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리뷰는 시사회에서 본 작품을 토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당연히 여러분이 좋아하시지 않는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찌는 듯한 여름... 그리고 시골의 한 고등학교...
보충수업을 받고 있는 여학생들이 있다.
그것도 지루하다 못해 졸립고 피곤하기까지한 수학시간...
누구는 화장하기에 정신이 없고, 누구는 미니선풍기로 흐르는 땀을 막아보지만...
덥기는 수학담당의 타나히코 선생님도 마찬가지...
창밖에는 관악부 아이들이 야구부 응원을 위해 버스에 오르고 있다.
창밖을 바라보는 스즈키는 이들이 부럽기만 하다.
잠시후 관악부 아이들에게 배달되어야 할 도시락 배달차가 뒤늦게 도착...
관악부 아이들을 굶길 수 없지...!(사실은 땡땡이가 주목적!)
이렇게 스즈키와 일행은 도시락을 들고 머나먼 배달을 가는데...
지나가는 기차를 피하려다가 흙탕물 범벅이 되고 더구나 무더운 여름이라 도시락이 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거기에 후지산도 식구경이라고...(원래는 뭔지 알지?)
참새가 방앗간 못지나간다고 도시락 하나를 단숨에 먹어치우는 이 얄미운 여인들...
도시락은 무사히 배달되었으나 결국 그 도시락은 물의를 일으켜 집단 식중독을 일으키게 되는데..
덕분에 도시락 안먹은(아니, 못먹은!) 심벌즈 단원 나카무라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자, 땜빵으로 이들 소녀들이 관악부를 대신해야 한다!
처음에는 이게 될까 싶을 정도로 무모한 도전이건만 하면 할 수록 즐겁게 함께하는 여고생들...
그러나 터미네이터가 'I Be Back~!'이라 외쳤건늘 관악부 원조 맴버들이 식중독에서 벗어나 컴백을 한다.
이제야 스윙에 재미를 갖고, 이제야 악기를 재법 다룬다고 생각했는데...
눈물을 머금고 돌아온 여고생들... 그래! 우리만의 밴드를 만드는겨!
이들의 빅 밴드 도전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몇 년전...
수영복차림의 사내들이 싱크로나이즈(수중발레)를 배우겠다고 난리 부르스를 보이던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 '워터 보이즈'는 실제 존재하는 남성 수중발레단(실제 존재하는 고등학교 수중발레부)에서 힌트를 얻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고 이번에는 여성들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
바로 재즈 밴드인 스윙걸즈... 여성들만으로 관악부를 만든다는 것도 힘들지만 이들이 연주하는 것이 다름아닌 재즈라는 것...
물론 이 작품 역시 실제 모델인 여성 학생 재즈 밴드의 이야기를 토대로 영화화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감독 야구치 시노부는 이미 우리에게 '비밀의 화원'이나 '아드레날린 드라이브'를 통해 톡특한 코미디 영화를 보여준 저력이 있다. 물론 앞에 말한 '워터 보이즈'는 두 말할 것도 없고...
야구치 시노부의 영화는 우스꽝스럽게 영화를 만든다. 그런데 그 느낌은 영화라기보다는 한 편의 코믹스를 보는 기분이다. 절대 이 세상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법한 상황을 그는 만들어낸다.
'비밀의 화원'에서 돈이 좋아 은행원이 되고 돈가방을 찾기 위해 구사일행으로 어려운 상황에 뛰어는 여인이라던가 돌고래와 연습도중 돌고래의 심기를 잘못 건드려 돌고래가 전원 떼죽음을 당하는 어이없는 시츄레이션이 등장하는 '워터 보이즈'까지...
이 영화도 어이가 없고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것이 만화적인 연출과정이더라도 그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그것이 억지웃음을 일으키는 일부 영화와는 차별화된다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점에서 야구치 시노부는 일본의 주성치가 아니었을까 싶다.
많은 이들이 떠오르는 장면이라면 역시 멧돼지와의 한판 승부일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 아냐? 그렇다...
2005년 박광현 감독의 작품 '웰컴 투 동막골'에서도 멧돼지와의 한판 승부 장면을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동막골이 이 작품 '스윙걸즈'를 표절하였노라 이야기하기도 할 만큼 많은 이슈가 되었다. '스윙걸즈'가 만들어진 시기가 2004년이니 그런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다.
하지만 '스윙걸즈'를 수입한 영화사에는 동막골의 표절여부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다만 비교대상은 되지만 표절여부를 판명한다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박광현 감독이 미야자키 히야오 영화를 동경하며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자신의 영화음악에 사용한 점을 생각할 때, 그리고 그가 CF 감독출신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아마 이 장면은 그냥 그저 모티브나 혹은 오마쥬정도로 귀엽게 봐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시 '스윙걸즈' 멧돼지 이야기로 넘어가서...
그런데 '스윙걸즈'의 멧돼지와의 한판승부 장면은 뭔가 다르다.
주변인물은 멈춰있지만 동물은 멈출 수가 없다. 이점 때문에 멧돼지의 경우 박제된 것을 사용하였는데 인상적인 것은 이게 영화임에도 앞에도 말했듯이 만화적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한 것...
