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지난 과거는 무언가 아쉽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볼 수만 있다면 하고 싶은 일들이 하늘에 별처럼 많겠지만 부질없는 과거에 대한 미련은 오늘 지나가는 시간조차도 무색하게 만든다.
학창시절. 많은 사람들은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조금씩은 후회를 한다. 그 시절에 이걸 했더라면 하는 후회. 무언가 뒤늦게 손이 가는 것들이 있다. 하고는 싶은데 시작하기에는 무언가 늦었다 싶은 것들. 그래서 젊다는 것은 그만큼 부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시절은 분명 후회로만 돌아오는 것들로만 채워져 있지 않다. 철없던 그 시절의 왁자지껄한 추억담들이 밀물처럼 밀려와 머릿속에 가득 채워져 가슴속으로 넘쳐흐르면 그위로 떠오르는 아련한 흐믓함이 얼굴 가득 미소로 출렁인다.
사실 옛시절이 된 학창시절 당시의 필자는 무척 지루하고 단조로웠던 시간이라고 그시절을 보내는 동안 스스로 생각했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그시절을 돌이켜보면 그만큼 다이나믹한 시절이 있었던가 싶다. 어린만큼 무모했고 무모했지만 허무하지 않았다. 무엇이라도 해보는 것이 남는 것이었고 해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시절이었던 것만 같다. 작은 호기심이 큰 결과물로 돌아오는 시절이 바로 그 시절이었던 것 같다.
재즈라는 음악은 익숙하지만 생소하다. 재즈라는 음악의 존재는 알지만 재즈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재즈라는 음악 자체에 대한 선입견이 이러한 현실에 작용하는 바도 크다. 있는 자들을 위한 음악, 상류계층만이 고상하게 음미하는 음악이 재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재즈라는 음악의 본질적인 근원성을 되짚어보았을 때 이는 와전되어버린 상황적 모순이 아닐까.
어쨌든 이 영화는 그러한 선입견위로 살며시 고개를 내민채 관객을 향해 장난끼넘치는 미소를 던진다. 천진난만한 발랄함으로 무장한 여고생들의 철없는 도피적 여정으로 출발하는 이 영화는 그녀들의 성장과정을 진솔하면서도 한없이 유쾌하게 보여준다.
무엇이든 계기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계기만 뚜렷하다면 그 다음의 과정은 적당한 설득력을 부여받는다. 바람만 불어도 웃음이 난다는 소녀들의 진득하지 못한 발랄함이 음악에 대한 진지한 열정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솔직히 성장드라마라는 모티브는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영화들이 밟고 지나간 선례가 충분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구상은 말 그대로 구상에 불과하다. 시놉시스의 유사함이 완성된 작품의 유사함으로 연결된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내러티브의 차이가 부르는 작품의 질감적 차별성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 영화는 자연스러우면서도 관객을 흥분시킨다. 영화상의 소녀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이되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시종일관 익살스러운 웃음을 잃지 않는다. 고난속에서도-물론 본인들이 초래한 결과라지만-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미소를 잃지 않는 소녀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허무맹랑함이 아닌 유쾌함이다. 그리고 그 유쾌함은 관객의 마음까지 청량하게 만들어주는 이 영화의 미덕이다.
또한 그녀들이 방사하던 소음이 점차 흥겨운 스윙리듬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은 듣기 좋은 음악을 듣는 즐거움만큼이나 뿌듯하다. 가방끈 긴 꼰대들이 술잔기울이며 듣는 음악일 뿐이라던 재즈가 일상속에서 느낄 수 있는 리듬감으로 다가오는 과정 그 자체로부터 전해오는 카타르시스가 관객에게 여과없이 전달되고 그녀들의 연주를 통해 느껴지는 희열감의 공감대를 마련한다. 특히나 영화의 백미이자 하이라이트라고 말할 수 있는 음악제에서의 연주는 가히 환상적인 흥겨움을 보여준다.-개인적으로 박수라도 치며 즐기고 싶을 정도로-
귀엽고 깜찍한 소녀들이 음악을 향해 진지하게 한발한발 다가가는 모습은 쓰다듬어주고 싶을 정도로 예쁘다. 이 영화는 끌어안아주고 싶은 귀여운 미소를 지니고 있다. 심각한 고민도 현실의 권태도 모두 다 날려줄만한 영화의 흥겨운 리듬은 젊음 그 자체의 에너지를 열정안으로 던져 연소시키는 연주와 같다. 무엇보다도 젊음이 가득찬 이 영화를 한입베어물면 마음 가득 활기찬 에너지가 충전될 것만 같은 기분이다. 과장되지않은 웃음과 때묻지 않은 순수한 열정이 이 영화에 가득 배어있다. 재즈의 발견은 소녀들을 권태로부터 한발자국 멀어지게 했고 재즈로의 몰입은 권태로운 삶에 안녕을 꾀했다. 소녀들은 젊음 그 자체의 흥겨운 리듬감에 눈을 떴고 결국 그 리듬감위에서 인생이란 진지한 악보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젊음의 에너지가 충만해있다. 젊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것이다. 청춘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라고 민태원 시인은 청춘을 예찬했다. 젊은 날은 젊은 날의 열정을 지닌다. 그것이 비록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무가치함일지라도 젊다는 것은 분명 손에 남지 않는 열정을 꼭 쥐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시절이다. 이 영화에는 젊은 날의 열정이 가득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러한 열정은 뜨겁기만 한 부담이 아닌 시원한 해소감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관객들 역시 영화관을 나서며 자신의 젊은 날 열정과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지 않을까싶다. 잊은채 살아가던 그 시절에 자신을 설레게 만들었던 자신만의 그것을 말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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