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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변화들에 대한 고민 식스틴 블럭
kharismania 2006-03-31 오후 6:49:50 1351   [5]
사실 브루스 윌리스처럼 미국경찰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이도 없다. 그가 다이하드 시리즈 3편을 통해 보여준 터프하면서도 민첩한 형사 이미지는 할리웃이 창조한 전형적인 아메리칸표 모범 형사 규격에 적합하다. 그래서 이 영화의 그는 초반에 낯설다. 덥수룩한 수염과 처진 몸, 그리고 무엇보다도 흐리멍텅한 눈빛까지 모든 것이 절대 죽지 않는다는 영웅 존 맥클레인과 동떨어져 있다. 정의감도 없고 의지도 없다. 그냥 술이나 마시고 살맛 나지 않는 인생 대충 허비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그의 영웅적 이미지를 싸그리 날려버린다.

 

 물론 그가 시종일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역시나 그렇다싶은 예측안에서 가라앉지 않는다. 그가 눈을 떴음은 영웅적 이미지와의 타협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양심과의 조우라고 할 수 있다.

 

 잭 모슬리(브루스 윌리스 역)-이하 잭-는 중년의 경찰, 그에게는 불타는 사명감도 의지도 없고 단지 지겨운 인생을 술로 잊고자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술만 마셔댄다. 부패한 커넥션에서 귀퉁이로 밀린 채 의미없는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갑자기 범죄자인 증인의 호송 임무가 맡겨졌고 이 임무는 그에게 뜻하지 않은 인생으로의 여정의 계기가 된다.

 

 공권력의 얼굴마담으로 등장하곤 하는 경찰들은 시민의 지팡이라는 친절한 미소 뒤에 짭새라는 그늘진 조롱을 삼킨다. 사람들은 경찰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생명을 보호해주는 고마움보다는 자신의 자유를 통제하는 권위가 더욱 쉽게 느껴지기 때문. 그리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그들에 대한 불신이 그러함을 부채질한다. 공권력의 비리와 부패에 대한 비신뢰감이 가장 가깝게 맞닿는 공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그들은 짭새로 몰락하곤 한다.

 

 이영화는 다시 한번 경찰을 우려먹는다. 그럼으로써 부패한 공권력의 비열한 우정과 음모적 결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그것은 한 개인의 양심적 소망의 발로로 이륙하고 영화의 도덕적 결론으로 착륙하고자 영화는 숨을 헐떡이며 비열한 음모위를 방황한다.

 

 16블럭만 지나면 진실은 분명해진다. 그러나 그 16블럭은 좀처럼 나아갈 수 없다. 멀지 않지만 도달하기 힘든 그 16블럭은 변하고 싶지만 변화하기 힘든 우리의 현실과 맞물린다. 가슴속에 감춰둔 죄의식과의 솔직한 대면을 거부한 채 합당하다고 믿는 변명을 내세우기에 급급한 것은 비단 영화속 그들 뿐일까. 우리에게 믿음을 강요하는 것들의 이면에 숨겨진 의혹에 대한 물음표. 이것이 현실을 대변하는 통쾌함을 느껴보고자 하는 관객들의 기대에 대한 이 영화의 보답이 아닐까 싶다.

 

 본작은 범죄 스릴러의 심리적인 긴장감과 액션의 호쾌함이 변주되듯 교차하며 하이브리드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또한 진지하면서도 예상외의 웃음을 간혹 던지는 영화의 재미 또한 쏠쏠하다. 대중적인 입맛을 지니면서도 메세지적인 비중성을 간과하지 않은 영화의 적당한 무게감은 버겁지 않은 든든함으로 다가온다.

 

 잭 모슬리 역을 연기한 브루스 윌리스의 연기는 다이하드보다 멋졌다. 중년의 볼품없는 술주정뱅이와 번뜩이는 순발력으로 위기를 헤쳐가는 관록의 형사를 오가는 그의 연기는 주목할만 하다. 또한 시종일관 입담으로 영화의 무거움을 조금은 덜어주는 에디 벙커 역의 모스 데프의 연기도 봐줄만 했다. 또한 비리 형사이면서 잭의 오랜 동료이자 그의 적인 프랭크 누켄트 역의 데이빗 모즈의 시니컬한 카리스마도 인상적이었다.