바로 주인공이 긴장하여 흐르는 콧물까지도 표현했다는 것은 매우 인상적인 대목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이런 코믹한 상황에서 흐르는 음악이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였으니...
자, 그런데 여기서도 비교해볼 영화가 있다. 바로 이 음악을 진지하게 사용한 영화 '굿모닝 베트남'(1987)이다. 여기서 이 루이 암스트롱의 음악은 월남전의 상황을 묘사하면서 폭격이 이어지고 억울하게 희생되고 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것을 비꼬기라도 하듯 반대의 의미로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라고 노래하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지만 이 장면에서 시사하는 바는 엄청나다.
그런데 그런 장면이 이렇게 코믹하게 탄생될 것이라고는 누가 예상을 했겠는가?
같은 음악이라도 어떤 장면에 쓰이느냐에 따라 느낌도 달라진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멧돼지 이야기가 좀 길었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사실 이 영화의 배우들은 진짜 재즈를 모르는 사람들이며 악기를 가지고 연주조차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초반에 오디션은 악기를 잘 다룰 줄 아는 이들 위주로 선발하려고 하였으나 참여자가 저조해지며서 방침을 바꾸고 개성있는 연기자들을 우선 선발하고 이들에게 악기 연주를 가르쳤다. 그래서 그런지 이 생생한 라이브의 느낌은 립싱크되는 연주와 노래와는 정말로 질이 틀리다는 느낌이 든다.
주연을 맡은 우에노 주리는 우리에게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알려진 배우이다. 우에노가 이 영화 오디션을 본 나이가 꽃다운 나이 열 여섯...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더 많은 나이의 역활을 소화해야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연기를 해냈던 그녀는 이 작품에서는 진짜 자신의 나이와 근접한 연령의 역활을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말괄량이 이미지의 그녀가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3월 10일 한국을 찾은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이는 못속이는 구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 깜찍함은 여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외에도 사이토 역을 맡은 칸지야 시오리라던가 세키구치 역을 맡은 모토카리아 유이카도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냈다. 물론 뚱보 소녀역활을 한 나오미 역의 토요시마 유카리도 이 영화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감초 연기자...
'워터 보이즈'와 '스윙 걸즈'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감독이 같다는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학선생님이자 재즈에 관심이 많은(관심만 많은...) 타나히코 역을 맡은 배우 다케니카 나오토는 전작 '워터 보이즈'에서도 학생들을 가르키는 역활이었다. 아무래도 야쿠치 시노부가 작정하고 그를 섭외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는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만화적인 연출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즈에 대한 고증을 게을리한 것도 아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던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를 비롯해서 대회에서 이들이 연주한 'Sing Sing Sing'과 영화 앤딩 크레딧을 장식한 넷킹콜의 명곡 'Love'까지... 빅 밴드들이 연주한 명곡과 재즈하면 떠오르는 뮤지션들의 음악들을 많이 영화에 많이 삽입시켰다.
따라서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도 저절로 발을 구르고 싶을 정도로 영화속의 음악들은 리듬이 있고 흥겹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 영화의 또다른 장점이라면 경쟁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사실 앞에도 이야기 했듯이 이들 여고생들은 관악부 대신 악기를 잡았던 사람들이다. 관악부가 돌아옴에 따라 이들은 할 일이 없어지고 밴드를 조직했지만 그렇다고 이들과 경쟁하거나 대립관계가 아니었다. 더구나 경연대회가 있었을 때도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닌 선의의 경쟁상대로 이들은 아름다운 경쟁을 하였던 것이다. 만약 이게 우리나라 드라마나 우리나라 영화였다면 눈에 불을 켜고 미친듯이 연습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항상 사회는 경쟁사회를 요구하는데 야구치 시노부는 그런것에 반기를 드는 모습인 것 같다. 꼭 삶이 경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처럼 페어플레이도 가능한 것이 아닌가?
영화는 마지막 이들의 성공여부를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 역시 산골마을 중학교 아이들의 도전기에서 이들이 어떤 성적을 거두었는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꼭 결과가 중요하고 1등이 우선은 아니니깐... '스윙걸즈' 역시 마무리는 이들의 무대가 성공적임을 암시하는 장면으로만 막을 내린다. 여운을 줄 수도 있고 그들이 어떤 성적을 거두었을지 궁금해 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질질 끌지 않고 마무리한 모습은 나았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정도 에필로그에 그런 후기가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필자도 재즈는 모른다.
하지만 처음에 음악이라는 것이 다 그렇지 않은가?
배우면서 경험하면서 그 모든 것을 느끼는 것이니깐...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 그리고 중고가 되었던 새 것이 되었건 작은 악시 하나 사서 나름대로 폼잡고 재즈 선율에 맞추어 립싱크라도 좋으니 연습해보는 것도 어떨까?
PS. 이 영화의 홈페이지는 개인적으로 국내 버전보다는 '스윙걸즈' 일본 공식 홈페이지(http://www.swinggirls.jp/)를 추천하는 바이다. 실제 이들이 촬영했던 장소를 그대로 약도로 표시한 제작진의 노력이 가상하다. 일본을 갈 기회가 있다면 한 번쯤 방문하고 싶을 정도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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