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모 감독의 말 많았던 두번째 무협.
중국 역사상 가장 황금기였던 당나라. 어느덧 당나라는 내리막에 접어들고, 곳곳에서 반란군이 일어난다. 그중 가장 강력한 반란군은 '비도문'이었다. 결국 관리인 레오(유덕화)와 진(금성무)에게 열흘안에 비도문의 방주를 잡아오라는 명을 받게 된다. 둘은 인근의 홍등가에서 일하는 메이(장쯔이)를 의심하게 되고 그녀를 잡아들인다. 레오와 진은 진을 위장시켜 메이를 구출해 그녀를 따라 비도문을 칠 계획을 세운다. 진과 메이는 감옥을 빠져나와 비도문에게로 가는 동안 미묘한 감정이 싹튼다.
이 영화는 작가주의로 유명한 장예모 감독의 영화다. 나는 이 감독의 영화는 <영웅>말고는 본적이 없다. <영웅>은 그의 필모그라피에 한획을 긋는 영화였다. 그 이전의 영화는 본적 없지만 들리는 말에 따르면 드라마적이고 예술성 짙은 영화라고 들었다, 그리고 <영웅>은 그가 첫 시도한 무협영화라 한다. <영웅>도 상당히 말이 많은 영화였다. 극단적으로 장이모우 감독의 몰락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었으니 말이다. 그 이전의 그의 작품들을 보지 않은 개인적인 시선으로는 <영웅>은 재미있게 본 영화다. 이전의 작품들이 어떻든 간에 <영웅>은 인상깊은 장면들이 많았던 영화였다. 색채감이 좋았고 예전 황비홍식의 스피드있고 박력있던 액션이 아니라 부드럽고 무용같은 액션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스토리도 역시 좋았다. <연인>도 형식도 그와 같은 노선을 탄다. 화려한 색채도 그렇고 부드럽고 무용같은 액션도 그대로 살아있다. 다만 부족한건 스토리였다.
<연인>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멜로영화다. 무협 액션이 많아 무협영화로도 구분이 된다. 사실 거의 멜로영화에 가깝다. 당나라라는 시대적 배경과 비도문이라는 반란군의 등장은 그저 주인공 3명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말그대로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 등장인물 3명의 입장과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빌려온 도구들이었을 뿐이다.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단연 화려한 영상이다. 등장인물들은 내내 화려한 색의 옷을 입고, 무술은 무용같으며 슬로우모션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부드러움을 더했다. 그리고 CG의 도움으로 '비도'(飛刀)의 유려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초반의 홍등가에서의 무용이나 대나무 숲에서의 싸움, 갈대밭 싸움, 마지막 결투 등에서 이런 점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다만 아쉬움은 스토리의 부실이었다. 이전까지 장예모 감독은 탄탄한 시나리오의 영화를 찍어왔으나 <연인>의 스토리는 너무나 간단했다. 그런면에서는 내가 <형사>를 보면서 느낀점과 같았다. 영상과 스토리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를 포기한듯한 느낌은 너무 안타깝다.
장예모 감독은 차기작으로 <천리주단기>라는 부정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는데 아직 못봐서 모르겠지만 우선은 다시 그의 스타일로 돌아온듯 보인다. 그의 복귀노선이 과연 탄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를 반길 사람은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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