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엊그제 성대로 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생각보다 빈자리가 많았던게 - 그리고 여자의 비율이 많았던게 - 축구의 여파가 크긴 컸나 봅니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평가가 상당히 엊갈리더군요. 잼있다 - 지루하다 - 실망이다 - 다큐맨터리같다 등등 말이지요. 영화가 무기판매상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택했고, 이야기의 진행방식으로 보건데 취향에따른 개인차가 심할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영화 외적인 요소에 대해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것같고, 이때문에 걸고 넘어질게 많더군요.
지금도 오른쪽 아래에 움직이고 있는 카피 -21세기 최고의 걸작액션- 이라는 표현이 상당히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히, 이 영화는 무기딜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지 무기화력시범동영상이 아니란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카피를 내세운건.. 글세요 일단 저렇게 해야 장사가 되기때문일까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큽니다. 시사회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도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겠지만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영상은 나올리 없고, 결국 실망했을꺼라 생각합니다. 지루하다-실망이다 하는 사람들의 말도 충분히 공감되어지고요. 저조차 사용되지 않은 그 많은 무기들을 보면서 돈없이 용산을 거닐는 애뜻한 심정이었으니까요.
두 번째로, 마지막 '유리' 의 독백이 끝나고 나오는 문구.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 최대의 딜러는 유엔안보리 사무국이다" 라는 다소 교훈적인 자막이 과연 영화 안에 포함되어진 내용인지, 아니면 시사회를 주최하는 측에서 억지로 끼워 넣은건지 궁금합니다. -나중에 극장에서 본 사람들에게 물어봐야죠- 저 별것아닌 몇 개의 문장 덕분에 영화의 마지막 여운이 와장창깨지더군요. 너무나 교훈적인듯한.. 마치 이를 말을 전하기 위해 시사회를 하고 있는듯한. 잘빠진 전지현의 몸에 '착하게 살자' 라고 문신따져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순간에 영화를 교육용 비디오로 만들어버리는, 반미주의를 주장하는 문구를 도대체 왜 넣었나 의심스럽습니다. 제가 친미파라든가 그렇다는게 아닙니다. 단지, 영화를 영화로 끝내지 못하고 어떻게든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려는 그 심보가 마음에 안들 뿐입니다.
영화 외적인 요소가 너무 길어졌는데 전 개인적으로 영화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2시간의 시간동안 내내 집중할수 있었으니까요. 주인공 '유리' 가 자신의 삶을 회상하듯 독백으로 풀어가는 점도 마음에 들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심리 변화를 묘사하고, 타인의 심리를 관찰하듯 해석해 내는것이 한편의 1인칭 소설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네요. 특별한 반전없이 진행되는, 시놉시스로 소개된 내용이 이야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영화 끝나기 10분전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이미 광고로 써먹어놓고도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그토록 찬사를 받은 '너는 내운명' 처럼, 이 영화도 막판의 반전이나 스토리라인의 궁금증 유발이 아닌 그 내용을 풀어가는 과정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포인트 인것 같습니다.
블록버스터라고 하기엔 어딘가 어색한, 한편의 잘 짜여진 이야기 입니다. 누군가에게 추천하기전 그 사람의 추향을 보고 조심스럽게 말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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