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는 아름다워!>
스윙걸즈(& a boy) 스윙걸즈를 보며 감상할 때 떠오르는 첫 단어가 "복고"였다. 비록 아직 젊지만 그래도 "그때는", "옛날에는" 하며 지긋이 눈을 감아 볼 때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과거는 아픈 기억도 있고 되돌릴 수 없는 후회도 있지만 지나간 뒤에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 말하게 된다. 스윙걸즈는 그런 복고적인 느낌이 가득하다. 도회적이지 않고 현대적이지 않은 것들 하나하나가 어느새 희귀한 것이 되고 주목받지 못하는 것, 과거의 것이 되어 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자 더더욱 복고적인 그 분위기에 빠져들게 된다. 그런 과거, 추억, 향수 같은 느낌들을 복고라는 한 단어로 묶어 본다.
스윙걸즈에서는 그런 느낌을 느끼게 된다. 비록 그렇게 예전이 아니더라도 복고 냄새 가득한 이 영화는 고등학교 시절 수필과 소설을 공부가 아닌 문학으로서 느낄 때 같은 정서가 가득한 것 같다.
1.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찌는 듯한 여름,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에는 아지랭이가 가득 피어 오른다. 선생님의 목소리도 칠판을 가득 채운 수학 공식도 아른아른하기만 하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지평선을 넘어가는 끝없이 평행을 걸을 듯한 기찻길 마냥 따로따로다.
낙제생들만의 여름보충수업. 주인공 여학생 토모코는 어느 것도 끈기있게 해내지 못하는 걸로 정평이 나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적으로 그들의 탓이겠는가? 그들에게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준다면 성적과 관계없더라도 열심히 성실하게 행복하게 사는 재미를 알게 될 텐데 말이다. 한 눈에 봐도 부담스런 소녀 무리들은 우연하게 '스윙'에서 그 행복을 찾아내게 된다.
2. 그들에게서 행복을 빼앗아가지 마세요!
집단식중독이 걸린 학교 주악부를 대신해서 여름보충수업을 면제받고 시작된 연습. 전혀 기초가 없는 학생들과 급조된 밴드를 구성해야 하는 나카무라는 눈 앞이 깜깜하다. 하지만 나카무라도 이 밴드에서 그의 행복을 본다. 나카무라는 이전 주악부에서 전혀 즐겁지 않은 심벌즈를 억지로 쳐야만 했다. 사실 그는 건반을 치고 싶었던 것이다. 너무나 뻔하지만 보충수업을 빼먹는다는 거 외에 아무런 흥미를 갖지 못하던 낙제생들도 무에서 유를 만들듯 자신들이 소리를 만들어 내게 된 것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건강을 회복한 주악부 멤버들의 복귀로 그들은 연습실도, 악기도,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모두 빼앗겨야 했다. 학교에서 나오는 여학생들이 떼거지로 눈물을 터뜨리는 장면은 우습기 그지 없지만 한편 이제 막 발견한 행복을 빼앗긴 그들에 대한 공감은 내 마음도 슬퍼지게 했다.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정말 소중한 것을 아는 사람들의 눈물이기에...
3. 사실 줄거리는 뻔합니다만...
낙제생 문제아 학생들이 우연하게 음악을 접하게 되고 크고 작은 난관을 이겨내며 마침내 멋진 스윙밴드로 탄생하게 된다는 너무나 뻔한 줄거리다. 눈 앞에 벌어지는 장면들의 다음이 거의 예측 가능할 만큼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예측가능함으로 재미없는 그런 류가 아니기에 이 영화를 보면서 '다음'을 미리 생각하는 건 의미없다. 그냥 눈 앞에서 아이들이 벌이는 좌충우돌이 귀엽고 재밌고 대견할 뿐이다.
실제 4개월 간의 재즈 특훈을 통해 출연진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했다는 걸 생각한다면 그렇게 엉성했던 아이들이 금방 제대로된 밴드가 된 듯 보이는 비약은 그저 비약만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들이 멋지게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을 것이야 불을 보듯 뻔한 일이지만 그들의 마지막 무대가 성대하면 성대할 수록 내 마음이 흐믓해지기에 그저 입가에 미소를 띄울 뿐이다.
자칫 영화니까 당연히 어려움이 있고 그걸 이겨나가는 걸 보여주겠지가 아니라 그 나이 그 때에 주어지지 않은 것을 스스로 노력해서 얻으려고 할 때 어려움이 얼마나 많겠는가! 영화는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거기서 보람을 찾는 인생의 당연한 진리를 그러나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고 기뻐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그 길을 보여주기에 소중한 것 같다.
노래방에서 연습하다 쫓겨나기 / 대형마트 아르바이트 중 마네킹의 매력에 빠져든 십대 소녀들 ㅋㅋㅋ
4. 스윙의 매력
이 영화가 주는 보너스가 스윙 연주다. 스윙에 대해서 검색해 보니까 "재즈 연주 특유의 몸이 흔들리고 있는 듯한 리듬감을 형용한 말"이라 하고 베니 굿맨 악단이 자신들이 연주하던 재즈풍을 스윙이라고 불렀고 한때 스윙=재즈라 할 만큼 열풍을 일으켰다고 한다. 재즈 중에는 다소 처지는 느낌과 마음 속의 회한을 만져주는 듯한 리듬이 많은 데 스윙은 정말 그 리듬에 몸을 흔들고 있는 자신을 느낄 만큼 신나고 경쾌한 음악풍이다. 몇 곡이 이어지는 마지막 연주는 그 부분만 몇 번을 보면서 스윙을 감상할 만큼이다.
5. 낙제생들의 우왕좌왕 에피소드 역시 웃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코믹스럽지만 코미디로 분류하기에는 억울하다. 학생들 나름대로는 진지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진지성을 의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하지만 그들의 우왕좌왕, 좌충우돌은 실수가 없을리 만무하기에 그런 실수들이 우리를 웃게 하고 그 실수가 씁슬한 실패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더욱 흐믓하게 웃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압권은 중간에 송이버섯을 따서 악기를 살 비용을 마련하려던 에피소드다. ㅋㅋㅋ 그 독특한 촬영장면과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멧돼지에게 천벌을 내리는 장면은 웃음을 금할 수가 없다. 옛스러운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이 느리고 멈춘 화면으로 보여준 한 바탕 소동은 잊지 못할 명장면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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