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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안울었다. 로망스
kharismania 2006-03-09 오후 6:37:13 1606   [10]

 비극성을 강조하는 사랑영화는 수도 없이 많으나 그런 사랑영화간에도 우열이 존재한다. 같은 느낌으로 빚어낸 영화끼리도 그 슬픔의 농도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법. 그리고 그 슬픔의 농도는 절실함 안에 담긴 진실성의 함량이 어느정도이냐에 따라서 구별되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랑영화는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적 만남을 모태로 한다. 그리고 그 남녀는 자신들의 사랑의 비극적 숙명을 받아들이며 그 아슬아슬한 사랑위를 거침없이 질주한다. 그래야만 관객의 심금을 울릴 수 있고 그래야만 그들의 사랑이 절실해지니까.

 

 이 영화는 솔직히 영화를 보지 않아도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이 보이는 영화였다. 솔직히 영화의 외관만 훑어보아도 대략 어떤 모양새일지는 뻔한 것이었던 것. 그러나 이 영화에 기대를 걸 수 있었던 것은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에 있었다. 조재현과 김지수라는 두 남녀배우에게 거는 기대는 영화의 식상함을 무마시키고 남을 만한 것이었음이 분명했고 이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의 대부분이 지니는 동질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이 영화는 두 남녀의 풀리지 않는 인생의 괴로움으로 입을 연다. 무서울 것 없던 강력계 형사 형준(조재현 역)은 상관에게 찍혀 좌천되고 아내에게도 이혼당해서 사랑하는 자식 얼굴조차도 보지 못한다. 또한 윤희(김지수 역)는 의처증이 심한 남편에게 맞고사는 사랑없는 결혼생활에 지쳐간다. 둘은 그렇게 벼랑 끝에 몰린 인생의 여정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이 영화의 제목처럼 둘은 핀치에 몰린 서로의 인생에서 꿈같은 로맨스를 꿈꾼다.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한없이 진부하다. 하지만 전형적인 탄탄함은 지겹지만 먹히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무언가 독특하고 특이한 것을 원하는 것 같지만 틀안에서의 안정감 속에서 안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것이 대다수의 사람들의 심리니까. 그렇기에 이 영화는 식상하지만 연기력이 입증된 두 배우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관객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로의 모험을 권유하는 것이 아닌 내실있는 평범함을 권유한다.

 

 하지만 아무리 연기가 뛰어난 배우가 모여도 이야기가 튼실하지 못하면 어쩔 수가 없다.

 

 이 영화는 삐그덕거리는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관객들의 영화로의 몰입을 방해한다. 두 남녀의 삶에서 보여지는 비애감과 허전함은 이해가 간다. 허나 두 남녀의 감정은 쉽게 동감하기 힘들다. 마치 메아리처럼 스크린에 맴도는 절규같은 사랑이 객석까지 전해지지 못하고 아득하게 멀어진다. 단지 눈으로 확인되는 절실함이 마음까지 와닿지 못함은 관객들에게는 허탈한 지루함으로 남을 뿐이다. 특히나 개연성이 없는 지나친 우연성에 기초한 내러티브와 후반부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과격한 상황 연출은 갈피가 잡히지 않는 그네들의 감정을 더더욱 아득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감정이 미약한 것은 감정 그 자체에 승부를 건 것이 아니라 그 주변 환경적 요인으로 압박을 넣으려 했음이다. 본연적인 감정선을 중시하지 않은채 외부적인 모양새로부터 밀어넣는 영화의 비극적 감성은 구차한 변명같이 맴돈다. 진실이 결여된 채 징징거리는 사랑은 공감할 수 없는 지겨움으로 남는다.

 

 권위에 짓눌린 이 사회의 단면이 이 영화에 은밀히 내재되어 있다. 힘을 가진 집단이 양심을 지녀야 하는 것은 그 집단이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힘이라는 것이 올바른 방향을 외면했을 때 벌어지는 혼란과 충돌은 애꿎은 선량한 제물을 필요로 한다는 것. 그나마 이 영화에서 보여질 수 있는 그럴듯한 설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장현성이라는 배우가 눈에 띄었다. 최근 이 배우의 행보가 눈에 띈다. '연애'나 '마법사들'같은 작품성있는 작품에서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던 이 배우가 이 영화에서는 과격한 액션씬까지 소화했다. 무언가 기대감을 갖게 하는 배우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에서도 형준의 후배인 박형사 역을 맡으며 색깔있는 연기를 보여준것 같다. 이 배우의 앞날이 기대된다.

 

 머리는 이해하나 가슴이 느끼지 못하는 영화는 결국에 불만으로 남는다. 이 영화는 비장함을 영화에 꽉 채워보려 했으나 의욕만 앞섰을뿐 결실은 거두지 못한다. 불필요하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 영화의 감정에서 느껴지는 것은 지나친 부담감과 느껴지지 못하는 불편함뿐. 줄충한 배우들의 열연은 안스럽기까지 하다. 미안하지만 눈물이 나지 않는 것은 관객의 탓이 아니니까. 뜬구름같이 떠가는 이야기에 손을 내밀기란 쉽지 않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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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스(2006, The Romance)
제작사 : 엘제이 필름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theroman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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