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베이의 헐리웃 블록버스터.. 아일랜드..
결론부터 말하자면 헐리웃 블록버스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영화의 소재는 분명 첨단 과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깊이 시사하는 바가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더욱 깊이 보자면, 인간 자체의 존재의 의미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중의 하나이다.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했던 것처럼.. 이 영화도 인간 본연의 문제를 인간복제라는 다소 식상하지만 우리네에겐 산뜻한 미지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곤 하는 소재를 통해 전개하고 있다.
이런 중요한 소재, 어려운 소재를 진정한 거장이 이 영화에 투입된 제작비로 대신 만들었다면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마이클 베이는 많은 영화팬들이 아다시피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거장이다. 그러나, 그는 이 영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진정한 영화의 장인은 아니다. 단지, 자본주의 상업영화의 흐름과 메커니즘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는 뛰어난 제작자일 뿐이다.
마이클 베이는 저 유명한 천재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를 오마쥬로 사용하면서까지 SF거장의 뒤를 잇는 작품을 지어내고자 노력하였다.
하지만, 단순히 존경하는 감독의 작품속 장면을 따온다고해서 진정한 오마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 어떤 감독과 작품을 동경하고 사랑한다면 최소한 그 감독의 작품에 버금가는 내용과 정신(魂)을 갖추었다고 자부되는 자신의 작품속에 포함시켜야 정말 오마쥬이다.
큐브릭과 그의 영화를 존경하는 영화팬들에게 이 영화 아일랜드는 상당한 불쾌함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겠다. 영화 속에 수없이 등장하는 퓨마, 마이크로소프트, 캐딜락 등의.. 직간접광고와 알짜배기 소재를 단순히 화려한 액션과 CG로 버무려 놓은 텅빈 연출은 적어도 내겐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충분히 느끼게 했다.
이 영화는 상술한 바와 같이 "생각하는 인간", "인간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복제인간 탄생이라는 가상 미래의 그림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표면적으론 무분별한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해 경고하고, 생명윤리의 중요성 환기시키고 있으며, 이면적으론 관객 개개인의 삶 자체에 대한 회고와 성찰을 권유하고 있다. 이것이 이 영화에서 읽어낼 수 있는 핵심적인 감독의 메시지이다. (물론 흑인에 의해 구원받는 백인 클론들의 모습을 통해 인종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긴하지만, 그것이 핵심주제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이것은 주가 아니다. 감독의 장인기질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키 위해 화려한 액션과 긴 러닝타임을 할애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더 많은 관객을 위해 눈요기거리를 영화속의 클론처럼 확대 복제 재생산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간간히 배치된 유머러스한 장면도 해학과 풍자 차원의 코믹이라기보다는 한창 숨가쁘게 따라온 관객에게 한숨돌릴 숨을 주기 위한 도구적 장치에 불과하다. (마치, 롤러코스터가 고속과 저속을 오가며 쾌락을 주는것마냥..)
즉, 이 영화에서는 상업적 성공과 부를 위해 단순히 거장의 명장면과 인류의 중요한 주제가 도구화되었고, 진솔한 감독의 메시지가 결여되어 있다.
이는, 마이클 베이가 바로 이 영화에서 오마쥬로 끌어온 시계태엽오렌지와 비교해보아도 쉽게 판별할 수 있다. 두 작품은 같은 SF장르이자 인간성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전자에 비해 시계태엽오렌지는 인간의 눈을 통해 기억을 조작하는 장면을 통해 "개체적 자율성"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임을 반어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아일랜드는 유명한 그 장면을 메시지 논리의 연속선상에 놓기위해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별다른 이유없이 그 껍데기만을 취하고 있다.
물론, 이 영화의 액션은 여느 블록버스터에 못지 않게 화려하다. 블록버스터의 목적이 단순히 관객의 킬링타임 내지는 시각적 즐거움의 제공이라면 이 영화는 대단히 성공적인 작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시각적 즐거움과 더불어 서사구조의 퍼즐놀이도 함께 제공하는 다층적 재미의 블록버스터도 분명 존재한다.
이제는 제작비만큼의 풍부함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작품을 진짜 블록버스터로 불러야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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