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니.
사랑니에는 조인영이 사랑에 빠지게 된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자기의 첫 사랑과 너무나도 닮았다는 것이 이유죠. 게다가 13년전 떠나버린 첫 사랑의 나이와도 같죠. 이 석은 17살의 소년입니다.
그렇다면 이 석은 왜 사랑에 빠져드는 걸까요? 조인영이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예전에 키스를 했던 17살짜리 '조인영'과 이름이 같기 때문일까요? 모를 일입니다. 게다가 영화 속에선 이 석의 감정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듯 합니다. 하기사, 포스터에서도 김정은 얼굴 밖에 안 보이는 걸요. 하이힐을 신고 누군가를 안고 있는 김정은요. 상대방은 교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었군요.
그럼 어린 '조인영'은 왜 사랑에 빠져들까요? 이 석의 쌍둥이 동생 이 수를 왜 사랑하게 되는 걸까요? 그가 자신의 개를 좋아해서? 그럼 이 석은 왜 좋아하게 되는 걸까요? 역시 모를 일입니다.
첫 사랑과 닮아서, 이름이 같아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얼굴이 똑같아서,
이렇게 사소한 이유라도 있으면 다행입니다.
대게 우리는 사랑 하는 이유도 모르고 사랑하는 걸요. 스무 살 이 되면 왜 사랑니가 나는지도 모르는 것 처럼요.
이 영화는 멜로 영화도 로맨틱 코미디도 아닙니다. 물론 멜로적인 감성도 들어가고, 중간 중간 폭소를 터트리게 하는 장면도 많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조인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서른 살 학원 강사 조인영. 이라는 한 사람에 대해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아, 다시 정확히 말하자면.
서른 살 학원 강사 조인영이라는 한 '여자'에 대해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덧붙이자면, 정말 맘에 드는 것은 오랜만에 그 동안 여자들을 취급하는 방식으로 남자들을 취급하는 영화가 나왔다는 거예요. 소위 '대상'으로서만 여자들을 바라보았던 한국영화에서 드디어 남자들을 '대상'으로서 바라 보는 영화가 나온 것입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처음 부터 끝까지 조인영의 머릿 속에서 이루어지는 공상이거나, 꿈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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