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청춘의 자화상.
정희 이야기. 21살의 연극과 현대무용을 전공하는 휴학생 정희(김
혜나)는 언니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남자친구와의 관계
도 좋지못하고, 언니와 자신을 버린 아버지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괴로워한다. 게다가 언니가 전재산에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집은
사기를 당하는데...
근우 이야기. 26살의 공중전화를 수리, 수거하는 일을 하는 근우
(이상우)는 특별한 꿈 없이 살아간다. 그는 같은 일을 하는 형에
의해 우연히 알게된 한 여인에게 집착하는데...
인호 이야기. 독문과 박사과정을 밟다가 30살에 군대를 가버린
인호(김태우)는 말년 휴가를 나와서 아내에게 통보도 안하고
집에가서 깜짝놀래켜 주려고 하지만 아내가 집에 없는 것에 당황
한다. 그는 아내의 변심을 의심하게 되고, 친구의 결혼식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와 하룻밤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그일을 고백하는데...
청춘은 젊기때문에 활기차고 두려움이 없으며 항상 진취적이라
한다. 하지만 여기 이 세명의 청춘은 그렇지 않다. 가난하며,
미래가 불투명하고, 어긋난 사랑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절망적이지
않고 달리는 기차처럼 앞만 보고 달릴 수 있다.
영화는 세편을 옴니버스식으로 묶었다. 세 청춘의 일상과 방황과
고뇌를 통해 청춘의 여러면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기차라는 소재가
세편의 단편에 모두 공통적으로 들어있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이
Don't Look Back인 것과 포스터의 기찻길을 보면 그리 쉬이 쓰인
소재가 아닌듯 하다. 뒤를 보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가는 기차.
그것이 청춘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청춘이 지나 뒤를 돌아보면
남는건 아쉬움과 후회만 남는다. 그러면서 많은 추억들이 쌓여있다.
감독은 세명의 인물에게 흐트러짐 없이 포커스를 맞추며 이야기를
잘 진행해 나간다. 특히, 정희 이야기에선 화면의 전환이 거의 없이
장소별로 카메라를 한대만 고정 시켜놓고 장면마다 원테이크로
찍은점이 눈여겨 볼만하다. 그로인해 감정이 끊김이 적고 인물들의
감정변화 과정들이 밀도있게 보여졌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우리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것이 좀 더
작품에 빠져들 수 있게 하였다. 사실 청춘이 지난 이들이나 아직
청춘에 오지 않은 이들에게는 호소력이 부족하지만 한창 청춘인
이들에게는 굉장히 와닿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한다.
각 단편끼리 조금씩 연계되는 부분이 몇가지가 있는데 그런부분은
중간중간 웃음을 주는 요소들로 상당히 괜찮게 들어가있다.
그리고 세 배우의 연기도 상당히 괜찮았다.
사실 세편의 이야기들이 결론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데 이는 그리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영화의 중점은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감성적인 면이 중요한 포인트다. 감동을 이끌어 내는것도
아니고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것도 아니다. 청춘의 감성에 동감을
얻어내는것이 영화의 목적이다. 그러니 이 영화를 청춘들이 영화를
보면서 동감을 느꼈다면 이 영화는 목적에 맞게 잘 만들어 진 것
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 감성을 자극하는 이런 영화가
사실 흥행성은 그리 많이 없지만 보고나면 무언가 남는것이
있다는게 이런 영화의 장점이다. 이젠 이런 영화도 많은 주목을
받아도 될 때가 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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