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식 리얼리즘, 홍상수식 일상의 표현...
사실은 이것이 바로 내가 찾던 것이다.
영화...거의 대부분..아마 99%의 영화는 나오는 대사와 액션이 모두 과장되고
어색하고 영화적이거나 드라마틱하다.
현실에서 누가 그런 거만하고 멋있는 말투로 책을 읽듯 대화를 하며
누가 그런 어색한 과장된 몸짓과 표정을 짓는단 말인가? 난 항상 영화를 보면서
왜 저따위로 밖에 영화를 만들 수 없는 것인가 ? 항상 의문이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그런 감독은 없단 말인가?
그런 사람이 있더란 말이다. 그 사람이 홍상수였다.
그를 처음 안것은 강원도의 힘...
너무나 재미가 없었다. 이게 무슨 영화란 말인가? 이게 무슨 재미가 있다고
이것을 보란 말인가?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 형식에 있어서 내가 평소에 추구하던 리얼리즘..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 놀랍게도 !!
배우는 전혀 영화배우같이 멋있지 않고 평범하며 익명성이 있고, 대사는 더더욱
일상적이고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으며, 행동도 너무나 평범하고 바로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것들... 그런 일상적 리얼리티가 있는 이상한 영화를 난생
처음 보는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의 다른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을 비디오가게에서 빌려 보게되었고
역시나 그 리얼리티-내가 추구하고 그가 역시 추구하는-에 만족감을 느끼며 흐뭇하게 보았더랬다.
단, 드라마틱한 구성이 있어 홍상수와 어울리지 않는군...생각하면서도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였다.
그러고나서 본 오수정...하나의 장르영화이지 그동안 보여줬던 리얼리즘은 조금 사라진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정보석이 맘에 안들어서 싫었던것 같기도하고...
정보석은 너무나 리얼리즘과 거리가 먼 배우인데
그나마 오수정에선 개과천선한 듯 보였다...감독 덕에..
홍상수 그는 이제 아예 대놓고 일상을 표현한다. 제목 조차 생활의 발견이다.
무슨 데몬스트레이션이라도 하려는 가? 이것이 일상이다라고 소리라도 치고싶은 건가?
일상이랍시고 보여준다는 것이....
춘천에서 방석집가고, 팬이라는 여자와 술먹고 꼬셔서 따먹고,
충동적으로 경주가다가 우연히 만난 여자집에 몰래 따라가고,
어찌어찌 만나서, 꼬신건지 꼬시킨건지 두번 자고 나서,
결국 여자에게 차이고 쓸쓸히 돌아선다는 내용인데....
이 설정 자체가...너무나 내맘에 든다는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일상도 바로 이런 것이고..이것이 바로 생활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감독은 마치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해주는 사람인가?
내고향이 경주라서 더욱더 리얼리티에 푹 빠진 것같기도하다.
경주역, 이름모를 무덤들, 돌담길에 기와집들, 윗시장안 지저분한 시장길, 콩코드 호텔, 보문 오리배,
경상도 촌놈이 시비걸던 그 막창집도 내가 가본 곳이다.
그리고 그 대화들, 시장안 솥뚜껑 삼겹살집에서 추상미가 김상경에게 "왜 흔들거려요?" 김상경이
"흔들면 정신도 들고..어쩌구 저쩌구.." 정말 되도않은 영화대사답지 않은 일상적인 대화...
경주장 여관신에서 남편이 딴여자 만난다는 것 얘기할때의 그 대사들...그거 시나리오같은거 없는 거
같은 느낌이 팍 들었다. ...이사람들 지금 연기를 하는게 아니구나...그냥 일상의 대화, 현실의 대화를
하는구나하는 감이 바로 왔다. 제작노트보니까 역시나 시나리오가 없었다고...
그런데, 홍상수 영화가 외설적이니 남성 우월시각이니 그러는 사람들...
참 어이가 없다. 섹스신이 없는 영화가 어떻게 일상적 리얼리티를 표현한단 말인가?
그런사람들-애들이라해야겠지-그런 애들이 영화를 논한다는게 참 우습기도하다.
하여튼 말이 길어져 정리가 안되는군....
아직 극장전이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못 보았다.
배우들의 익명성이 점점 없어지는 것이 자꾸만 일상적 리얼리즘하고 멀어지는 것같아 별로이다.
보기는 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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