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파다완들을 속세에 남긴 채, 표표히 불심의 세계로 떠나간 중화민족 최후의 영웅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하여 마스터 이연걸......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되었다느니 어쩌니 하는 소문을 헤치고 그가 돌아왔으니 어찌 몸소 알현하지 않을 수 잇겠는가!
그러나 그가 없는 사이, '이연걸은 약하다'라는 형 들으면 큰일날 말을 내지르며 찾아온 토니 쟈가 액션영화계에 거대한 쇼크웨이브를 날려버렸고, '영화 역사상 최고의 반전'이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이라는 말로 바뀐 것 처럼 작금의 액션영화는 진화해버린 관객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야 하는 문제를 안게 되었다.
이런 욜라뽕따한 상황속에서 돌아온 영웅의 모습! 결연한 눈빛, 꽉 다문 입술, 명품티가 나는 애견용 넥클레이스...엉?
이것은 당최 무엇인가!! 그러나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연걸러스함'이란 저 드넓은 황야에서 수십수뱅명의 적들과 싸우며 몸으로 중생을 계도하는 절대적 신공의 모습을 말함이 아니었던가. 그런 그가 날아오는 주먹을 머리로 들이받고(......) 이름 모를 엑스트라에게 후손생산방지 공격(쿠헉), 바닥에 머리 찢기, 나중에는 여자까지 때린다! 이것은 히어로의 기본소양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테러행위. 이것이 이연걸과 Jet Li 사이의 간격인가. 아니면 나도 막 싸우면 무섭다는 형아의 외침인가......
광기서린 액션이 휘몰아친 뒤에는 개로 사육되는 이연걸의 더더욱 쇼킹한 모습이 보인다. 깡통에서 스파게티 비스무리한 걸 퍼먹는 그의 모습은 새로운 차원의 2차 충격파를 날리는데..... 그러게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왜 외국가서 이러고 삽니까 형님! 그러나 이 혼란의 틈새를 비집고 어느새 이연걸의 '그냥 연기'를 보는 재미에 빠져들게 되니, 비 오는 날 버려진 강아지마냥 불쌍한, 보호본능 중추를 마구 긁어대는 그 표정. 그리고 진정한 행복을 알았을 때 피어오르는 깨물어주고 싶은 소년의 미소(이것이 과연 올해 43의 미소란 말인가.....) 어쩌면 이런 역할이 적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그리고 모건 프리만의 등장과 더불어(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지만.....) 영화는 본색을 드러낸다. 이 영화는 이연걸의 원톱 영화가 아니었다! 오히려 나레이션 전문배우가 되는게 아닐가 하는 우려가 들 정도의 모건 프리만의, 그 인생이 팍팍 곱배기로 담겨있는 듯한 목소리가 이연걸을 끌어안으면서 완벽한 가족영화의 품세를 갖추는 것이다. 그리고 대니를 그 지경으로 만들었던 아저씨의 여성적 사랑의 결핍을 대니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모습이 더욱 그런 느낌을 강화시킨다.(근데 이 배우 너무 사람 좋아보인다는게 조금 단점. 그리고 꽤나 가난한 듯....차 좀 안전한 걸로 새로 뽑지)
성실한 가정생활로 유명한 이연걸의 충실한 연기(액션말고)와 모건 프리만의 조합은 결국 걸출한 가족무비를 만들어내고 말았던 것이다......근데 이 영화 장르가 뭐였더라
결과적으로 뤽 베송의 각본, 베드룸 힙함의 황제 매시브 어택과 RZA의 음악, 그리고 무려 원화평의 무술지도까지! 각 대륙의 다양한 재료들을 끌어모아서 만들었지만, 왠지 다른 사람이 만들었으면 더 잘 만들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랄까. 감독 특유의 갈색톤의 화면과 인상적인 몇몇 컷 연결은 좋았지만, 아직 소스가 제대로 어울리지 않는 음식을 대하는 기분이다.
그러니 인간의 골밀도를 측정하려드는 인체 시물레이션 영화를 기대하지 마시고, 이연걸이라는 배우를 재발견 하고픈 분들은 꼭 보세요! 아, 쇼생크 탈출 때의 모건 프리만의 따뜻한 느낌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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