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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뮌헨
smire0701 2006-02-21 오전 6:54:53 1161   [5]

2006.02.16 메가박스

 

<주>이 글은 다량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읽는 것을 자제해 주십시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심연을 들여다 볼때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본다. "

- 니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의 역사는 깊다.

굳이 CNN과 같은 외신을 즐겨보지 않더라도, 두 나라의 복잡미묘한 관계는 곧잘 TV를 통해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어느 한쪽이 옳다고 단정짓기에는 무척 애매하다.

 

이 문제에 있어서 이스라엘은 조금 유리한 입장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성경>은 한 종교의 경전임과 동시에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 연대기이다. 구약을 읽어본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들이 타국의 지배를 벗어나 자신들의 (선택받은)땅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처절한 투쟁의 역사를 알게 된다. 세계적으로 가장 신도수가 많은 종교인 기독교의 영향력으로 그들의 역사는 널리 알려졌고, 거기에 세계 2차대전의 비극적인 학살의 역사까지 더해져 피해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국가간의 이권과 이익의 문제를 미뤄놓더라도, '이교도에 대한 배척'의 의미에서 기독교라는 막강한 후원자를 지닌다.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맞고,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맞다. 팔레스타인은 오랫동안 자신들이 가꾸어온 터전을 순식간에 빼앗겼다. 2000년전의 소유권에 대한 주장은 그들에게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여기에 국가간의 이권과 이익이 섞여들어가면서 그들의 입장은 불리해져가고, 그들은 무장 투쟁을 선택한다.

 

영화가 다루는 뮌헨 올림픽 테러 사건은 이러한 민감한 사항과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다. 이 영화의 제작은 감독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에서 관심의 촛점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감독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시선을 공표했다.

 


 

영화는 사건 자체의 충격보다는 한 인간에 포커스를 맞춘듯 보인다. 주인공은 국가의 중책을 수행해낸 영웅이라기 보다는 평범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가 처음 임무를 맡은 이유는, 자국민의 비극에 대한 양심의 가책 때문이다. 그러나 그 복수의 대상도 아내와 자식이 있고, 낯선 사람에게 따듯한 인사를 건네는 인간이다. 신념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던 암살단들이, '눈에는 눈'이라는 복수의 관념에 삼켜지는 모습은 영화 속 어느 폭력보다 섬뜩하다.  

 

끊임없는 폭력의 순환에 대한 고찰과 더불어, 영화는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관한 의문을 던진다. 

국가는 그 구성원의 행복과 안녕을 추구한다. 개인은 국가의 보호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에서 행복을 추구한다. 국가를 위해 개인의 희생이 따르기도 한다. 문제는 국가의 신념이 개인의 신념과 반(叛)하는 경우 개인의 희생이 어디까지가 정당하고 적절한 것인가 이다.

'애브너'(에릭 바나)는 자국민(혹은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을 막고자 임무를 맡으나, 그 임무로 인해 자신과 가족의 안전이 위협받는다. 그가 지키고자 하는 국가는 국민의 보호를 원하지만 그로인해 자신의 안전은 희생해야 한다. 국민의 행복과 안녕이라는 국가의 신념이 그 본연의 목적에 반(叛)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있는 화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비겁하다. 

폭탄 전문가 동료는 '애브너'에게 "이것은 우리의 신념이 아니잖아. 우리는 유대인이잖아."라고 말한다. 폭력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영화의 저변에는 '우리는 선한 사마리아인'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것은 중립을 추구한 감독의 주장과 모순된다.

영화는 잠시 PLO(팔레스타인 독립운동) 대원을 등장시켜 그들의 입장을 보이지만, 그 울림은 공허하다. 단지 제거대상이 개인적인 교류가 있는 '아는 사람'이 되었을때의 개인의 양심의 갈등을 증폭시킬뿐, 두 국가의 갈등에 대한 소통은 슬쩍 빗겨간다.

 

역사는 我(아)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다. (신채호) 이것은 국가와 국가, 국가와 개인간의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삶에서 '나'의 욕구와 신념에 반(叛)하는 비아(非我:나 이외의 타인,집단)와의 갈등은 숙명적이다. 어떠한 인간도 여기에서 자유로울수는 없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투쟁도 이러한 이해(利害)적인 갈등이다.

