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감 넘치는 18금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모든 자원이 고갈되고 인간의 '변'만이 자원이 되는 도시.
도시의 고위급들은 인간의 배변을 장려하고자 인간의 항문에
아이디칩을 넣어 배변량을 체크해 우수배변자에게는 중독성의
'하드'를 지급한다. 점점 하드에 중독된 도시는 하드만 먹는
돌연변이가 생겨나게 되고 그들이 모여 '보자기 갱단'을 조직
한다. 그런 도시에 껄렁껄렁한 이인조 아치(류승범)와 씨팍(임창정)
은 하드밀거래를 하며 지내간다. 어느날 보자기 갱단에 쫓기는
이쁜이(현영)을 보고 한눈에 반한 씨팍. 이쁜이를 구하라!!
영화의 배경은 참 기발하다. 좋은쪽으로 기발하다는 것이 아니라.
발칙하고 망측하다. 그래도 만화적인 상상력이 다분히 보여서
만화의 소재로는 좋은듯싶다. 18금의 딱지가 붙었듯이 내용은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며 잔인하고 욕설이 난무한다.
몇년전에 플래쉬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서 연재되었던 것을
필름에 손으로 직접 그려서 낸 2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캐릭터의 모습이나 느낌은 원작과 다름이 없다. 다만 배경을
3D로 제작해 좀 더 화려하다는 느낌이 든다. 플래쉬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느낀 <아치와 씨팍>의 매력은 빠른 화면전환을 동반한
화려한 액션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전매특허였다.
역시 극장판에서도 그 점은 확실하게 부각되었고 플래쉬애니보다
더 박진감있게 표현되었다. 특히 특수경찰 '개코'의 출연 장면은
전부다 액션 블록버스터를 방불케해 눈의 즐거움을 준다.
솔직히 개코의 출연분량을 빼면 나머지는 약간 지루한듯 싶다.
주인공 아치와 씨팍의 출연분량에는 액션은 거의 없고 욕설대사가
난무한다. 욕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의 입장에선 좀 거슬렸다.
그리고 선정적인 부분도 조금 거슬린 부분이었다. 18금이니 그런
부분이 있을거라는 예상도 하긴했지만.
이 애니에서 가장 내세운 부분은 성우였다. 류승범, 임창정, 현영등
유명 연예인의 목소리를 내세워 홍보를 했다. 확실히 익히 알고있는
배우들의 목소리를 듣는것은 영화의 친밀감을 높이지만 별로 잘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 연기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사실 목소리는
별로였다. 현영의 목소리는 캐릭터와 따로노는듯했고 나머지
두 캐릭터의 목소리도 그리 어울리지 않았다. 오히려 멀더 아저씨의
목소리가 상당히 좋았는데 종종 코믹한 목소리도 들려주어
진지했던 이미지의 목소리에 변화를 준것이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어울리지 않을 목소리라면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 한들
맛이 안난다는 걸 절실히 느낀부분이었다. 신해철은 정말 아닌듯
하다. 캐릭터와는 어울렸지만 목소리 연기는 영 아니었다.
영화의 다른 재미도 찾을 수 있다. 전문 성우들이 연기한 국장과
그의 부하는 역시 전문 성우라는 것을 알 수 있을만큼 영화와
싱크가 잘 맞았다. 그리고 애로영화감독 지미도 좀 거시기 했지만
종종 감초역할을 해줬다. 미저리, 원초적본능, 로보캅등의 패러디로
좀 유치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임팩트있는 역이었다.
플래쉬 애니메이션팀 오인용도 성우로 출연하였지만 정지혁병장의
말빨이 전혀 살지 않아서 아쉬웠던 부분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아직까지 흥행에 성공한 역사가 없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문제를 아직은 생각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거라는 인식이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는 듯 싶다. 그런 사회에 18금이라는 성인용 애니가
나온것은 하나의 도전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전에도 <블루시걸>이
성인용 애니메이션이 나왔던적이 있었다. <원더풀 데이즈>이 후
나온 한국 애니메이션은 주로 어린이들 용이었고 그리 많은
홍보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원더풀 데이즈>의 실패가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타격을 주지 않았나 한다. 내가 이 영화를
본것이 월요일 조조였는데 상영관 안에는 많이 잡아 약 15명 정도가
있었고 중간에 나간 사람도 몇있었다. 8시 50분이라는 이른시간과
월요일 아침이라는 제약이 있었으나 대학생들의 방학과
주변의 많은 주택가를 고려한다면 분명 적은 숫자였다.
사실 이 영화의 흥행은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계속 좋은 작품이
나왔으면 한다. <아치와 씨팍>은 내가 처음으로 극장에서본
국산 애니메이션이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