 

 리셀 웨폰 시리즈로 범죄 영화로 일가견이 있는 리차드 도너의 무게감있는 연출은 인상적이다. 와일드하면서도 묵직한 무게 중심을 잃지 않는 영화의 매무새는 관객에게 지속되는 긴장감안에 내재된 결론에 대한 호기심을 들춰보고싶게 한다.

 

 다만 한가지 예상외였던 것은 영화의 마지막 표정이 미소였다는 것. 사실 시작부분에서 읖조려진 잭의 나레이션 때부터 영화의 비극적인 결론을 예감했는데 영화는 의외의 표정으로 관객에게 이별을 고한다. 이는 불만족스러움과 만족스러움을 동반하는데 비극적이지 못했음에 지극히 현실적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해피 엔딩의 희망적 메세지에 수긍해주고 싶은 은근한 편애적 소망이 공존한다. 영화로써의 한계에 안주했다기 보다는 영화다운 전형성을 선택했다는 판단을 내리고 싶어진다는 것.

 

 최근 쏟아져 나오는 외화, 그 대부분을 차지하는 '메이드 인 할리웃' 표 영화들을 살펴보면 자기 반성적인 성찰을 표방하는 작품이 은근히 많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더라도 인종간의 갈등에 주목했고(작품상을 차지한 '크래쉬') 과거의 자아비판적 기질에 주목했으며 (작품상과 감독상에 나란히 노미네이트되었던 '굿 데이, 앤 굿 럭') 그리고 자신들의 비열한 내부적 이기심에 대한 욕망의 고발조치를 승인했으며(조지 클루니가 출연해 남우조연상을 거머쥐게 된 'Syriana') 그리고 역시 자신과 대립하는 상대를 멸시하는 대신 동등한 입장에서의 이해를 권유했다(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여 역시 여러부분에 노미네이트 된 'Munich').

 

 최근 할리웃은 명망있는 감독과 배우들이 힘을 합쳐 무미건조한 화법과 나직한 어조를 통한 고백성사를 하나하나 공개하고 있다.

 

 물론 위의 영화들이 기본적으로 동일한 선상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면적인 애티튜드적인 면을 들여다보면 맥락적인 유사성을 짊어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속죄양을 지닌 내면적 무게감.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즐기기에는 부담스러운 이야기가 심심찮으면서도 무시할 수 없는 모양새로 나온다는 것.

 

 9.11사태는 벌써 3년을 지나 4년째로 접어들 채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충격과 여파는 그들의 가슴속에서 맴도나보다. 물론 그 날 이후 불필요할 정도로 그 날의 그 사건과 연관성을 강요하듯 결부짓는 가설들이 폭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날 이후 그들의 이야기가 본질적으로 변화를 겪은 것은 사실이다.

 

 이 영화는 뉴욕의 거리에서 벌어지는 하루동안의 일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하루동안의 일 속에는 그들의 마음속에 담긴 오만했던 과거에 대한 회한이 서려있다. 인종적인 갈등에 대한 화합과 자신들의 내부적 이익을 위한 외부적 도덕심에 대한 배척, 그리고 폭력적인 권력 행사에 대한 자체판단에 대한 합당화에 대한 고백적 양심이 은밀하게 담겨 있는 것만 같다. 그들의 경제적 심장부이자 충격적인 과거를 담고 있는 뉴욕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변화에 대한 소망릉 피력한다.

 

 이 영화 역시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영화의 감성적 목적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가능한 변화들을 일깨워주기 위한 또다른 모양새의 영화이자 용기있는 시도라고 이해해주고 싶다. 물론 섣부른 확대해석적 오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 그들은 지금 자신들의 가능한 변화들을 조금씩 깨닫고 있는 중이라는 기대정도는 무색하지 않을 것만 같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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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틴 블럭(2006, 16 Blo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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