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쥬얼이 눈부셨지만 스토리가 엉망이었던 연인은 물론이고, 이명세 감독의 전작 '인정사정 볼것없다' 역시 남들이 호평을 할때 저는 스토리가 없다는 이유로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열에 아홉이 욕을 하는 형사에 대해서만은 저에게 예외입니다. 그것은 의외로 남들이 비난하는, 형사를 극찬하는 사람들도 잘 보지 못하는 형사의 스토리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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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형사는 영상만 있고 줄거리가 없다?
이명세 감독의 말대로 그는 영화로 시를 만들어 냈습니다. 줄거리는 쉽지만 내용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게 쉽지가 않아, 얼핏 보면 스토리가 무너진것 같지만, 이명세 감독이 연결고리를 극단적인 짧은 컷과 애매모호한 대사로 의미를 숨겨 논 것입니다.
다른 영화에서는 줄거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할때, 그 부분에 대해 카메라를 일정시간 비추며 이것이 암시다라고 말을 해줍니다. 하지만, 이명세 감독은 암시를 관객에게 그렇게 쉽게 쥐어주지 않고 직접 찾아가게 만들어 줍니다. 심지어 이야기의 작은 흐름까지도 배경에 배치하고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죠.
그리고 슬픈 눈과 병판의 이름 타령, 도무지 알수 없을것 같은 이 대사가 형사의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부분 중 하나죠.
그래서 형사는 한번 보고는 절대 해석이 가능한 영화가 아닙니다. 조각조각 흩어진 의미의 파편들을 모아 이야기를 관객에게 스스로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죠. 의문점을 풀었다고 생각하면 또 하나의 의문이 꼬리를 잇고, 그것을 풀게 만듭니다. 답이 없어 보이나 답은 분명히 존재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죠. 이것이 형사의 첫번째 가장 큰 재미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모두 완성시켰을때 슬픈 눈과 남순의 사랑에 대해 공감하게 됩니다. 처음 볼때는 무미건조했던 그들의 사랑이, 이유가 보이고 남순의 마지막 슬픈 눈과 대면한 웃음에 몸서리를 치며, 형사의 두번째 재미를 발견할 겁니다.
2. 하지원의 오버 연기?
하지원의 연기에 대해 평론가들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악평을 해댑니다. 하지만 영화의 대사는 마당극의 분위기를 차용한 것입니다. 마축지를 찾는 도중 장작을 패던 남자와 안성기의 대사가 가장 극명하게 이를 드러내죠.
또 이보다 중요한 것은 하지원의 오버스런 연기는 슬픈눈에 대한 사랑을 의식적으로 숨기려하는 모습과 드러내려는 모습의 충돌을 표현해내는 가장 효과적 장치이기도 했습니다.
하지원의 걸음걸이를 보면 알수 있는 것이 이명세 감독의 전작들과의 연계성입니다. 주점 창가밖으로 슬픈 눈을 바라보는 남순, 계단에서 슬픈눈의 살인 장면, 탱고를 추는 듯한 격투씬, 이 모든게 감독의 전작들에서 나오던 이미지들의 변주죠. 이것이 형사의 세번째 작은 재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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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진정한 재미는 자신이 영화를 만들어 가는데 있습니다. 수 많은 영화를 보았지만, 볼때마다 다르고 새로운걸 발견해나가는 영화는 처음이었습니다. 저 역시 처음 볼때는 화려한 영상미가 돋보이기는 했지만 이야기는 다소 얼개가 부족해보였습니다. 하지만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더군요. 의미를 알수 없는 대사도 그렇고.... 그래서 다시 한번 의미를 찾아가며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저는 처음 볼떄는 느끼지 못했던 이상한 설레임에 잠을 설쳤습니다.
part 2에서는 내용을 분석해보겠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스토리를 자신이 직접 완성해내는데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가 있으므로 형사를 다시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직 보지 않으시는게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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