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종족 간의 기나긴 피흘림의 역사
영화 언더월드는 뱀파이어족이 지배하고 라이칸족이 뱀파이어의 지배에 대항하는 불사종족 간 투쟁의 오랜 역사를 배경으로 했다. 종래의 늑대인간이 뱀파이어의 노예라는 전설을 따르면서도 근작인 반헬싱에서 처럼 늑대인간과 뱀파이어 간의 치명적인 관계 설정으로 긴장을 더했다.
언더월드의 역사와 세계관
영화 언더월드는 뱀파이어와 라이칸의 오래된 소재를 언더월드의 역사 속에 배치함으로서 나름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 낸다. 그것은 이상질병으로 돌연변이적 형질을 얻게 된 코르비누스와 그 형질을 이어 받고 각각 박쥐와 늑대에 물려서 뱀파이어와 라이칸의 조상이 되는 그의 두 아들 마커스와 윌리엄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언더월드의 계보와 뱀파이어 영주 빅터를 필두로 하는 지배 역사다.
비정하고 잔혹한 뱀파이어 군주 빅터
언더월드는 구조와 설정을 보면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근원과 역사(계보와 권력), 불사 종족 간의 투쟁, 뱀파이어의 제국과 귀족적인 뱀파이어의 특성 그리고 그에 대립되는 라이칸의 집단성과 야만적이면서도 본능적인 특성들은 언제나 흥미로운 이야기꺼리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1편이(2편을 위한 배려였는지 모르지만) 사건의 음모와 숨겨진 역사에 대해서 상당히 절제하면서 간략하게만 얘기하고 넘어갔다면 2편에서는 모든 음모와 역사가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답답한 것은 그 모든 사건을 중심적으로 이끌어갈 모티브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셀린느 부모의 진짜 원수를 찾는 문제도 아니고, 뱀파이어와 라이칸의 종족 간 투쟁의 궁극도 아니고 무시무시한 능력과 모습으로 변이해 버린 마커스와의 숙명적인 대격전이라고 하기에도 뭔가 부족한 끝까지 밀고가는 뒷심이 너무 부족했다.
사건의 의미와 액션 카타르시스의 빈약함
1편의 액션이 홍콩 느와르 처럼 어두운 뒷골목과 복도, 지하의 터널을 오가며 총격전과 육탄전을 벌이는 것이었다면 2편에서는 끊임없이 달리고 날아가면서 계속 이동하면서 화려한 액션을 벌인다. 특수 효과는 더욱 발전했는지 모르지만 액션 한 컷, 한 컷이 주는 느낌은 산만해진 것 같고 결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싸움이거나 정말 모든 걸 쏟아 붓는 듯한 대혈투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만한 것은 부족했다.
잠에서 깨어난 마커스가 비록 라이칸의 피를 마시고 그간의 사정을 알았다고는 하지만 수 세기 전의 인물일 뿐만 아니라 잠들어 있는 지도 오래됐던 그가 깨어나자 마자 지나치게 동생 윌리엄을 찾는 일에만 매달리는 것도 어색한 부분 중 하나였다. 마커스가 그의 존재감을 날개달린 초강력 괴물박쥐가 아니라 뱀파이어의 시초이자 언더월드의 시원적인 존재로서의 역할을 보여주었다면 좀 더 안정적인 대립구조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원조들의 시시한 캐럭터와 역할
불멸의 불멸의 존재인 코르비누스의 등장은 언더월드의 감춰진 히스토리에 대한 호기심을 더해줄 수 있었지만 초반 등장의 비밀스러움이 너무 허탈하게 끝나버림으로서 그 미스테리함은 오히려 실망스러움을 낳고 말았다.
불멸 of 불멸의 존재랄 수 있는 코르비누스(시시한 등장)
이것은 왜 마커스가 그토록 강력하게 동생 윌리엄을 구출하려고 갈망하는 지가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음으로서 더 심해졌던 것 같다. 그냥 형제애에 의한 것이라면 수백년이 지나 너무 오버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된 라이칸의 시조 윌리엄의 존재감도 영화를 그만 끝내야 될 때가 돼서 그랬는지 절대 못나오게 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비춰서 시시한 것이었다. 후반 내내 총알만 맞다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마이클과 몇 번 실갱이 끝에 그렇게 죽어 버릴 것이라면 애당초 영화의 긴장을 팽팽하게 끌어갈 만한 캐릭터는 아니었던 것 같다.
뱀파이어의 시조 마커스의 과거
1편과 2편의 의미는 무엇인가?
언더월드 1편에서 셀린느와 마이클은 뱀파이어와 라이칸의 오랜 원한 관계에 말려들게 되고 극단으로 치닫는 두 종족의 끝없는 증오와 복수의 관계를 종식시키는 나름 의미있는 일로 내용을 이끌어 갔다. 대립되는 측의 빅터는 이종족 간의 혼혈은 금기라면서 자기의 딸을 죽인 비정한 과거를 갖고 있다. 그는 뱀파이어 종족의 혈통적 우수와 이종족에 대한 혐오, 종족 간 소통에 대한 극도의 기피를 보이는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이며 보수적인 독재지배 권력의 상징이였다. 셀린느와 마이클은 결과적으로는 군주 빅터의 독재지배와 기만, 지도자 크라벤의 부패와 타락, 배신을 응징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2편의 설정에서 볼 때는 불사족의 기원인 코르비누스와 뱀파이어의 기원인 마커스와 라이칸의 기원인 윌리엄의 기원자들의 무게와 역할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코르비누스는 두 아들의 그림자로 그들의 숙명의 뒤처리를 하는 자로서 영원히 자신의 업보를 짊어지고 가는 듯 나오지만 그와 대립하는 마커스와 윌리엄의 갈등 관계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마커스 뭐하자는 거니? 잠에서 깨어난 마커스가 변이된 형질을 얻음으로서 과거 역사속 마커스에서 스스로 신을 자처하고 무한한 힘과 권력, 세상에 군림하는 지배자로 변화해 가는 모습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동생을 찾아 헤매던 마커스가 갑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스스로 신을 자처하는 대목에 가서야 그의 욕망이 조금 등장하고 막상 그토록 찾던 윌리엄을 구해 냈을 때도 단순히 동생으로 윌리엄을 구해 낸 것이 아니면서도 무슨 의미가 있는 지 공감하기 어려웠다.
묻혔던 언더월드의 역사는 다 밝혀지는 듯 했지만 정작 지금 언더월드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박쥐괴물 마커스의 야심과 의도, 그의 동생 윌리엄의 역할과 의미는 미미했던 것이다.
3편의 제작은 숙명이란 말인가?
1편에서 독재권력을 타도했지만 뱀파이어와 라이칸의 화해를 이루지 못했고 2편에서 뱀파이어와 라이칸의 근원적인 문제가 다뤄지는 듯 했지만 일관된 어떤 결과가 나온 것 같지 않을 때 2편 한 편만의 완성도는 1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이제 코르비누스로부터 시원적 불사인의 능력을 얻은 셀린느와 하이브리드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마이클이 열어갈 다음 언더월드의 세상을 보여줄 계획이라면 3편은 좀 더 수습하기가 어려운, 연속성은 부여하겠지만 언더월드라는 이름의 완성도는 현격히 떨어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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