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캐나다에 살아서 영화 ‘신데렐라 맨’ 을 어느 누구보다도 먼저 볼 수 있었다. 그 날은 6월 4일로 기억된다. 그 날에는 두 편의 영화를 보기로 되어 있었다. 첫 번째 영화는 ‘마다가스카’ 였다. 그 영화는 할리우드의 만화영화가 늘 그렇듯이 상당한 컴퓨터 그래픽과 정밀한 특수효과 그리고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조크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스토리와 캐릭터 전개는 무언가 많이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에 나는 몇 개월간 기다려왔었던 ‘신데렐라 맨’ 을 볼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2시간 20분이라는 상영 시간에 약간 부담을 느끼긴 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서 한 5분쯤을 보자 시간이라는 개념이 내게서 사라진 듯했다. 너무도 영화의 이야기 전개, 그리고 캐릭터들에 집중해 있었기 때문이다.
‘신데렐라 맨’ 에는 3명의 주요 인물들의 활약이 컸다. 우선은 감독 론 하워드. 내 견해로는 그의 최고작이었던 ‘뷰티풀 마인드’ 같은 영화보다는 독창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보는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사로잡고 감동을 주는 면에서는 그의 영화들 중에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영화 끝부분의 마지막 혈투는 복싱, 대사 한마디 한마디, 관중의 환호성, 음향 효과, 조명, 이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론 하워드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2번째의 주역은 물론 러셀 크로이다. 그는 2003년에 나온 영화 ‘마스터 앤 커맨더’ 이후로 이 영화를 위해서 20kg 이상을 감량했다고 한다. 그는 이 영화 촬영 중에도 어깨 뼈가 탈구되어 2달이나 촬영을 중단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영화에 한치도 틀림이 없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그의 연기력이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그가 돈이 떨어지자 복싱 협회에 가서 돈을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다. 그는 이전에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었지만 결국은 자존심을 버리고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때 러셀이 보여준 표정연기는 그 어느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은 폴 지아마티다. 작년에 영화 ‘사이드웨이’ 에서 그는 그만이 보여줄 수 있었던 와인과 우정에 빠진 이혼남 역을 맡았다. ‘신데렐라 맨’에서 짐 브래독의 에이전트 조 굴드 역을 맡은 그는 짐의 절친한 친구로서 스폰서로서 일을 해 나간다. 조는 자기도 힘든 경제공황의 시간이었지만 짐을 금전적으로, 정신적으로 도운다. 짐이 링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그도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폴 지아마티는 이 역에 가장 적합한 배우가 아닐까 한다.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복싱 영화이면서도 1930년대 미국의 서민들의 삶을 다루는데 약 상영시간의 반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짐 브래독은 극심한 가난에 쪼들리면서도 자녀들을 사랑과 애정, 올바른 도덕관으로 가르친다.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 있는 진정한 아버지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2시간 20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모두에게 이 영화를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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