화의 다분히 초심자틱한 연출력과 오버된 음향효과는 원작에 대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지만, 역시 스토리 만큼은 좀 더 잘 각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만큼 그 어린시절의 충격을 다시금 회상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난 별다른 여가시간을 갖지 못하던 중학생 시절에 한동안 나에게 읽는 즐거움, 공포라는 즐거움, 다음작에 대한 기대감이라는 즐거움등을 선사해주었던 유일한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그가 기획을 맡았다는 이 옴니버스 전작을 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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