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재미도 있어야 하고 작품성도 있어야 하겠지만 작품성이 뛰어나도 재미없으면 흥행에 실패한다는 건 당연한 사실.
어느 분이 청연의 친일논란을 두고 도마 안중근과 한길수를 말씀하셨는데, 도마안중근이나 한길수는 재미도 없고 대충 만들었으니 실패했습니다. 물론 작품성도 없었구요.
다만 독립투사를 그렸다는 점인데, 물론 국내 정서상 그것이 영화의 허술한 점을 커버해줄 수 있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실제로 어떤 분들은 극찬을 했다는..) 군대내에서 상영하는 국방영화나 교회안에서 상영하는 종교영화가 아닌 이상 그것만으론 부족하죠.
(게다가....사실 도마 안중근도 장난아니게 미화되었다는 사실...안중근씨가 무슨 슈퍼맨처럼 나와 욕먹었었죠^^)
영화 역도산 말씀을 하셨는데 이거 개봉할때 국내에 그분과 관련된 곳에서 고소한다는 둥 분위기가 심상찮았었죠. 영화내용상 그분이 자신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였다는.. 그리하여 영웅의 일생을 너무도 깍아내렸다는 게 이유였대죠? (영화 보신분들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만..)
역으로 청연의 경우를 보자면 만약 박경원씨의 후손들이 이 영화를 보면 아마 스텝들 회식이라도 시켜주고 싶어질 겁니다.
어쩌면 역도산과 청연의 주제 의식은 참 비슷한 것 같은데요. 역도산이 세계인을 말한 것 처럼 청연은 복잡한 걸 다 무시하고 단지 날고 싶다는 개인의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요.
'나는 조선이니 일본이니 그딴것 몰라 나는 역도산이고 세계인이다.'
'여기 구역질 나서 더 못있겠어.'
또 한가지 같은 점을 들자면 둘다 일제 시대 얘기였다는 점이지요.
그럼 역도산(그러고 보니 바람의 파이터도 있네요)은 친일 논쟁에 휘말리지 않았는데 유독 청연만 그럴까요? 그게 바로 논쟁의 중심입니다.
위에서 은근슬쩍 다 얘기 했던 거지만 바로 미화라는 점이지요. 역사적인 사실을 스크린에 옮길때 사실 여부에 대해 다소의 논란이 일지 않을 순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기조는 건드려선 안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만약 바람의 파이터가 무술인 최영의가 아니라 비밀 독립투쟁 요원으로 최영의를 그렸다면 역도산이 레슬링으로 번돈으로 독립투사의 운동자금을 대 주었다던가 하는 내용이 다만 5분이나 10분이라도 영화에 묘사되었다면 그것만으로 욕을 먹어 마땅한 것입니다. 그 두 사람은 비록 불행한 시대 일본에서 일본인이 되어 활약했지만 지금 우리가 또 다른 의미로 그들을 수용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들이 한눈팔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간 한 사람의 자유인이었기 때문이지 그들이 애국자라는 이유는 아닌 것입니다. 만약 박경원씨의 삶이 어떤 여성지에 기획 기사로 쓰여 졌다면 누가 돌을 던지 겠습니까? 이경원씨가 무슨 지하 독립운동단체에 있었다는 건 최영의씨가 독립운동을 하고 역도산씨가 빨치산 투쟁을 했다는 것과 다름이 없는 미화일 뿐입니다.
게다가 제작사의 사전 광고에서 읽은 기억으로 단지 그 시대 여자로서 하늘을 날으는 꿈을 꾸었던 한 개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것과도 완전히 대치되는 겁니다. 차라리 지금 논란이 되는 설정들이 빠졌었더라면...영화 전체의 내용이 밋밋해졌을 지 모르지만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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