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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우리 속에 갇힌 건 그일까? 나일까? 혹성탈출
happyend 2001-08-20 오후 12:43:59 1149   [3]
비디오가 없던 어린 시절 영화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은 〈명화극
장〉과 명절 특집을 통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때 본 영화 중에
가장 충격을 주었던 게 제가 기억하는 제목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핵전쟁에 대해 다루었던 [그날 이후]와 오늘 이야기 하려는 [혹성
탈출]이었습니다. 어린 저에게 핵전쟁의 무서움과 인류가 원숭이에
게 지배당할 수도 있다는 전혀 상상치 못한 세계를 열어주었으니까
요. 특히나, [혹성탈출]의 마지막 장면은 어떤 영화의 반전보다도
쇼킹했었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선연히 남아있는 [혹성탈출]을 팀 버
튼 감독이 만든다고 했을 때 기대가 많이 되면서도 그 기대만큼 걱
정도 되더군요. 이미 반전은 다 공개되어 있는 상태에서 팀 버튼이
과연 무엇을 끌어낼 수 있을까라는 점이었죠. 팀 버튼의 왕 팬까지
는 아니지만 그의 독특함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에이~ 뭐 그래도
팀 버튼인데 어느 정도는 하겠지.”라는 안전판이 존재하고 있었습
니다. 그러나, 개봉 후 본 사람들의 말은 하나 같이 실망이다, 보
지마라, 팀버튼도 늙는구나. 예전 게 훨씬 낫다....라는 반응을 보
여주더군요. 썰렁한 사람들의 반응에 오래 가긴 틀렸구나 싶어서
저도 부랴부랴 보러갔습니다. 보고난 느낌이요? 저 역시 ‘이거 정
말 팀 버튼이 만든 거 맞어?’라는 생각이 들었죠. --;;;

보고난 직후엔 팀 버튼이 정말 정말 만들기 싫었는데 억지로 만든
게 아닐까라는 생각부터 했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첫 번째
이유가 바로 마크 왈버그 때문이었죠. 그동안 감독의 영화에서 잘
볼 수 없는 영화사가 좋아할--;;; 캐스팅이었거든요. 원작 [혹성탈
출]에서 주인공을 연기했던 찰톤 헤스톤의 캐릭터가 마치 긴 방황
을 하며 고뇌하는 오딧세이같은 이미지라면 마크 왈버그의 레오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신이 되고파서 안달하던 헤라클레스같은 이미
지더군요. 팀 버튼이 말한 신화적인 이미지라는 게 이렇게 차용이
된 건가 싶었죠. 남녀 주인공 사이의 관계도 여타의 블록버스터를
답습하는 것 같았구요. 캐릭터부터 에게게~라는 생각이 든게 느낌
이 든게 아무래도 영화가 실망스러웠던 첫 번째 이유인가 봅니다.
물론, 결정적인 부분은 결말 때문이었지만요.

원작의 그 충격적인 라스트 씬에 필적할만한 아니 팀 버튼이라면
그 이상의 무엇을 끌어내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 비해 결말은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 버튼조차도 원작의 우리에 갇혀
버린 것인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마무리에서는 반전이라
든가 놀랍다든가 하는 것은 없이 끝나버렸거든요. 원작의 시간과
공간이라는 굴레를 벗지 못했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결말
부분이 생각이 나더군요. 도대체 마지막에 감독이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게 뭐였을까. 현재 지구의 모습에 유인원? 예전 과학잡지에
서 읽었던 다차원우주론이 떠오르더군요. 같은 시간대에 같은 공간
이 각자의 역사를 가지고 여러 차원에 존재한다는 이론이었는데,
그런 식으로 이해하면 그런 결말이 이해가 가긴 하더군요.

여기까지 생각을 연장시키다가 갑자기 든 생각. 웜홀로 연결이 된
것이라면 처음에 그 별도 지구? 얘기듣기로는 지구가 아닌 미지의
행성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이라던데... 아~ 모르
겠습니다. 감독과 직접 이야기하기 전엔 잘 모르겠네요. 처음엔 단
순했던 것이 생각을 거듭할수록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이 되는군요.
어쨌든, 원작이 없다면 or 팀 버튼이 안 만들었다면 나름대로 볼만
하다고 말했을지도 모르는데, 기준점이 있다는 건 참 무서운 일이
란 것을 다시 확인했죠. 결국 우리에 갇혀 관점을 잃은 건 팀 버
튼?! 나!?....... 글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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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2001, Planet of the Apes)
제작사 : 20th Century Fox, The Zanuck Company / 배급사 : 20세기 폭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planetoftheap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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