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매우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예쁘고 귀여운데다가 상냥하고 마음 넓고... 정말 완벽 그 자체죠.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그에게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이에게 그렇다는 점입니다. 못된 거 보다야 백배 낫지 않으냐고 주변에서는 복에 겨운 투정으로 받아들이지만 겪어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착한 그녀 때문에 갈수록 그만 나쁜 사람처럼 여겨지고 점점 외로워지죠. 자신을 바람맞히는 거까지는 참을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그에게는 단 하나 뿐인 가족... 누나와의 약속에 연락도 없이 안 나타난 것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절망하게 만들죠. 더욱이 그 이유란 게... 그 이유란 게... ㅡㅡ^
그녀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습니다. 기차에서 우연히 그녀의 옆 자리에 앉았던 그... 어색하게 달걀을 내밀며 투정하듯 말하는 그의 모습에 왠지 자꾸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소심하고 사교성 없고 가끔은 아이처럼 떼를 쓰는 그이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그런데 그가 이젠 그녀에게 그만 만나자고 하네요. 그녀 때문에 외롭답니다. 그녀에게 화를 내네요. 그녀는 그가 자신을 이해해 줄줄 알았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들이 자신에게 보여준 사랑을 마음에 가득히 품고 다니는 그녀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최선을 다하며 나눠주고 싶었을 뿐... 주변에서 자신에 대해 뭐라고 하든 상관없지만 그의 헤어지자는 말에 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그와 그녀 혹은 그들의 가족 이야기가 스크린에 펼쳐지죠. 이 영화가 싶어지게 된 데에는 범상치 않은 제목에 시놉시스도 상당히 독특하고 재밌을 거 같았지만 무엇보다 출연진의 조합이 어떤 조화를 이루어낼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간과 공간의 배합이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더군요. 물론 공효진의 40대 분장이라든가... 약간씩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긴 했지만 전 영화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배우들이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 연기한 덕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눈에 많이 들어오는 점이 무엇보다도 좋았거든요. 에피소드 배열을 잘 해놨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최근에 연극 <봄날은 간다>를 보고 가족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가까이 있어서 익숙한... 그래서 무심하게 되는... 물리적인 가족이 개념에 익숙해진 제 모습을 반성했었죠. 이번에 개봉한 [가족의 탄생] 또한 물리적인 가족이 아닌 정신적으로 단단히 결속되어 다른 어떤 가족보다도 더 따뜻한 온기를 내뿜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살다보면 우리는 가족한테 “나한테 왜 이래? 내가 뭘 잘못했다고!”라는 말을 자주하게 되죠. 가장 열려있어야 하는 공간에서 어쩌면 가장 닫힌 마음으로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 [가족의 탄생]에는 피보다 더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하는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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