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았는데...
하도 들 악평이 8할이라 카푸치노 거품마냥 살짝 있던 기대감을 걷어내고는 텅 빈 마음으로 영화를 대하니 왜 그렇게 재미진 것이오...
동원이의 에코 목소리와 지원이의 과장된 말투도 그저 그 또렷한 색감과 보송한 질감, 장르를 타파하는 음악에 그냥 취한듯 즐기다 왔소.. 꿈꾼 것 처럼...
평소 감성적인 것에 설득당하기 좋아하는 햏자로써는 그런 굿 초이스가 없습디다..
내용의 탄탄함과 줄거리의 찰짐 그런것을 배재하고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영상미학을 즐길 수 있을 사람이라면 기꺼이 보라고 하고 싶소...
동원. 지원.. 그 알싸한 그들의 육체의 미학은 바람처럼 흩어져도 그 후에 흩어지는 색감과 느린 율동의 잔영이 올올이 남아서 계속 떠오르게 된다오....
'왜'라고 되묻지 말지어다.. '그러니까'라고 연결짓지 말지어다..
너무 '금기사항'이 많은건가..?
그냥 그 '상황 자체'를 즐기면 된다.
흡사 '발레'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움직임은 대사와 내면을 대신하고 그들에게 있어서 대사는 악세사리같은 부차적 산물일 뿐이다.
돌담벽과 드리워진 그림자가 그들의 대사를 대신하고 전혀 엉뚱한 것 같은 배경음악은 매순간의 감정을 담아낸다.
클래식, 탱고, 헤비메탈, 발라드를 항유하는 음악과 함께 그들 감정은 치솟아 올랐다가 숨을 고른다.
어떤 것도 규정된 틀이 없다. 흡사 양동근의 레게헤어를 보는 듯한 트렌디한 스타일하며 개량한복을 보는 듯한 바짓단, 우아와는 거리가 먼 쪽진 머리의 기생들의 섹시 춤..
카메라가 있는 정면을 응시하면서 대사를 친다던가 시간의 경과로 등장인물의 움직임의 흐름이 느껴지는 컷.
달빛으로 솟구쳐 오르는 장면 등은 때론 만화적이고 주인공들에게 덧입혀줘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영상미는 CF, 뮤직비디오를 떠올리게도 한다.
내용의 찰기부족, 왜색스러움과 짱개스러움의 부분집합, 극중 인물들과의 화학작용의 단조로움에도 불구하고
무사들(?)의 칼사위가 무미한 '칼사위'로 끝난 것이 아닌 감정이 움직이는 '칼춤'의 절절함으로 충분히 담아진 미학에 그 들리지 않는 묵음을 인정하고야 만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
그녀의 모자에 솔솔 쌓여져 있던 하얀 눈이 어둠속에서 흩어지며 극명한 대비효과를 보이던 흑백의 컬러미학과 모니터속의 플래쉬로 만들어진 디지털 장면이 아날로그인 그녀의 몸에서 '춤'처럼 그려져 나올때 정말이지 입이 떡 벌어지더이다.
그리고 그녀의 묘한 칼춤사위가 숨을 고르고 있을때 그림자같이 숨어있던 그가 점점 화면에 또렷해지면서 그만의 칼춤을 선보이고 끝내는 각자의 독무가 아닌 듀엣(?)이 되어 칼이 엉킬때는 가슴 저 아래에서 아드레날린이 마구마구 분출되어 커억~~ 하더이다.
사랑은 이성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마주선 칼날처럼 그렇게 날카롭게 서로를 겨냥하려하나 그것이 '전쟁'의 거칠음이 아닌 '춤'이라는 야릇함, 그 헐떡이는 숨소리로 들리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칼날에 힘이 들어가고 그(그녀)를 향해 찌르려고 하나 가까이 서로의 몸이 흐르는 순간 힘이 빠지고 흐느적거린다.
그. 그녀의 얼굴이 어땠는지 기억하지 못해도 처절한 결투인지 서로를 향한 욕망의 춤인지 모를 감정의 움직임은 기억에 남아 나를 유혹한다..
흩어지는 눈발.. 머리칼.. 옷깃 매혹적인 '그들'이 아닌 '몸짓'
마치 꿈을 꾼 듯한 잔영이 나를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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