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선댄스에서 관객상과 각본상을 수상하며 일약 영화제의 간판으로 떠올랐던 영화가 이제서야 개봉을 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작은 상영관에서 단관개봉이며 다른영화와 묶어서 하루에 단 두번밖에 상영을 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를 선택하기로 마음먹은건 한장의 스틸사진때문이었습니다.
척보기에도 개성이 강해보이는 주인공들이 평화로워 보이는 일상을 담은 한장의 사진을 보는 순간 평화로움과 행복을 느꼈다고 해야 하는게 맞을것 같습니다.
"스테이션 에이전트"는 흔히 말하는 상업영화도 아니며 대작영화는 더더욱 아닙니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톰 맥카시 감독 역시 연출전공이 아닌 배우로 출발을 했으며 현재로 배우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간혹 보면 배우들은 감독이 되길 꿈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톰 맥카시 감독은 단순히 감독을 꿈꾸는 배우이기 보다는 자신이 살면서 느꼈던 소중한 감정들을 단 한번 영화로 만들기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그가 계속해서 감독이길 원했다면 지금까지도 배우가 아닌 연출을 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속 주인공인 핀은 흔히 말하는 발육이 정상적으로 되지 못한 난장이입니다. 그는 기차를 아주 좋아하며 조용조용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조용조용한 성격이 된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평등을 외치고는 있지만 속으로 들어가보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일것입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일하던 곳의 사장이자 마음의 동반자인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기차역과 그 주변을 아우르는 땅을 상속받게 되면서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그 역을 중심으로 해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핀의 주변으로 새로운 인물들이 접근을 합니다. 엄청나게 쾌활하며 말이 많은 친구인 조와 엄청나게 덩범대지만 가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올리비아 입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작은 남자인 핀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평등하지 못하며 핀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알고 보면 핀은 정말이치 착한사람이며 멋진 남자인데 말이죠.
조와 올리비아 역시 그런 핀에게 처음은 놀라운 시선으로 접근을 하지만 어느새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며 친구가 되어줍니다. 물론 조라는 친구는 엄청나게 말이 많아서인지 핀이 거부를 해도 막무가내로 친해지게 됩니다. 올리비아는 핀과의 관계에서 조금은 애정의 관계로의 변화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올리비아의 상처는 그리 쉽게 치유되지는 않을 상처입니다.
감독은 소중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면서 영화적인 장치들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세 사람이 함께한 파티는 아주 소중하며 행복한 일이었지만 거기서 불행의 기운을 그들에게 던져주며 어떻게 극복해서 우정의 소중함을 깨닫게 할지에 대한 물음을 던져줍니다.
사실 영화적으로 중요한 부분이자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로 가는 부분에서의 갈등 덕분에 영화가 더 드라마틱한 부분으로 치닫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은 아쉬움을 남겨주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영화속에서 조라는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주인공인 핀 보다도 더 행복한 웃음을 선사해주고 있으며 영화의 마스코트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감독은 핀과의 갈등부분에서 그의 존재를 아주 먼곳으로 보내버리는 선택을 합니다. 전 핀과 조가 멀어져가는 부분 그리고 올리비아의 전남편의 등장으로 인해 찾아올 불행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과연 이들을 어떻게 다시 하나로 묶어나갈것인지 꽤 흥미롭게 바라보았습니다. 그건 1시간이 지난 시점까지 보여준 영화의 여운이 꽤 진했기 때문일것입니다.
물론 영화의 엔딩은 해피엔딩이며 그들은 우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하나가 아닌 우리가 됩니다.
사람들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믿음이며 함깨살아가는것 이라는걸 곧잘 잊어버리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테이션 에이전트가 주는 여운이 더욱 가슴 깊숙이 슴여드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엔딩으로 치닫는 부분에서 관계를 회복시키는 과정은 영화가 지금까지 보여준 한장의 가슴따뜻하고 행복한 웃음이 묻어나는 사진같은 느낌이었다면 너무 영화적인 선택으로 인해 그들에게 다가가는 시선을 다시 뒤로 물러나게 하는 느낌입니다. 물론 이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시각의 차이일수도 있겠지만 제가 볼때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아쉬움이 더욱 많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기차길을 따라 산책을 즐기는걸 좋아하는 핀에게 하나의 친구가 동참을 하고 나중에는 또 하나의 친구가 동참을 해서 셋이 됩니다. 혼자 걷는것을 보는건 보다는 셋이 함께 걷는걸 보는건 영화속 주인공 뿐만이 아닌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행복감을 전해줍니다.
스테이션 에이전트가 전해주는 하나가 아닌 우리가 되는 우정의 소줌함을 말하는 부분을 표현한 아주 멋진 기차길역 산책 장면은 꽤나 인상적으로 가슴 깊숙이 남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관계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경계심을 늦추고 사람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면 한층 행복해질수 있을텐데 말이죠.
톰 맥카시 감독이 가슴속에 간직한채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주는건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보는 시간동안 우리는 충분히 소중한 추억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얻을수 있을테니까요. 그가 다음작품을 만들지 아니면 계속해서 배우의 길을 걸을지는 모르지만 그가 가슴따뜻한 사람이라는건 충분히 알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본 우리들은 관계를 맺는다는것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도 얻게 될 것입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 감독의 내공이 느껴져서 이 영화를 다른 감독이 만들었으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꽤 많이 있습니다. 스테이션 에이전트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같은 감독이 만들었다면 더 멋진 영화가 될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완벽한 것 보다는 조금은 서툴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 영화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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