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마다 각인이 되어 인생의 전환점과 땔래야 땔 수 없는 그런 영화들이 있다. 중학교 때, ‘죽은 시인의 사회’가 그랬고, 고등학교 땐 ‘그랑 블루’, 대학교 신입생 때의 ‘라빠르망’이 내겐 바로 그런 영화였다. 나는 리자(모니카 벨루치)와 막스(뱅상 카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인인줄 알았고 ‘사랑을 한다면, 이들처럼 해야지. 이렇게 힘들고 애틋한 사랑을 해야지.’ 하고 다짐했었다. 머피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의 안타까운 연인들, 생각만 해도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그런 사랑 말이다.
그런 라빠르망의 리메이크가 만들어졌다. 보는 영화마다 눈에 밟히는 아련함을 주었던(심지어 ‘패컬티’에서 조차), 이제는 소년에서 성인 남자가 되어 버린 조쉬 하트넷이 매튜(막스)를, ‘트로이’의 헬렌, 다이앤 크루거가 리사(리자)를 브리세이즈, 로즈 번이 알렉스(앨리스)를 연기했다.
이보다 더 명쾌할 수 없을 듯한 해피엔딩으로 바뀐 지극히 헐리우드적인 결말과 구태의연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미덕이 더 많은 영화이다.
옛 사랑의 체취와 기억을 따라 시카고의 위커 파크를 헤매는 한 남자의 신비로운 불행을 잘 표현한 조쉬 하트넷도 그렇지만, 알렉스의 로즈 번은 원작의 로만느 보랭제(로만느 보랭제만 보면 가가멜이 떠올라서 멜로 영화에 출연 시 흡인력이 급감한다.)보다 더 낫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일부는 성공이다. 그렇다면 실패는? 많은 이들이 느끼고 있겠지만 바로 다이앤 크루거의 리사이다. 그녀의 리사를 보면서 모니카 벨루치의 리자는 성역과도 같다는 생각만 확고해졌다. 8과 1/2인치의 빨간 구두는, 안타깝지만 여전히 모니카 벨루치의 것이다.
눈 덮인 시카고의 겨울을 활용하여 원작의 신비로운 분위기는 잘 살려냈지만 안타깝게도 옛 것을 뛰어넘는 리메이크란 그렇게 많지 않다. 아마도 현재를 지배하는 기억의 속성 때문이 아닐지.(개인적으로는 원작도 리메이크도 마음에 든다. ^-^)
나름대로 얻은 tip
1. 이런 남자를 조심하라.
어딘지 모르게 비밀스럽고 상처를 가지고 있는 듯한 남자. 이런 남자는 여자를 미치게 만들지만, 자신에게 안주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공항에서 버림받은 약혼녀는 얼마나 황당했을지…
2. 옛말 틀리지 않다.
너무 튕기면 역효과 난다. 프로포즈 받은 바로 그 때 웃으면서 오케이 했다면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3. 미쳐도 곱게 미치자.
사랑은 미쳐야 한다는 말에 공감 못할 바는 아니나 적어도 범죄는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남에게 상처를 주며 쟁취한 사랑은 자신에게도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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