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풍.
먼저 가장 놀란건 입장하는 순간... 보통 휴일 영화관은 젊은 사람들이 점령해 버리는 게 오히려 더 익숙한 풍경인데.. 입장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생각외로 높았다. 심지어 내 앞에서 입장하신 분은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50을 넘어서 모든 일의 순리를 깨닫는다는 60세에 가까운 분들이었다. 그것도 부부로 보이는 두 분이 함께.. 이 영화를 봤다는 사람들이 말하는 적당한 비난을 머리속에 되새기며(꽤 기대를 했기에) 실망하지 말자는 마음을 다잡고 영화를 보러 들어가던 중이었으나 일순간 영화에 대해 다른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 영화가 천만관객을 넘겼던 두 영화같은 모습이 될 지도 모른다는 잠시의 착각을 가진것도 사실이다.
요즘들어 현격히 줄어든 상영전 광고를 잠시 감상하고 (나는 영화광고를 좋아한다. 그리고 감상한다.) 본 영화를 들어가는데... 헐리우드 블럭버스터들이 그렇듯이 돈을 꽤 써가면서(사람들을 꽤 죽이고 여러가지를 꽤 부시며) 영화가 시작되었다.
150억이라는 천문학적 제작비를 썼다고 자랑하던 영화 다웠다. 쥬라기 공원을 연상하는 해상 세트와 교통에 관해서는 그 명성이 대단한 부산에서 길을 온통 막고 대단한 추격신을 만들었고, 실제감을 위해 고급차들을 주저없이 부셔댔으며 서로 다른 커다란 함선 몇대가 영화상영도중 부셔져서 사라졌다. 혹자들이 150억을 어디로 썼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세트를 만드는데 엄청 썼을 것이고, 물을 뿌리는데도 만만치 않은 부분이, 부산 한가운데서 교통통제하고, 차 사고 유발하고, 요트 몇대 부시고.. 이런데도 꽤 들었을 것 같다. 게다가 NG라도 났다면... 대략난감..ㅋ
땅땅땅 하는 총소리들이 여전히 부담스럽다.(헐리우드 영화에서 나오는 총소리와 우리영화에서 나오는 총소리는 현저히 다르다. 우리의 것이 훨씬 가볍고 효과음 같지만 실제 총소리는 우리나라 영화의 그것과 훨씬 더 흡사하다)
스토리... 영 이해가 안된다. 예전에 <2009 로스트 메모리즈>..라는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당시에 엄청난 돈을 퍼부은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엄청난 전투 씬에 쉴새 없이 등장하는 언뜻 납득이 안되는 정적과 슬로우 모션, 한창 전투중에 두 남녀주인공이 정적속에 마주보고 감정이입하기등... 이런 모든 것들에 짜증나던 차에 결론이라는게 타임머신 쩜프해서 일괄해결되는... 정말 황당난감한 씨츄에이션으로 모든 관객의 비아냥을 들었었는데...(생각해보니 그때도 장동건이 주인공이었다.) 감독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때 그 영화를 생각나게 하는건 비슷한 문제점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빈민촌에서 자라서 쿠데타같은 조직내 반란을 통해 반국가 조직의 보스가 된 최명신이 두개의 태풍이 뭉쳐서 커다란 하나의 태풍이 형성된다는 전대미문의 자연현상을 마치 과학적 예측이라도 한 것 처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나, 태풍의 눈에서 유유히 항해하는 함선(도데체 어떻게 태풍 안으로 들어갔단 말인가? 정말 오래된 배였는데). 헬기 두대로 두개가 하나로 합쳐진 초대형 태풍을 뚫고 가는 설정, 미국에서 한반도까지 와선 어뢰 두대만 날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미국 잠수함. 20년간 복수의 일념으로 살았으면서도 누나얼굴 한번 보고 복수심이 눈 녹듯 사라져버리는 주인공 최명신. 태풍 한가운데서 칼에 수차례 찔린채로 배 위에서 잠수함의 어뢰 두대를 맞고도 깨끗하게 살아나는 주인공 강세종..... 정말 대략 난감이다.
장동건이 나오는 영화에선 장동건의 눈빛 카리스마를 안볼래야 안볼수가 없다. 물론 '광기'라는 컨셉을 그처럼 잘 표현하는 배우가 많지 않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그냥 잘생기고 멋있고, 그렇게 눈에 힘주지 않아도 카리스마가 나오는데도 항상 그는 영화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다. 장동건의 눈부라림은 멋있긴 한데 보고 있다보면 참 부담스럽다. 그 눈빛에 쫄아서 스토리를 잊기도 한다. ㅜㅜ;; 감독이 달라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에 비해 이정재는 사실 얼굴이 잘 생각나지가 않는다. 어두운 데서 찍은 부분이 많아서 그런가? 표정 편하도 거의 없고, 그냥 장동건의 카리스마데 대항해 근근히 버텨가던 느낌..이랄까
게다가 반미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영화의 설정도 부담스럽다. 또 외국 배우들의 연기도 영 별루인데다가 영화 중간중간에 늘어지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이 영화에서는 다른 감독이 장동건이라는 카리스마 만빵인 배우를 데리고 주체할 수 없는(?) 돈을 들고 찍었다는 느낌이 드는건... --;;
하지만 우리나라 기술이 정말 이만큼 발전했나 싶을 정도로 놀랍고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당당히 경쟁(한다면 질 것 같긴 하지만)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이다.
이 영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진 않지만... 그냥 장동건 눈부라리는데 확가는 사람들이나 혹은 이정재 몸빨이 궁금한 사람은 강추. 스토리좀 보고, 디테일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은 다른 걸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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