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롯이 독특한 영화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러면 뭐하나? 그걸 잘 살려야지.
트집 잡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조인영(김정은)이란 인물을 이해할 수 없다.
극중 조인영은 서른살 이혼녀. 애인이 아닌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고딩 이석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고 하는 말이 '자고 싶다'는 말이다. 그리고 얼마 단 돼 모텔로 이끄는 등 진도를 무쟈게 빨리 뺀다. ㅡ,.ㅡ;;
거기에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동거 중이라는 게 다 알려져 있고 이석과 학원에서 잠을 잤던 게 소문이 다 났는데도 학원에서 안 짤린다. 학원이 얼마나 입소문에 민감한 곳인지 모른다. 선생에게 조금이라도 안 좋은 소문이 있으면 원장의 제재가 들어오고 극중 조인영의 경우라면 얄짤없이(?) 잘려야 정상이다. 그래도 당당하다. 이쯤이면 '얼굴 두껍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고등학교 시절의 조인영과 그녀는 긴 머리를 양갈래로 땋고 다니는데 그건 13년전 고딩의 패션이 아니다. 그 당시에 그렇게 하고 다니는 애가 잇었다면 패션이 이상한 애로 놀림 당했을 것이다. 아니면 독창적인(?)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소리를 듣든지. 여튼 그런 스타일은 공주병 중증 아이들이나 하는 스타일이다.
2. 상상의 여지를 만들지 않는다.
학원생 이석과 첫사랑 이석이 하나도 닮지 않았다는 거. 그걸 조인영이 깨닫는 데서 끝났어야 했다. 첫사랑 이석의 얼굴이 계속 나오고.. 심지어 두 이석과 동거남, 조인영 네 사람이 함께 술까지 먹는다. 홀딱 깨게 표현하자면 조인영과 그녀가 잠을 같이 잔 남자 세 명이 모여 논 거다. ㅡ,.ㅡ;; 두 이석의 대화까지 넣어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인물이라는 걸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 관객은 지루하다.
이건 조인영의 연애사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3. 사랑? 어울리게 사랑했어야지.
내가 미성년자인 이석과 조인영이 잤다고 해서 이러는 거 아니다. 조인영은 이석을 남자로 느끼면서부터 자고 싶어한다. 결국 두 사람은 빨리도 모텔에 가고 그 뒤로도 여러 번 잔다. 키스도 아주 노골적이다. 둘이 얼마나 사랑한다고? 뭘 얼마나 교감했다고? 조인영이 남자애를 찍어서 일방적으로 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솔직히 그 나이대의 남자들은 성인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서 여자가 끌면 십중팔구 '아싸~'하며 좋아라 한다.) 둘이 좋아하는 걸 좀 절제하면서 보여줬어야 했는데 노골적으로 보여주니 그 '빠른 진도'에 관객은 어안이 벙벙하다.
내가 학원강사도 해 봤고 남학교에 교생실습도 다녀왔고, 요즘 남자아이들 잘 아는 편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 또한 남자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남자로 보인 애가 있기도 하다. (쑥스~) 그런 나조차 감정이입이 안 되고 '뭐야?' '왜 저래?'할 정도면... 글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1인 3역을 맡은 이태성의 연기뿐이다. 김정은의 얼굴을 클로즈업할 때마다 앞트임한 눈, 지나치게 깎아버린 턱이 눈에 거슬렸다. 거기에다 고딩 조인영은 얼굴이 네모여서 두 사람은 전혀 딴 사람으로 느껴진다(이것이 감독의 의도인지도 모르겠다면 별로 탁월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족이지만 김정은은 제발 성형수술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엄정화와 김정은은 클로즈업하면 짜증이 난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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