 

영화는 이러한 이해적인 입장을 접어두고, 폭력의 악순환과 그 속에서 고통받는 개인, 거기서 파생되는 집단과 개인의 갈등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카메라는 마치 제3자의 입장에서 관찰하듯 떨어진 시선으로 인물들을 관찰한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위치를 고수하는 듯 하다.

그러나 영화는 '무자비한 테러'에 같은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은 옳지 않음을 외치며, '선한 사마리아인'은 우리가 싸우는 '괴물'과 같아져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적'이 우리에게 가하는 폭력에 같은 방법으로 맞대응 하는 것은 그 적과 다를 것이 없다. 그리고 우리 자신 또한 상처받는다라는 주장이다. 폭력에 대한 반대는 그 폭력을 가하는 가해자(적)과 동일시되며, 적은 옳지 않다는 영화의 시선을 드러낸다. 이야기의 시작은 테러로 인해 상처받은 피해자의 입장이었으며, 그 폭력의 고리의 시초는 적으로 인식된다. 진짜 폭력의 시초가 무엇이었는가는 영화의 '객관성'을 핑계로 사라진다.  영화의 성찰은 그 피해자가 가해자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넘어서지 못한다.  

 

영화의 메시지는 옳다 그르다의 판단을 넘어 고찰의 가치가 분명하다. 그러나 '나'와 '적'의 경계가 뚜렷하고 '나'의 이해에서 벗어날 수 없음에도, 어느쪽의 시선으로 보고있는지를 교묘하게 숨겼기에 영화는 비겁하다. 복수의 대상이었던 제거 대상과 가족을 개인적인 양심의 번민과 시선으로 바라보며, 폭력은 나쁘다는 주제로 객관성을 띄는듯 위장한다. 그러나 그 국가는 테러과 동일시되며 악하다는 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차라리 영화가 이해적인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면 영화의 메시지는 더욱 공감을 불렀을 것이다. 어차피 인간은 모든 이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문제는 자신의 이해와 타인과의 공존 사이의 조율일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평화와 공존이라고 칭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교묘한 위장은 불쾌하다. 우리는 피해자이지만 폭력을 지양(止揚)하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야 한다는 숨은 관념은 오만하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이것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이라고 관객을 속이는 이 영화의 비겁함이다.

 

 

and so on

 

폭력으로 인해 피폐해진 주인공이 미국으로 간다는 설정은 정말이지 인상적이다. 게다가 언뜻 스쳐가는 세계무역센터(쌍둥이 빌딩)의 모습은 압권이다. 테러의 피해자로서 이스라엘과 미국을 동일시하며 선량한 피해자로 위장하는 이 헐리우드 영화가 '객관적'이라 지칭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긴,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던가.

 

 

written by suyeun

 


(총 0명 참여)
yky109
에브너 일행과 한 방에서 잠을 자며 서로 화합의 무드를 띄었던 PLO 공작원들 역시 이스라엘 쪽의 손에 죽임을 당한 것 역시 이런 쪽으로 볼 수 있겠고요.   
2006-02-22 18:47
yky109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폭탄 전문가는 그 말을 했지만 결국 죽어버렸습니다. 그것도 남에 의해 죽은 게 아니라 자기가 실험하다 스스로 터져 죽었죠. 그리고 어쩌면 그가 말한 건 이 영화를 보게 될 사람들이 대부분 미국인 쪽이라 더욱 호소하기 위함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렇게 죽어버리고, 맨 끝에 유대인의 대표 격으로 그려진 에브라임이 에브너가 내민 평화의 손을 뿌리쳐버렸지요. 그리고 그 배경격인 WTC 역시 테러범에 의해서지만 박살이 났고요. 어쩌면 진정 평화와 조화를 부르짖는 사람들은 모두 죽고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이나 모두 자기 쪽만 보는 이기주의자들만 남았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지 않나 싶어요.   
2006-02-22 18:43
1


뮌헨(2005, Mun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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