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불의 잔’ 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하루에도 몇 번씩 똑같은 스틸 컷을 반복해 보면서 하루 빨리 개봉하기를 기다렸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친구와 함께 IMAX로 예매를 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날.
떨리는 가슴을 안고 인천 CGV로 향했다.
영화가 끝난 후에 느꼈던 것은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괜찮은 판타지 영화’였다는 것이다.
1,2편처럼 구성의 허술함도 보이지 않았고
3편처럼 해리포터답지 않게 낯설었던 것도 아니었다.
구성도 그 어느 시리즈보다 훌륭했고
해리포터의 고유의 분위기와 느낌도 아주 잘 살려냈다.
용과의 결투장면, 호수 속의 위지를 구해내는 장면,
미로 장면도 모두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쳤다.
또한 이제 하이틴이 되는 해리의 귀여운 첫사랑,
론과 헤르미온느 사이의 미묘한 감정변화 등 아이들의 성장도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마이클 뉴웰 감독답게 아주 잘 캐치해냈다.
결정적으로, 원작 소설을 영화화할 때 감독들이 가장 큰 실수를 하는 부분인
‘원작과 영화의 차이’를 아주 잘 이해하고
그 안에서 ‘영화적 요소’ 만 뽑아내었다는 것이다.
그 예로 미로 장면을 들 수 있는데,
많은 해리포터 팬들은 미로 장면에서
스핑크스와 폭탄꼬리 스크루트가 등장하지 않아 많이 실망 한 듯 하다.
하지만 나는 (원작을 읽었음에도) 미로 장면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너무 많은 캐릭터의 등장은 절정부분의 집중을 방해하고,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 미로 장면이 마이클 뉴웰 감독의 연출 능력이 가장 빛을 발한 부분인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최고로 꼽고 싶지는 않다. 불의 잔에는 2% 부족한 뭔가가 있다.
첫 번째로 배우들의 연기력을 말하고 싶다.
배우를 캐스팅 할 때부터 연기력 보다는 원작 캐릭터와의 이미지나 느낌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중점으로 두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화려한 특수효과와 은근한 유머 속에 포장되어 있던
그들의 어색한 대사가 툭툭 튀어나올 때의 황당함이란....
1편에서는 영국식 발음을 하는 꼬마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그냥 넘어갈 수 있었으나
이제 열일곱 살이라는 나이에 맞는 성숙한 연기를 보여줄 때가 된 것 같다.
두 번째로 ‘덤블도어’ 라는 캐릭터에 대해 말하고 싶다.
미스 캐스팅일까, 아니면 캐릭터를 잘못 설정한 것일까?
똥똥하고 거친 성격의 덤블도어를 보며 깜짝 놀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원작과 영화를 똑같이 만들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해리와 영화에 있어 너무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덤블도어의 캐릭터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은 것은 감독의 너무 큰 실수가 아닐까 싶다.
(이런 면에서 캐릭터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1,2편의 감독인 크리스 콜롬버스 인 듯.
작고한 리차드 해리스는 덤블도어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책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조앤 롤링의 묘사 그대로의 덤블도어를 보는 것 같았으니까.)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점은
해리와 볼드모트의 대면 장면이 너무 짧았다는 것이다.
앞에서 무도회 부분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런 몇 가지 단점으로 인해 해리포터는 내게
‘최고의 영화’가 아닌 ‘괜찮은 판타지 영화’ 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영화 ‘해리포터’ 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캐릭터는 물론
영화의 작품성 또한 함께 성장하고 있다.
영화의 포커스도 화려한 볼거리에서
캐릭터의 심리변화와 성장 과정으로 조금씩 옮겨지고 있다.
원작을 읽을 때는 여기저기 깔린 복선을 퍼즐 조각처럼 하나씩 맞춰가며
가슴이 터질 듯한 긴장감을 느끼면서,
영화는 마치 한편의 성장 드라마를 보는 듯이 캐릭터의 감정에 공감하면서.....
이렇게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해리포터의 원작과 영화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우리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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