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은 그 스케일과 제작비만으로도 이미 '역대 한국영화 최고'기록을 개봉전 갈아엎었다(물론 개봉후에도 일일 최고 스코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하나 더 붙였다). 곽경택감독을 비롯해, 장동건 이정재 이미연. 말그대로 최상의 캐스팅에 150억이라는 왠만한 영화 제작비에 0하나가 더 붙은.(실은 그정도까진 아니지만) 그토록 겸손한 장동건씨마저도 이 영화로 태극기의 흥행기록을 엎고 싶다는 말을 했으니 오죽하겠나...
그러나 곽경택감독이 한가지 실수한 것이 있다. 물론 감독이 영화에서 의도한 것은 무엇인지 알겠다. '남자들간의 우정', 그리고 '테러를 예방하자'쯤 되겠지. 그러나 이 과정에서 딱 이 이야기만 했으면 더 짜임새있는 시나리오가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곽경택감독은 너무많은 욕심을 부렸다. 태극기나 실미도처럼 관객이 쉬어갈 수 있는 웃음을 주는 캐릭터도 넣지 않았음에도 영화는 그리 진지해보이지 않는다. 그것에 배우의 탓은 없다. 장동건과 이미연은 훌룡한 연기를 펼쳤고, 이정재도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의 전작에 비해 큰 변동이 없었다는것에서 그나마 다행인거같다. 문제는 위에서 말한 시나리오이다.
곽경택감독이 각본을 맡았는데, 곽경택감독은 물론 제작비 150억을 받아낼것이라고 생각해서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적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시나리오에선 카체이스장면도 좀 더 긴장감있고 더 길었을테고, 태풍호에서의 대결도 많은 액션이 들어가도록 하고, 중간중간보여준 자그마한(?) 액션장면들 또한 더 멋있고 탄성을 자아낼만했을것이다. 그런데 곽경택감독은 볼거리만을 너무 많이 보여주면 드라마가 약할것이라는 생각을했나보다. 액션은 태풍호에서의 액션을 큰 중심으로 하고 카체이스장면도 그리 격렬하지도 않고 공항과 블라디보스톡의 숙소에서의 액션은 그야말로 '관객이 지루해하지않도록'넣었는것같다. 명신과 명주의 어릴적이야기와 한국과 미국의 대치상황을 주 드라마요소로 하고 있지만 이 역시 너무 어설프다. 여기서 어설프다는 말은 이야기를 시작해서 끝을 보지않고. 대충 얼버무리면서 끝냈다는 것이다.
물론 태풍호에서의 CG는 정말 경이롭다.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의도가 '한국영화가 이만큼 발전했다'라는것을 알리려고 한것이라면 그 의도는 대충 성공한 듯 싶다. 원래 CG는 관객이 그곳에 CG가 사용된지 몰라야 훌룡한 것인데 이 영화는 충분히 그것을 해냈다. 김블장치도 훌룡했고, 시각효과중 가장 어렵다는 물 특수효과를 멋지게 소화해낸것도 훌룡하다. 시각효과부분에선 아마 우리나라영화중 가장 훌룡하다고 칭찬해도 아깝지 않다. 그러나 액션은 그 시각효과를 따라가지 못한듯하다. 헐리우드 액션영화처럼 '진짜'피튀기는 총격액션같지도 않고 비장미도 느껴지지않는다. 그래, 한 100억정도는 들어간거 같다. 그런데 나머지 50억은 도대체 어디에 썼는지.
내가 이 영화에 비판만을 주로 하고 있지만, 위에 말했듯이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 의도가 '한국에서도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다' , '한국영화가 이만큼 왔다. 헐리우드 긴장해라'라면 성공한듯싶다. 그러나 150억을 가지고 올드보이같은 영화(제작비가 약 30억들었다) 5편을 만드는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20자평 - 볼거리는 많은데 한방이 부족한 영화.
유의사항 - 액션속에 구구절절한 드라마를 원한다면...
이 장면만은 - 태풍호를 집어 삼키는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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