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버디 무비. 강한 - 보통 마초인 - 남자 둘이 나오는 영화는 여성 관객들이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마초이긴 하지만...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슬픈 감정들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고, 실제로 영화에서 친절하게 그런 모습이 된 배경을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태풍 역시 마찬가지. 씬이라는 인물이 걸어온 삶의 굴곡을 하나 하나 풀어낼 수록 비단 여성 관객들 뿐 아니라 남성 관객들 역시 그 배우에 동화되어. 강렬한 복수에 대한 의지에 동조하게 된다.
이는 대칭점에 위치한 강세종이라는 인물도 마찬가지. 반듯하고 엘리트 코스로 살아온 그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아버지를 통해 그는 철저히 '자신의 안위' 를 배제시키는 인물로 표현된다.
이 둘이 서로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부딪히는 장면. 장면들은 누구를 응원할 수도 없는, 그렇다고 누구를 탓할 수 만도 없는 상황으로 관객들을 몰아간다. 그리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여기에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등장하는 것이 이미연이라는 배우. 강직한 강세종도, 지독한 씬도 그녀 앞에서만큼은 잊었던 부드러움을 찾게 된다.
누구의 승리도 없는... 목숨을 건 사투. 그것이야말로 태풍이 얘기하고 싶은 아이러니한 상황. 그리고 그것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두 남자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충분히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태풍이란 영화를 즐겁게 보았다. 비록. 감정의 과잉이 눈에 조금은 거슬렸을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