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외숙모의 한마디 “내가 시사회가 당첨됐는데 일이 생겨서 못가, 니가 얘들 좀 데리고 갔다올래?” 헉...사실 난 백조 주제에 가기 싫다고 하면 행여 다가오는 설에 용돈이라도 끊길까봐 그렇게 아이들 둘을 데리고 길을 나서게 되었다. 무서운 초등학생이라 했던가? 대한극장까지 가는 동안 어찌나 말을 안 듣던지 화도 내고 어르고 달래도 보았지만 한번도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나로선 결코 쉽지 않았다. 극장에 도착하여 상영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팜플렛에 적혀있는 문구를 보며 마법이 어쩌구, 저쩌구, 재잘재잘~ 그런데 아이들이 자세히 못 본 문구가 있었으니 “말썽꾸리기들아, 조심해! 새해부터 말썽피우면 끝이야”
오~이 얼마나 지금 내 심정을 대변해 주는 말이던가. 주변을 살펴보니 삼삼오오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의 표정이 꼭 나와 같아 보였다. 마치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쯤이면 이 말썽꾸러기들을 휘어잡을 무슨 계책이라도 생기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영화는 시작되었다.
7명의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콜린퍼스는 보통 우리 내 부모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말썽꾸러기 아이를 7명이나 혼자서 키우다보니 유모의 존재는 당연 필요했을터...이야기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이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단지 자신들을 사랑해 주고 관심을 가져주길 원하지만 아버지는 좋은 유모를 고용해서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이들의 말을 듣기 보다는 현실적인 상황들 속에서 혼자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하다. 영화 보는 내내 가족간에 서로 대화를 나눈다면 좋을텐데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누구도 먼저 대화를 시도하려 하지 않고 겉으로만 빙빙 돈다. 그렇게 아버지도 아이들도 지칠 때 쯤 홀연히 <내니맥피>라는 유모가 찾아오게 된다. 여기서 유모라고 하기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괴기스러워서 언발란스 그 자체이나 아이들이 변할 때 마다 자신의 모습도 조금씩 아름답게 변해져 간다. 1. 일찍잠자기 2.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기 3.들어주기 4.스스로 결정하기 5. 행동하기 이 간단한 다섯 가지의 수칙을 내니맥피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홀연히 왔던 것처럼 또 홀연히 그들을 떠난다. 누가 여기에 나오는 유모를 엠마 톰슨으로 믿겠는가? 엠마 톰슨이 이렇게 망가진 모습으로 나옴과 동시에 각본까지 썼다고 하니 이 영화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영화는 잔잔하게 때로는 마법과 사랑을 통해 가족들이 하나로 뭉치고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과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난 영화를 보며 내가 느끼길 원했던 것, 아이를 다스리는 법을 알 수 있었냐고 반문해 보았다. <내니맥피>라는 영화는 답을 정확하게 알려주지는 않지만 대신 부모의 입장에서 또한 어른의 입장에서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들어 준다. 가족 영화로서 약간은 유치함으로 포장되어 그 본질이 가볍게 느껴질지라도 메시지의 내용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동생들은 영화가 너무 재밌다고 난리다. 과연 이 아이들이 영화를 보면서 단 한번이라도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아침에 잘 일어나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 뭐 이런 생각을 해봤을까? 아마도 10명 중 9명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체 내 동생들처럼 재미로 영화를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같이 본 어른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너무 우습고 활기차고 밝은 영화지만 영화 보는 동안 어느 새 자신이 영화속 아버지의 모습이 되어 반성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나도 일시적일지 몰라도 동생들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뭐 하고 싶은 거 없니?” 한번 더 관심 가져주고 곁에 있어주는 것, 어쩌면 아이들을 사랑하는 가장 큰 방법일지 모른다.
해리포터와 같은 마법을 기대하는 분들에겐 여기서의 마법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가족이 하나가 되고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은 그 어떠한 마법을 써도 이루기 어렵기에 더욱 아름다운 마법처럼 느껴진다. 이제 설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부모들이라면 아이들과 함께 데이트를, 조카와 동생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기회에 생색 내면서 영화 한편 보여주는 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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