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간의 사랑이 싹트기 전에는 분명 호감이라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처음부터 진하게 불붙는 사랑은 없다. 서로간의 일정한 거리를 좁혀가며 그 사랑의 단계를 진전시켜나가는 것이 보통 연애방식의 정석이라고 보면 될 것 이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를 필연적인 계기로 여기며 계획적으로 연애를 즐기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흔히 우리는 선수라고 부른다. 물론 국가대표 자격을 얻을 것 까지는 없지만 나름대로 그들도 선수간에 등급이 있고 프로와 아마추어의 세계가 존재하는 법. 고등학교 수학시간에나 지겹게 떠들어봤을 수학의 정석 대신 조금은 구미가 당기는 작업의 정석을 한번 권해 볼까하는데 구매욕이 땅길지..
일단 선수들은 쿨해야 살아남는다. 시대적 트렌드를 떠나서 밀고 당기는 사랑싸움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항상 냉정심을 유지하며 자신의 필살기가 먹혀들어갈 타이밍을 재야한다. 또한 깜짝쇼적인 필살기보다는 차근차근 잽을 날리며 거리를 좁히고 방어를 약화시킨 뒤 한방을 제대로 날려 상대방을 다운시킬 여건조성은 그들에게는 기본이다. 그리고 한방먹였다 해도 그 우월감은 뒷전에 남겨둔 채 다음 공격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한방먹은 이도 그 쓴 좌절감은 버리고 복수의 크로스카운터를 노려야하는 것이다.
여자의 작업에서 필수 덕목은 애교와 내숭이다. 일단 요조숙녀로서의 기반을 다지며 남자를 홀린 뒤 남자가 자신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면 그때부터 적당히 본색을 드러내도 무방하다. 말그대로 이미지메이킹이 중요하다는 말.
이에 맞서는 남자의 작업에서 필수덕목은 무뚝뚝함으로 가린 자상함이다. 겉으로는 무관심하고 방관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자상하게 여자를 챙겨주는 매너가 여자의 마음을 녹아내리게 만드는 것이다.
영화는 유쾌하고 재미있다. 시종일관 위트있는 대사와 통통 튀는 상황 설정이 가벼우면서도 재치있게 다가온다. 또한 주연배우를 비롯한 조연들과 카메오 출연진까지 모두 다 영화의 독특하면서도 잘 배합된 양념이 되어서 영화를 더욱 맛깔스럽게 꾸며준다. 특히나 청순한 이미지의 손예진이 코믹스러움 망가짐을 택한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아보인다. 오히려 그녀의 매력이 하나 더 늘어나보이는 듯 하니까. 또한 송일국의 첫 스크린 데뷔도 나름대로 성공적인 듯 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가벼운만큼 억지스러운 설정이 다소 과도한 면도 있다. 영화가 주는 신선함이 그러한 설정을 조금 커버해주는 면모가 있어보이나 분명 이 영화는 스토리의 흐름을 무시하고 정도의 지나침을 보여주는 오버가 있다. 이는 심각함이 필요없는 가볍고 유쾌한 영화임을 떠나서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만한 빌미를 제공할 법하다.
또한 이 영화에서 소개하는 작업은 흔히 말하는 부르조아들의 사랑방식이다. 그들의 작업은 애인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를 투자해도 아쉽지 않은 이들에게나 가능한 이야기일 뿐 해마다 상승하는 물가와 세금앞에서 한숨만 나오는 서민들에게는 먼 강남권이야기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정석은 자신의 집안이 조금 있다싶은 젊은 남녀에게나 어울릴만한 이야기일뿐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허탈한 환상이 될 법하다.
영화는 재미있지만 씁쓸하다. 그들의 쿨한 사랑놀이도 결국 돈을 발라야만 가능한 법이니까. 그런 사랑에 감당못할 우리네 주머니 사정은 마냥 웃기에는 서글픈 현실이 되지 않을까? 모카드회사의 선전문구처럼 인생을 즐기려면 상관없겠지만 그러다 망하면 동정도 못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